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고군분투「나모 웹에디터 FX 개발기」

일반입력 :2003/10/06 00:00

이종림 기자

국내에 소프트웨어의 개념을 정착시킨 업체를 꼽으라면 단연 나모 인터랙티브를 그중 하나로 꼽을 것이다. 나모는 소프트웨어의 개념과 함께 ‘웹’과 ‘홈페이지’를 더욱 쉽게 받아들이게 한 위지윅 기반의 ‘나모 웹에디터’를 개발해 지금까지 토종 IT 기업의 대표주자로 인정받고 있다.그런 나모가 올 상반기 경영권 분쟁에 따른 힘겨운 시기를 겪고서 세중 나모 인터랙티브라는 새로운 살림을 꾸렸다. 그리고 뒤이어 내놓은 나모 웹에디터 FX 스위트(이하 웹에디터 FX)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서 재도약을 다짐하는 나모의 의지가 엿보이는 제품이다. 나모의 전체 개발팀은 크게 웹에디터 개발팀, 유비쿼터스 개발팀, 서비스팀, QA 팀, 로컬 개발팀, 시스템팀으로 나뉜다. 나모 웹에디터, 액티브 스퀘어, 딥서치, 핸드스토리 등 제품과 서비스에 따라 구분한 개발팀이지만 이번 웹에디터 FX에는 웹에디터 팀 뿐만 아니라 유비쿼터스, 액티브스퀘어 개발팀의 역할도 필요했다고 한다. 때문에 인력운용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굳이 어느 한 팀에게만 종속된 제품은 아니기에 합심하여 올 6월말 출시 계획을 3개월 늦추는 데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세 번의 PM 교체를 겪고…나모 웹에디터 FX에 포함된 웹에디터는 6버전이다. 개발팀은 6 버전 개발에 착수하면서 미국적이고 서구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미국 보스턴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현지에 정착하기는 어려운 일, 이는 곧 무리한 정책이었다. 이내 미국에서 철수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두 번의 프로젝트 매니저(PM) 교체를 겪은 상태였다.그리고 세번째로 6 버전의 PM을 맡은 이가 현재까지 제품의 마무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권훈 차장이다. “경영진이 교체되며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었으나 무엇보다도 개발팀으로서는 한 제품을 개발하면서 세 번이나 PM이 교체됐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한다. 그럼에도 개발팀은 내부 상황을 설명하기 이전에, 제품 자체로도 지금까지 웹에디터의 진화에 한 획을 그을만한 새로운 버전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는다. 빠르고 쉬운 위지윅 웹에디터로 시작FX를 살펴보기 이전에 처음 나모 웹에디터의 시작부터 이야기를 들어봤다. 웹에디터 1.0의 베타 테스트를 맡다가 개발팀에 들어와 현재 웹에디터의 스펙을 담당하고 있는 우상훈 대리는 “초기에는 프론트페이지를 타겟으로 많은 부분 모방을 했다. 최대한 미니멈한 스펙에 컴포저를 추가하는 정도였다”며 “2.0으로 넘어가면서 조금씩 부가기능을 추가하고 출판기능과 사이트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이렇게 2.0 대까지는 액세서리를 추가한다든가 혁신적인 UI의 변혁까지는 이루지 못한 채 ‘좀더 나은 위지윅’에 만족해야 했다. 빠르고 종합적인 웹에디터로의 위상은 3.0때 정립됐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사이트 마법사를 비롯한 부가 기능들이 3.0에서 추가되었으며 이때 사용자의 반응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3, 4버전이 나올 무렵이 99년, 2000년 초이므로 국내에 인터넷 문화가 확산되면서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를 웹에디터와 웹의 만남이 더욱 견고해졌기 때문이다. 이후 5버전에서는 기존 초보 사용자를 위한 웹에디터의 개념을 확장해 고급 사용자까지 포괄할 수 있는 세련된 UI와 고급기능 설치에 힘을 기울였고 이번 나모 웹에디터 6버전에 와서 비로소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개발팀은 “6버전이 내외부적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라인업을 거쳤지만, 개발팀은 초보 사용자부터 고급 사용자까지 포섭할 수 있는 확장된 웹에디터로 변모시키는 데 가장 많은 힘을 기울였다”고 말한다.고급 사용자까지 포괄해 볼까?이러한 버전업 사연(?)을 듣다 보면 개발팀의 끝나지 않은 숙제는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하나는 바로 초보자부터 고급 사용자까지 전 사용층이 만족할만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번 웹에디터 FX에서 ‘FX’에 굳이 의미를 붙이자면 ‘Fun & eXciting’이라고 한다. 사용자가 즐겁게 웹 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으로서 웹에디터의 역할을 대변하는 듯하다. 여기에 개발팀은 한 가지 더, ‘이지(easy)’를 붙여서 기존에 널리 사랑받아온 ‘쉬운 사용법’을 장점으로 내세운다.하지만 많은 기능들이 웹에디터의 ‘이지’한 이미지에 가려져 고급 사용자들에게는 그리 크게 부각되지 못하는 점이 개발팀은 못내 아쉽다고. “웹 사이트 제작 사이트를 많이 돌아다니다 보면 웹에디터에 있는 기능임에도 사용자들이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는 정말 답답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이번 버전에서는 지난 5 버전의 규격을 없애고 처음부터 다시 접근했다.직관적이고 강한 UI가 필요하다모든 사용층을 품에 안는다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또 하나의 과제는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기능만 나열해 놓고 사용자에게 알아서 쓰라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기능과 성능은 기본으로 갖춰 놓고 그 위에서 어떻게 ‘플레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고 김 차장은 이야기한다.웹에디터의 강인한 내부보다는 외부에, 특히 UI 개선에 많은 힘을 쏟았다고 한다. 문서 편집을 쉽게 하고, 사이트를 편리하게 구축하는 것, 여기에 최근 맞춤 아파트가 유행이듯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맞춤 웹 에디팅을 할 수 있는 웹 오쏘링 기능에 충실하겠다는 것이 개발팀의 오랜 과제이다. 수식과 차트를 연동하고 모바일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일은 그 위에 확장될 웹에디터의 모습이 될 것이다.국내 굴지의 소프트웨어 개발팀이러한 두 가지 과제에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국내 굴지의 소프트웨어 개발팀’이라는 바깥의 시선이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쓰고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기 때문에 작은 기능 하나라도 함부로 만들 수가 없었다”며,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 버그도 고쳤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를 한다. 어찌됐든 국내 유수 제품이라는 인식이 부담감보다는 사명감으로 작용하는 듯하다.개발 역사도 중요하지만 팀원 면면에 대한 자부심 또한 남다르다. 개발자로서의 소양, 기술적인 백 그라운드, 기반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중시하는 나모이기에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만 신입 개발자로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 작성한 코드를 제출하고 시험 당일 직접 코드를 짜고 면접을 봐가며 C나 C++에 대한 언어적인 이해는 어느 수준인지, 내부적으로 옵티마이징이 잘 되어 있는지, 유행을 좇지 않는 기반 기술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등을 꼼꼼히 검토한 후 선발을 한다. 신입을 지원하는 개발자로서는 혀를 내두르는 관문이지만 그렇게 들어온 팀원들은 한층 견고히 제 역할을 다 해내게 된다.개발팀의 평소 일정을 보면 스펙이 잡히고 초기 개발이 진행될 때 스터디를 챙기다가 본격 개발을 진행한다. 스펙 이슈에 따른 회의는 ‘질릴 정도로’ 많이 미팅을 한다. 워낙 다양한 기능이 있기도 하지만 처음 정해진 스펙에 변동이 많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끈끈한 동료애와 제품에 대한 애정프로그램의 덩치나 역사, 일련의 불미스러운 뉴스에 시달린 점에 비해 팀원들은 상당히 젊고 밝은 분위기다. 지난 추석 연휴 때에도 태풍 ‘매미’가 휩쓸로 지나갔다는 바깥 세상(?) 소식을 뒤늦게 접할 정도로 꾸역꾸역 앉아서 일만 했다고. 그리고 인터뷰 이틀전 사흘밤을 새며 마침내 RC 버전을 내놓고는, 씻고 이발하고 뽀얗게 되어서 나타난 것이라 한다. 개발팀은 지금까지 일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 보다는 최근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거친 일이 기억에 더 남는 듯하다. 김기응 대리는 “회사가 불안정하고 한참 흔들릴 때는 불안감도 느꼈다. 개발팀 내부 결원이 생겨서 부하가 일어나는 바람에 너나 할 것 없이 다 같이 힘든 시기였다.그럼에도 한번 시작한 프로젝트를 내 손으로 마무리하고픈 욕심이 더 컸다”고 말한다. 회사가 어려울 때의 혼란스러움, 다시 본 궤도에 올라오니 3개월이라는 짧은 남은 기간, 그 안에 전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압박감 등을 모두 제품에만 쏟아부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힘든 터널을 지나온 동료들이라서인지 더 밝고 단단한 결속이 돋보이는 건 당연한 결과다. 비온 뒤 땅이 굳듯이… 프로그램이 일정 버전 이상이 되면 ‘더이상 진화할 거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더러 한다. 그러나 웹에디터 팀은 이러한 의견에 대해 “아직은 무궁무진하다”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컨슈머 시장의 패키지로뿐 아니라 기업시장에서 KMSCRM 저작 툴, 웹 컨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솔루션 개발로도 뻗어나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이런 의지를 반영해 내년에는 유비쿼터스와 서비스 모델을 접목해 더 명확한 제품으로 시장에 선보일 웹에디터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듯이, 고된 업그레이드를 거치고 비로소 밝게 웃는 그들의 모습이 다음번에 만날 때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