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 음향 5.1채널 헤드폰「엠엠기어 M500FL」

일반입력 :2003/08/07 00:00

남효정

홈씨어터를 즐기려고 큰 돈 들여 덩치 큰 스피커를 잔뜩 설치해 놓고도 정작 주 시청시간대인 저녁에는 눈치가 보여 볼륨을 원하는 만큼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방에서 날아다니는 총알과 등 뒤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음을 제대로 즐기기에는 TV 볼륨 수준으로는 어림없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홈씨어터용 멀티채널 지원 헤드폰이다. 국내 최초로 홈씨어터용 멀티 채널 헤드폰 ‘리얼라이저’를 선보였던 엠엠기어에서 출시한 신제품 ‘M500FL’은 5.1채널을 완벽하게 지원하는 홈씨어터 전용 헤드폰이다. 전작인 리얼라이저가 프런트와 리어로 나뉘는 리얼 4채널을 방식이었던 반면 이번 모델은 완벽한 5.1채널 사운드를 재생해 낸다.

우선 외관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장시간 착용시 불편했던 백폰형 대신 일반적인 오버헤드 형태로 바꿨다. 헤드유닛의 연결부분을 이중으로 설계해 보관하기도 편하다. 헤드폰 연결 잭도 5.1채널을 지원하는 만큼 프런트, 리어, 센터 등 3가닥으로 분리돼 있어 일반 스테레오 헤드폰과 확연히 구분된다. 단자는 각기 다른 컬러를 사용한데다 각각 위치별로 이니셜이 새겨져 있어 초보자도 손쉽게 사운드 카드에 연결할 수 있다.

귀에 닿는 이어패드에는 부드러운 스웨이드 소재를 사용해 장시간의 영화 시청에도 이물감이나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홈씨어터용인 만큼 밀폐형 구조를 채택해 외부 소음 차단효과도 좋다. 헤드폰 연결 케이블의 길이는 충분해 아니라 TV 앞에서 멀찍이 떨어져 감상하기에 넉넉하다.

그렇다면 성능은 어떨까? 테스트에 사용한 사운드 카드는 마야 5.1, 어쿠스틱 엣지, 사블 라이브 5.1, 오디지2 등으로 사용자가 많은 제품들로 골랐다. 우선 인상적이었던 것은 음 분리도. 영화 ‘글라디에이터’의 초반 전투장면이나 ‘반지의 제왕’에서 괴물들이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장면에서 서라운드 효과는 과연 헤드폰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좌우는 물론 앞 뒤의 방향감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겉으로 봐서는 스테레오 헤드폰과 같이 좌우 2개 유닛만 있는 것 같지만 안쪽에는 스피컷 유닛이 3개씩 장착돼 있다. DVD 재생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헤드폰용 가상 멀티채널과는 방향감이나 분리도면에서 분명 한수 위였다. 대사를 전담하는 센터 채널 역시 독립 유닛을 사용해 음성이 또렷할 뿐 아니라 별도로 볼륨조절도 가능한 점도 돋보인다.

음색은 전작인 ‘리얼라이저’보다 다소 부드러워졌다. 이글스 라이브 공연 DVD의 ‘호텔켈리포니아’의 전반부 드럼은 적당히 단단하며, 기타 전주는 또렷하지만 날카롭지 않아 좋다. 중역대의 표현력이 좋아 보컬이 잘 살아나는 것도 특징이다. 음악 감상시 부드러운 저역이 풍성하면서도 적당한 탄력을 갖고 있어 듣기 좋다. 하지만 전체적인 포커싱이 다소 흐리고 약간 멍한 맛이 있는 점이 아쉽다.

PC에 연결할 경우 헤드폰 앰프 없이 직결해 사용해도 영화감상에 큰 무리는 없지만 폭발음이 많은 액션 영화 마니아라면 5.1채널 헤드폰 앰프를 따로 구입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아무래도 사운드 카드로는 음량에 한계가 있어 박진감을 극대화하기엔 한계가 드러난다. 특히 레이저 건이 난무하고 전투 비행정의 굉음으로 가득한 ‘터미네이터 2’나 ‘애니메트릭스’의 추격전 등에서는 출력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헤드폰 앰프가 있으면 AV앰프나 플레이스테이션 2 등에도 손쉽게 연결할 수 있으니 홈씨어터 마니아라면 헤드폰과 함께 구입을 고려해 볼만하다.

M500FL은 전작에 비해 여러모로 업그레이드 된 반면 가격은 오히려 낮췄다. 소비자 가격 6만원대로 전작 리얼라이저가 10여만원에 판매됐던 것을 감안하면 실로 놀랄만한 가격 인하다. 5.1채널 스피커 패키지 구입이 부담스럽거나 메인 스피커가 있더라도 서브용으로 두고 심야시간대에 사용하기에 딱 좋은 제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