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산업별 각양각색의 유비쿼터스

일반입력 :2003/10/13 00:00

송원준 기자

올해 들어 정부와 국가 연구기관에서 부쩍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유비쿼터스(Ubiquitous)다. 유비쿼터스는 그 어원만 보면 '편재돼 있는' 식의 단순한 의미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단어가 IT 산업으로 들어와 컴퓨팅, 네트워크 등의 단어와 만나면서 차세대 IT 산업의 패러다임을 대표하는 단어로 탈바꿈하자, 이를 받아들이는 기업과 개인에게는 다소 낯선 단어가 돼버렸다.

유비쿼터스라는 말은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도처에 있다',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라는 의미다. 이 용어는 일반적으로 물, 공기처럼 도처에 편재해 있는 자연자원이나 종교적으로는 신이 언제 어디서나 시공을 초월해 존재한다는 것을 상징할 때 이용됐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본래 미국 마크 와이저 박사가 88년 처음 제창한 말인데, 그는 '어디에서든지 컴퓨터에 액세스할 수 있는 세계'라고 정의했다. 즉 가전기기 뿐만 아니라, 모든 물체에 컴퓨팅이 내장돼 상호 통신이 가능한 환경을 지칭했다.

마크 와이저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유선과 무선 그리고 근거리 무선 사이에 이음매없는 통신망이 실현됨으로써 누구든지 어디서나 네트워크로부터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으로 정의했다. 즉 어디에 가더라도 네트워크에 접속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과 동시에 소형 또는 내장 컴퓨터와 인간화된 컴퓨터 인터페이스의 실현을 동시에 제창했다.

산업별, 국가별 의미 천차만별

유비쿼터스 컴퓨팅에서 점차 네트워크 개념이 부각되면서 컴퓨팅이라는 단어에 네트워킹까지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결국 99년 일본 노무라연구소의 무라카미 데루야스 이사장이 유비쿼터스 컴퓨팅과 별개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개념을 주창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최근 많은 기업이나 공공기관, 연구센터 등에서 말하는 유비쿼터스라고 하면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일 정도로 네트워크가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 IT 기업들은 유비쿼터스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반영한 프로젝트 명을 '이지리빙'으로 정하고 이동 컴퓨팅과 지능적 환경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유럽 공동체는 '사라지는 컴퓨팅 계획(Disappearing Computing Initiative)'이라는 명으로 Smart-It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Smart-Its는 무선 통신 기반 네트워킹 기능을 가진 지능형 객체로 이해되고 있다.

일본은 1984년부터 유비쿼터스 컴퓨팅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는데, 이때 구체화된 프로젝트가 '트론(The Real-time Operating-system Nucleus)'이었다. 일본 정부는 트론 등의 유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2005년 완료될 3대 프로젝트인 'U-네트워크'에 까지도 어디서나 연결가능한 세상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유비쿼터스 컴퓨팅 프로젝트들은 심리스(seamless) 네트워킹, 이동성, 자율형 객체를 특성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일본, 미국, 유럽은 각국의 차별화된 여건과 보유한 핵심기술 영역의 차이로 인해 추구하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대한 개념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산재한 컴퓨터를 연결하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이런 가운데 한국의 유비쿼터스 컴퓨팅에 대한 개념은 아직 제대로 판명되지는 못하고 있다. ETRI 정보화기술연구소 김완석 팀장의 설명을 빌리면, 한국의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이음매없는 네트워크 통합과 브로드밴드 접속 서비스, 자율 컴퓨팅 환경으로 귀결된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유비쿼터스 컴퓨팅는 전자제품 뿐 아니라 안경, 그림, 벽, 약병, 쓰레기에도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내장하고 상호 소통을 통해 보이지 생활 환경까지 최적화시키는 컴퓨팅 환경을 말한다. 이때 컴퓨팅의 개념과 적용범위를 PC와 같은 제한된 범위에 한정시키지 않고 일상생활 공간과 사물 곳곳과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확장해야 한다. 동시에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현재의 컴퓨팅처럼 배우기 어렵고 사용하기 불편한 것에서 누구나 쉽고 간단히 사용할 수 있는 컴퓨팅 환경이다.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는 주변의 모든 물체 안에 컴퓨터(마이크로 프로세서)가 내장돼 물체끼리 또는 물체와 인간 사이를 묶어 효과적인 정보의 교환과 활용이 가능하도록 한 네트워크를 말한다. 이런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는 새로운 IT 환경 또는 차세대 IT 패러다임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책상이나 바닥, 벽에 컴퓨터가 매립돼 있는 유비쿼터스 컴퓨팅과는 초점이 조금 다른 개념이며, 오히려 휴대폰과 브로드밴드 네트워크가 가정이나 오피스, 야외 등의 여러 장소에 설치된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이용된다. 특히 국내에서의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는 브로드밴드 네트워크의 보급과 유무선 인터넷의 융합, 그리고 방송과 통신의 결합으로 비약적인 발전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