최근 코스닥 등록 심사를 통과한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 레인콤의 양덕준(52) 사장. 그는 오전 9시30분이 넘어야 회사에 얼굴을 내민다. 자신이 일찍 출근하면 직원들이 부담을 느끼고 더 일찍 나올까봐서다. "벤처는 직원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발전하며,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려면 출퇴근 시간 같은 것에 얽매이게 해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그는 또 "직원들에게 먹는 자유를 주는 것이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식사건 간식이건, 직원들이 영수증을 가져오면 모두 회사에서 처리해 준다. 호텔에서 먹고 와서 "지난 이틀간 회사를 위해 밤을 새웠으니 비싼 음식을 먹어도 된다고 생각했다"면 그냥 오케이다.그는 제품 디자인에는 임원들이 절대 관여하지 말라고 단속을 해놨다. 젊은이들 취향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제일 잘 안다는 이유다. 대학생인 자녀가 은근히 아버지 회사의 MP3플레이어를 갖고 싶다고 하면 "사서 쓰라"고 한다. 공(公).사(私)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런 철학을 가진 양사장이 운영하는 레인콤은 MP3 플레이어 판매 세계 1위다. 미국의 대형 온라인 쇼핑몰 베스트바이나 아마존의 MP3 플레이어 판매 인기도 페이지에 들어가면 레인콤의 제품(브랜드명 아이리버)이 최상위권에 여럿 끼어 있다."미국에서 인기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동원한 제품 발표회를 하는 등 아이리버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애쓴 것이 결실을 보고 있다"고 양사장은 말한다.1999년 설립된 뒤 매출이 2000년 80억원, 2001년 540억원, 2002년 800억원으로 자랐고 올해는 2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올초 170명이던 직원은 현재 250명이고, 내년에는 연구개발직 70~80명을 새로 뽑는 등 4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기업은 쑥쑥 자라지만 코스닥 심사는 4전5기 끝에 통과했다. 레인콤이 MP3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다른 업체가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양사장은 "'등록 보류'라는 결과가 나올 때마다 우리 사주를 가진 직원들 얼굴 보기가 미안했다"며 "침해하지 않았다는 것이 거의 입증돼 소송도 곧 무마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MP3플레이어에 이어 내년 초에는 휴대용 동영상 플레이어를 새로 내놓는다. 인터넷에서 MPEG 등 동영상 파일을 받아 저장한 뒤 틀어보는 기기다. 마이크로 소프트와 제휴를 하고 개발해 거의 완료 단계에 이르렀다."자연의 소리와 색은 아날로그입니다. MP3 같은 디지털 기기는 자연의 원음을 최대한 원래에 가깝게 살리는 것이 목표죠. 그래서 디지털의 궁극은 아날로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