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모바일게임 개발, 이동통신 3사에 50개의 모바일 게임 제공, 일본, 중국, 싱가포르,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오스트리아 등 20개국에 모바일 게임 제공,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모바일 게임업계의 작은 거인 컴투스. 이젠 작은 거인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게 80명이 넘는 인력이 포진해 있고, 해외진출을 향한 꿈을 하나씩 이뤄나가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해있다. 그래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고, 해보고 싶은 일이 많다고 말하는 박지영 대표.
“시장에서 요구하는 시류를 읽어야 한다. 컴투스는 지금을 해외 진출의 적기로 본다.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시도해볼 기회조차 없을 수도 있다.”
오래전부터 해외로 뻗어나가기 위한 기반다지기를 해온 컴투스가 올해 들어 공격적인 자세로 해외진출을 선언하고, 중국과 합작으로 양광모바일 설립, 일본 아이파크 도쿄에 지사를 설립하며 고삐를 당기는 이유이다. 요즘 박 대표는 ‘국내에서 성공한 모바일 게임 노하우가 해외에서도 통할까’ ‘어떻게 글로벌하게 만들어나갈 것인가’하는 과제를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벤처정신으로 일군 성과
벤처를 ‘모험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한다면 컴투스는 벤처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박 대표는 컴투스를 시작할 때, 모바일 게임을 시작할 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컴투스가 경쟁력을 갖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최초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그러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핸드폰을 이용한 모바일 게임이라는 컨셉을 생각해내고 이거다 싶었다. 그러나 컴투스가 모바일 게임을 시작할 때 아무 것도 없었다. 자본도, 사람도, 기술력도 없었다.”
어려움이 많았을 것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이미 여러 사업을 해봐 두려울 것이 없었던 박 대표에게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핸드폰을 이용한 모바일 게임이라는 아이디어만 있을 뿐 참조할 수 있는 레퍼런스도 없는 상태였다. 반신반의하는 주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모바일 게임을 개발해 LG텔레콤에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게임이 반드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 시점에 컴투스가 살아있느냐가 관건이었다.”
무수한 투자가를 만나며 투자유치를 설명할 때 공통적인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PDA냐 핸드폰이냐. 그 당시 모바일 시장이 성장할 것은 자명한데, 어떤 단말기가 주도권을 잡을 것인가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었다. 박 대표는 당연히 핸드폰이라고 주장해도, 막판에 벤처캐피탈이 PDA쪽 회사에 투자하는 바람에 기회를 놓치기도 여러 번이었다. 그러나 여러 곳의 문을 두드린 끝에 4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적절한 시기에 투자를 받았다. 그때 받은 투자금으로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시장이 성장하는 동안 사람, 기술력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투자받은 자금으로 모바일 게임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었고, 곧이어 이동통신사들이 모바일 게임 과금을 시작해 매출도 올리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2002년에는 40억원을 매출을 내며 처음으로 흑자를 냈고, 올해 말까지는 12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대중성’과 ‘품질’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컴투스는 춘추열국지, 폰고도리, 테트리스, 붕어빵타이쿤에 이르기까지 많은 모바일 히트 게임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모바일 게임을 개발했고, 선두주자로서의 노하우가 있어 걱정이 없어보이지만,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넓어지고 있어서 일정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초기에는 컴투스만 있었기 때문에 경쟁자가 없었지만, 2003년 현재 모바일 게임업체는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고, 모바일 게임의 수는 더욱 그렇다.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게임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가짓수만 늘려서는 안 된다.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시기이다. 컴투스의 브랜드 인지도가 업계에서는 알아주지만 일반 유저들에게는 아직 미약한 편이다. 장기적으로 컴투스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저가정책의 마켓쉐어 늘리기가 아닌, 컴투스의 브랜드를 고급화하고 차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중성 있는 게임을 출시하는 것은 기본이고, 더불어 품질을 담보함으로써 컴투스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나라마다 ‘먹히는’ 게임 만들기
컴투스는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앞에 두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국내시장보다는 넓은 해외로 진출하겠다고 선언하지만,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지 못하고 실패했다. 그 나라 고유의 문화적인 특수성을 반영해야 하는 컨텐트 비즈니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컴투스의 박지영 대표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게임하는 사람들이 갖는 공통의 코드가 있다. 지역적인 특색, 특정 계층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랴 핸드폰이 갖는 개인성, 시대성과 더불어 게임이 갖는 재미라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컴투스의 모바일 게임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미 일본의 KDDI에 서비스를 제공해 자바포탈에서 1위에 올라섰고, 유럽 보다폰에 제공해서 모바일 게임 10위안에 3개의 게임을 올려놓는 놀라운 성과를 이뤘지만, 시작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한다. 아직 해외시장에서 나오는 매출의 퍼센트가 작다는 점도 있고, 여러 가지를 테스트하며 시장별로 세분화하는 작업중이기 때문이다.
“나라별로 어떤 종류의 게임이 먹혀들어가는지, 체크하며 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과 토론하고 의견을 수렴해서 나라별로 여러 개의 게임을 넣어보고, 그 결과치를 분석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사이즈가 크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타이밍을 생명으로 하는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시장에서 요구하는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해외진출을 서두르기도 했다. 지금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이고 시기라는 것. 특히 유럽은 모바일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더욱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WAP 게임, 자바 게임, 컬러 게임, Brew 게임으로 모바일 게임의 환경이 바뀌었고, 그러한 짧은 호흡에 길들여져 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을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 지금 당장은 역량이 좀 미흡하더라도 성장하는 해외의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출해서 파이를 키워야 한다.”
다만 80명의 조직으로 해외에서도 파워를 발휘할 수 있을까, 해외에서도 컴투스의 모바일 게임이 경쟁력이 있을까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핵심인력은 끝까지 붙들어라
어느덧 80명의 인원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한 컴투스.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조직체계를 갖추고,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도 필요하다. 지난 3월에 이사한 금천구의 SK트윈테크 빌딩에는 직원들을 위한 체력단련실을 만들고 카페 분위기가 나는 휴게실도 만든 것도 그러한 작은 시도이다. 직원들이 회사에 비전을 갖고 신바람나게 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박 대표는 컴투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요인으로 아무것도 없는 시장에 최초로 진입했다는 점, 두 번째로 적절한 시기에 투자를 받았다는 점을 꼽는다면, 마지막으로 핵심인력이 남아있었던 점을 든다. 컴투스 초기부터 함께 했던 핵심인력이 컴투스를 키우는데 주력했고, 아직도 남아있어 해외진출이 가능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
박 대표가 사람이 중요하다고 더욱 강조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막연하게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대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든 팀장들에게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대표인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창업자와 기업가는 다르다. 창업자이더라도 전문경영인으로서 자질을 갖춰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기본적으로 전문경영인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노력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창업가인 자신도 전문경영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직원들도 모두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