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성공기-다나와] 선택했으면 집중하라!

일반입력 :2004/10/08 15:25

이미경 객원연구원

가격비교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면서, NHH, 엠파스, 야후 같은 대형 포탈들이 이 시장에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쇼핑 기능에 반드시 따라올 수밖에 없는 가격비교로 쇼핑 포탈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야심들이다.

여기에서 가격비교 시장의 터줏대감 다나와의 위치는 독특하다. 에누리와 트래픽 선두싸움을 하는 다나와는 매출액에서는 경쟁사인 에누리, 오미, 베스트바이에 비해 작지만, 강력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컴퓨터 관련 제품만 비교한다

가격비교 기업들이 대부분의 카테고리를 취급하는 종합 가격비교 사이트를 지향하고 있는데 비해, 다나와는 컴퓨터 관련 제품만 취급한다. CPU, 메인보드, 메모리카드, 게임스틱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컴퓨터 관련 제품의 가격을 비교해볼 수 있다. 손윤환 대표는 다나와의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종합이 아니라 컴퓨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측면에서 선택과 집중을 했다. 컴퓨터 관련 제품만 해도 종류가 많아 리뷰를 비롯한 자세한 정보 제공도 쉬운 일이 아니다.”

컴퓨터 관련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가격변화의 추이를 지켜보다는 구입하는 형태. 다나와는 이러한 소비자들에게 컴퓨터 관련 부품의 가격변동 추이는 물론 리뷰까지 상세하게 제공한다. 게다가 클릭 두 번으로 가격이 비교되는 편리한 인터페이스는 다른 사이트에서 벤치마킹해서 따라할 정도라고 자신한다.

손 대표는 다나와의 또 다른 장점으로 회원간의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꼽는다. 컴퓨터 제품의 특성상 회원간의 커뮤니티를 만들어내기 쉽다는 점도 있지만, 장터란에는 하루에 1200개 이상이 등록되고 게시판에는 회원들이 질문과 답변이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오프라인의 가격도 끌어안다

현재 하루 방문자수 30만 명에 이를 정도의 규모로 성장했지만, 그 시작은 아주 소박했다. 손 대표와는 친구 사이이자 창업자 성장현 대표가 대한항공에 재직하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2000년 1월에 사이트를 오픈했는데 그때는 카메라를 기반으로 하는 가격비교였고, 4월경에 PC부품의 가격비교를 하게 됐다. IMF 직후여서 좀더 싼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PC통신망을 올라오는 정보를 돌아다니며 찾아보았다. 너무나 복잡해 이를 한눈에 보기 편하게 정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성 대표는 13년간 다니던 대한항공을 사직하고 부부가 아르바이트 한명을 두고 아파트에서 사업을 벌였다. 어느 사이트나 마찬가지지만 초기 방문자를 유치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 한다. 용산에 직접 나가 홍보전단을 돌리기도 하고, PC통신에서 활동하던 주변 친구들이 열심히 다나와를 홍보해주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입소문이 퍼지며 방문자수가 늘어났고, 용산 업체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다나와가 오픈할 당시 비교검색 에이전트 기술에 기반한 샵바인더, 야비스 같은 사이트가 주목받고 있었다. 미국에서 가격비교 사이트 마이사이먼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격비교라는 개념과 기술이 결합해 관심을 끌었다. 뒤늦게 출발한 다나와는 이러한 가격비교 사이트들을 제치고 빠르게 성장한 셈이다.

다나와는 의의로 간단하게 해답을 찾았다. 쇼핑 에이전트가 갖고 있는 기술적인 한계들을 극복할 수 있는 수동 입력이다. 마이사이먼을 비롯한 쇼핑 에이전트 기술에 기반한 가격비교 사이트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이 바로 웹에 있는 모든 상품의 정보를 찾아오지 못하고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나와는 컴퓨터 관련 제품으로 카테고리를 한정했고, 제품 가격을 에이전트로 끌어오는 기존 방식과 달리 용산의 오프라인 가격을 수동으로 입력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했다. 직접 용산에 가서 조사를 하기도 하고, 용산의 업체들에게 일일이 팩스를 받아 입력하기도 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가격까지 파악할 수 있는 이점이 있고, 용산의 오프라인 매장 입장에서는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용산의 일반 매장에는 사람들이 없는데 어떤 매장에는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서 사람들이 많았다. 다른 매장 주인들이 그 이유를 묻자, 다나와라는 사이트에서 PC부품 가격을 올렸는데 이렇게 찾아온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 이후 용산 매장들이 자발적으로 가격정보를 올렸고, 업체들에게 3만원에서 6만원의 입점비를 받아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 이렇게 사업 기반을 마련하고, 회사 모양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2001년 6월. 삼성전자, 로터스코리아 이사를 지냈던 손윤환 씨가 합류하며 성장현 대표는 내부 프로그램 개발 일을 맡게 되었고, 손 대표가 대외적인 일을 전담하게 됐다.

포탈과의 한판 승부가 남았다

다나와는 최근 새로운 형태로 운영방식을 바꾸었다. 초기에는 가격입력 화면을 만들어놓고 협력사들이 직접 가격을 입력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협조공문을 보내도 제일 낮은 가격을 입력해 시장의 물을 흐리는 업체가 있어 골치가 아팠다. 이러한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쇼핑몰에 등록되지 않은 물건은 다나와에 등록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바꾸었다.

오프라인 가격까지 포함해 살아있는 가격정보를 제공한다는 다나와의 장점을 스스로 없애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까? 이러한 질문에 손 대표는 단호하게 답한다.

“프로그램에서 끌어당기는 방식은 직접적인 가격입력에 비해 에러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예전에는 용산 매장들이 대부분 쇼핑몰이 없어 일일이 입력했지만, 이제 대부분 쇼핑몰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또한 협력업체에게 매매보호시스템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했다. 하프플라자와 같은 사태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쇼핑몰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있기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고객이 물건을 받고, 반품, 환불받는 것까지 보증해줌으로써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이러한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가격비교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업계의 인식변화도 자리한다. 브랜드 인지도 높은 NHN과 야후, 엠파스와 같은 포탈들이 가격비교 사이트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으므로,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포탈들이 진입한다고 해도 고유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전체적인 시장 파이가 커지고, 가격비교 사이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져 오히려 가격비교 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 이미 자리 잡은 가격비교 사이트들마다 노하우를 포탈들이 하루아침에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다음 카테고리 킬러는 가전제품

다나와는 또다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 종합 가격비교 사이트를 지향하지는 않지만, 컴퓨터 이외의 새로운 카테고리 킬러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카테고리를 추가하는 형식이 아니라, 디카다나와처럼 자매 사이트를 늘려가는 방식이다. 다음 카테고리 킬러로 가전제품을 선택했다.”

다음 도약을 가전제품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다나와를 이용하는 사람이 대부분 젊은층이므로 백색가전, 신혼가전에 포커싱한다는 기본적인 방침은 정해졌다. 그러나 가전제품만 해도 종류가 다양하고 제품의 가격을 확인하는 선이 아닌 다양한 제품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컨텐츠를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즉, 가격비교가 되기 위해서는 가격을 제공하는 회사가 그만큼 다양해야 한다. 가격을 제공하는 회사가 다양하지 못하면 가격을 검색하는 차원을 넘어서기 힘들다. 인원도 그만큼 늘려야 한다.

“이미 가전제품의 가격비교를 제공하고 있는 에누리, 오미, 베스트바이어를 뛰어넘는 핵심역량과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찾아나가는 과정이지만, 그 무엇인가가 찾아지면 바로 오픈할 것이라고 밝힌다. 결국은 해답을 찾겠지만, 다나와만의 핵심역량으로 시선을 끌 그 무엇인가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