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뜰까?「윈도우 미디어센터 2004」

일반입력 :2003/11/06 00:00

지디넷코리아

'잡종 운영체제', 또는 '가전 PC 시대의 개막'이라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MS의 윈도우 XP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코드명 : 하모니, 이하 미디어센터 2004)가 발표됐다. 지난 2003년 1월 미디어센터 에디션의 첫 번째 버전은 코드명 ‘프리스타일’로 발표 당시 한국에는 삼성, 북미 지역에서는 HP, NEC 등이 판매를 시작했지만 이제 미디어센터 2004는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등 판매지역이 확대됐으며 제조사도 40여개 사로 늘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한국HP, 현주컴퓨터, TG 삼보컴퓨터가 미디어센터 PC를 선보였다. 게다가 내년에는 조립 PC용으로도 나올 예정이다.

MS가 윈도우 미디어센터 2004에 갖고 있는 애정은 남다르다. MS는 이른바 '홈네트워크' 시대에는 PC가 그 중심 서버 역할을 할 것이라며 ‘PC 시대 종말’을 예언했던 오라클 래리 앨리슨의 주장을 일축해왔기 때문이다. MS는 가전 역할까지 너끈히 해낼 수 있는 PC를 구상했으며 여러모로 매력적인 기능들을 추가한 채로 선보인 것이 윈도우 미디어센터 에디션이다.

윈도우 미디어센터에디션은 일반 윈도우 프로그램처럼 박스 형태로 살 수 없기 때문에 각 제조사에서 미디어센터 PC 등의 이름으로 판매하는 제품에만 포함돼 있다. 따라서 미디어센터 에디션이 처음 발표됐을 때만 해도 고급형 PC를 비싼 가격으로 팔기 위한 마케팅 수법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윈도우 미디어센터 에디션의 특성상 운영체제 하나만 넣은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조립제품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하드웨어 드라이버 문제나 각 멀티미디어 프로그램간의 충돌 문제가 우려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MS의 주장이다.

윈도우 XP의 안정성, 그 위에 멀티미디어

'윈도우 XP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라는 긴 제품 이름이 말해주듯이 윈도우 XP 제품군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윈도우 XP 제품군으로는 가정용 사용자인 홈에디션, 전문 사용자인 프로페셔널, 태블릿 PC 에디션, 임베디드, 그리고 미디어센터 2004가 있다. 이 가운데 실제 사용자가 박스 형태로 볼 수 있는 제품은 홈에디션과 프로페셔널 두 종류로 나머지는 다른 최적화된 기기에 기본적으로 포함된 형태로 사용자가 임의로 다른 기기에 설치할 수 없는 형태이다.

윈도우 XP 제품군 가운데 미디어센터 2004와 가장 가까운 제품은 프로페셔널로,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윈도우 2000의 안정성과 윈도우 Me의 멀티미디어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용한 제품이다. 여기에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에서는 TV를 시청하면서 실시간으로 앞뒤로 볼 수 있다거나 방송 프로그램을 예약 녹화하고, DVD 영화와 음악을 감상하고, 라디오를 수신할 수 있다. DVD 레코더가 장착된 제품이라면 TV를 녹화해 DVD로 담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기능이 리모콘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 윈도우 미디어센터 에디션의 가장 큰 특징이다. 2002년 삼성에서 미디어센터 PC를 선보였을 당시 리모콘에 천지인 한글을 적용해 그동안 웹TV에서 문제가 돼 왔던 입력 방식까지 해결될 것인지 주목받은 바 있다.

이런 기능들을 모두 수행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PC에 넉넉한 하드디스크가 있어야 하고 고속 CPU가 사용된다. 또한 TV출력이 가능한 고품질 그래픽카드와 TV 방송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할 수 있는 하드웨어 인코더, 5.1채널 출력이 가능한 사운드카드 등이 장착돼 있다. 그런데 사실 이같은 내부 시스템만으로는 충분한 기능을 맛보기 힘들다. 좀더 넉넉한 화면을 갖춘 디지털 TV가 제일 궁합이 잘 맞는다. 가전 업체들이 미디어센터 에디션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래도 한정적인 화면에서 TV나 영화를 감상하는 것보다 PC 모니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화면 TV를 보조 화면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디지털TV에 홈씨어터까지 갖춰 미디어센터 에디션과 결합할 수 있다면 거실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리모콘으로 PC를 조작하는 시대

PC를 리모콘으로 제어하려는 시도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윈도우 95시절에도 TV수신카드에 리모콘 기능을 갖춘 제품이 선보였으며 이들 제품에는 방향키나 숫자키를 이용해 윈도우를 제어할 수 있다는 식으로 광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PC가 갖고 있는 다양성이 단순히 버튼 몇 개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물론 윈도우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의 버튼 모양이 해답은 아니겠지만 운영체제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환경과 응용 프로그램을 충분히 고려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이전 TV수신카드나 PC 제어용 리모콘이라면서 나오던 제품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윈도우 XP의 모든 기능은 키보드와 마우스 중심으로 돼 있으며 이 가운데 ‘미디어센터 시작’을 선택해 나타나는 화면에서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의 리모콘이 제 역할을 하게 된다. 미디어 센터는 PC 작업 화면에서 바로 멀티미디어 환경으로 넘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인터페이스가 단순화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기능은 상하좌우와 선택 버튼만으로 충분하다. 검색 등에서 키보드가 필요하지만 한 글자만 입력해도 쉽게 실시간 검색되기 때문에 리모콘으로도 충분히 검색이 가능하다.

미디어센터 에디션의 가장 핵심 기능인 '내 TV'는 다양한 형태로 보여진다. TV를 보다가 다른 화면으로 넘어가더라도 왼쪽 아래에 TV 화면이 작게 남아 있으며 실제 작업화면으로 돌아갔을 때도 별도 창이나 작업표시줄 등으로 표현 가능해 언제든 TV를 마음대로 볼 수 있다.

디지털 방식으로 TV를 시청한다는 것은 시청자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 우선 TV 화면을 마음대로 변환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언제든 화면을 멈춰놓고 다른 일을 하다가 멈춰진 부분부터 보거나 놓친 화면을 뒤로 돌려 다시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TV가 방송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할 수 있는 기능이다. 심지어 현재 방송은 녹화해 두고 예전에 녹화해둔 방송을 볼 수도 있다. 이런 기능이 가능한 것은 TV를 시작할 때부터 하드디스크에 동영상 파일 형태로 저장해놓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시청하다가 프로그램을 별도 파일로 녹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굳이 사용자가 파일이름을 정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이름을 정해주므로 키보드를 사용할 일이 없어 편하다.

또한 사용자들이 드라마 목록만을 보거나 만화, 영화, 뉴스 등 내용별 카테고리로 분류해 방송 프로그램을 고르기 더욱 쉬워졌으며 이 프로그램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14일간의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미리 예약 녹화하기도 편하다. 더욱이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주말드라마나 미니시리즈 등 시리즈물을 예약해 놓으면 시리즈물만 골라 연속해서 녹화할 수 있다. 뉴스나 일부 자막방송이 지원될 경우 PC로 작업을 하면서 작업표시줄 하단에 화면 없이 자막만 흐르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 두 가지 이상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녹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예약 녹화 시간이 겹칠 경우 경고 메시지가 나타나게 되며 이 경우 중요도를 표시해 두면 우선순위가 높은 프로그램이 녹화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이전 버전의 경우 녹화하는 방식이 MPEG-2 방식으로 1시간 30분의 경우 1.5GB 정도의 하드디스크가 필요했다. 하지만 윈도우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에서는 그동안 공언해온 윈도우 미디어 9 기술이 들어가 있어 하드디스크의 여유분에 따라 사용자가 화질을 조정하거나 용량을 제한하는 등의 설정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사진들을 멋진 슬라이드 쇼로 보여준다거나 음악과 동영상을 보는 기능은 TV 리모콘을 누르듯이 사용 방법이 간편하다.

윈도우 미디어센터 에디션 이전버전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점은 ‘온라인 포커스’, ‘기타 프로그램’ 메뉴가 새로 생겼다는 것이다. 이들 기능은 상당히 주목되는 기능으로 예전에 주문형 웹TV가 구현하려던 방식을 상당부분 수용한 기능이다.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주문형 비디오, 또는 음반 주문, 영화 예고편 감상, 방송 프로그램의 상세 정보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냅스터의 음악 서비스, 무비링크의 VOD 서비스 등이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어떤 서비스가 이뤄질지 아직 알 수 없지만 MS에서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에게 이미 온라인 포커스에 입점하도록 유인하고 있어 조만간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초고속통신망이 잘 발달돼 있어 주문형 비디오 등이 유망해 보인다.

또 하나 외부 엔터테인먼트 개발 업체에게 관심을 끌만한 공간이 새로 생겼는데 바로 ‘기타 프로그램’이다. 이 곳에는 마치 휴대폰에서 게임이나 계산기, 지도 등을 다운받듯이 이곳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이를 실행시킬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리모콘만으로 즐길 수 있는 테트리스 등의 게임을 이곳에서 모아 놓거나 간단한 인터페이스의 아동용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MS에서 윈도우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 버전부터 OEM 제조사에게 SDK를 제공하기 때문에 각 제조사마다 특징있는 프로그램을 포함시킬 수 있게 됐다. 물론 제조사마다 SDK를 통해 메뉴 방식을 조정하고 인터페이스를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윈도우 미디어센터 인터페이스가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형보다 나은 아우’가 될 수 있을까?

윈도우 미디어센터 에디션이 초기 발표됐을 때만해도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보급에는 그다지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다른 PC에 비해 비쌌으며 TV 기능을 뒷받침할 만한 인터넷 서비스가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국내 방송 프로그램을 예약 녹화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방송사의 사정에 따라 일정이 예고없이 변경되는 경우 예약 녹화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

이외에도 일부 기능이 불완전했던 것도 미디어센터 에디션의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됐다. DVD로 레코딩한다고 해도 이 DVD를 일반 DVD 플레이어에서 돌려 볼 수 없었다. 또한 이미 국내방송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방송이나 DVD 화면을 16:9 디지털 방식의 와이드 화면으로 TV에 출력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며 의외로 FM라디오를 수신하지 못했다. 이런 문제들은 윈도우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에서 대부분 해소됐다.

MS는 암암리에 ‘버전 3’라는 징크스가 있다고 말한다. 어떤 제품이든 3번째 버전이 나왔을 때부터 인정받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32비트 운영체제로 인정받았던 윈도우 2000의 경우도 윈도우 NT 3.x와 윈도우 NT 4.x를 거친 3번째 버전이었으며 윈도우 시리즈 가운데 가장 인기를 모았던 윈도우 98도 윈도우 3.1, 그리고 윈도우 95를 거친 제품이었다. 오피스도 그랬으며 MSN 메신저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도 그랬다. 이런 암묵적인 징크스를 인정하는지는 몰라도 X박스의 초기 실패와 태블릿 PC와 윈도우 미디어센터 에디션의 어정쩡한 성과에 대해서 MS는 그다지 우려하고 있는 눈치는 아니다.

적어도 윈도우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는 초기 버전보다 협력사가 많아졌기 때문에 더욱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보다 대형 디지털 TV의 보급과 홈씨어터 보급이 함께 늘고 있다는 점도 감안돼야 할 부분이다. 미디어센터 PC가 거실을 점령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거실에 미디어센터 PC가 있다면 신형 TV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