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더스는 34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서점인 보더스 그룹의 공동 창업자다. 한때 보더스는 온라인 식품점 웹밴의 대표이기도 했다. 수십억 달러의 자본이 투입된 웹밴은 2001년 결국 문을 닫았다. 이로써 보더스는 화려한 꿈과 닷컴시절의 과장된 거품을 동시에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스스로 '연쇄 기업가'라고 말하는 보더스는 이번에 또다시 회원제 기반의 온라인 종합 가판대 킵미디어(www.keepmedia.com)를 출범시켰다. 보더스가 풀어야할 어려운 과제는 ‘컨텐트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네티즌에게 납득시키는 것이다. 인터넷은 중요한 출판 플랫폼으로 자리잡았지만 컨텐트를 이용하기 위해서 돈을 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보더스는 이러한 사람들의 인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큰소리 친다. 킵미디어는 비즈니스위크, U.S. 뉴스, 월드 리포트, 에스콰이어 등의 잡지 컨텐트를 유료 회원제로 서비스한다. 이 방식은 이미 시장에서 실패한 전례가 있지만 보더스는 “킵미디어는 고품질의 출판물을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제공하기 때문에 이전의 경우와는 다르다”며 “경쟁력있는 고급 온라인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패와 성공을 두루 경험한 보더스는 어쩌면 지금까지 했던 일 가운데 가장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는 사업에 뛰어든 셈이다. CNET 뉴스닷컴은 캘리포니아 포스터에 소재한 킵미디어 본사에서 보더스를 만났다. 우연이지만 포스터는 과거 웹밴 본사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킵미디어가 태어난 배경은?덕(덕 해링턴, 킵미디어 공동설립자이자 CEO)과 만난 이후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는 인터넷을 신봉한다. 닷컴 붐은 끝났지만 그동안 인터넷은 많은 발전을 했다. 한가지 놀라운 점은 영화업계 수익의 2/3가 보유하고 있는 컨텐트에서 발생하고 있는 반면 잡지는 컨텐트에서 아무런 수익을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대한 컨텐트가 전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인터넷 벤처 투자에 있어서 2003년과 1998년의 차이는? 현실감각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인터넷 붐이 한창이던 때는 돈은 축복이라기 보다 차라리 저주에 가까웠다. 환상에 사로잡혀 비즈니스의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했다. 요즘에는 벤처 창업에 앞서 깊이 심사숙고하기 때문에 훨씬 더 준비가 잘 돼있다. 닷컴 붐 시기에 우리가 배운 것은 돈의 무서움이다. 그 중 특별히 배운 하나가 있다면 공동 마케팅과 공동 브랜딩의 필요성이다. 갑자기 새로운 브랜드를 만든다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는 않는다. 브랜드 통합은 재미있는 비즈니스다. 이를 통해 성공을 거둔 예도 많다. 드라이어스 아이스크림과 스타벅스가 합쳐 만든 자바 칩 아이스크림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아이스크림이다. 그 사실이 새로 시작하는 사업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잡지는 강력한 커뮤니티를 갖춘 훌륭한 브랜드지만 그 활용도는 아직 충분치 못하다. 우리가 이들을 합쳐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면 각 잡지들이 스스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많은 상점들이 입점해 있는 쇼핑몰과 마찬가지 개념이다. AOL 타임워너와 같이 이미 유력 매체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미디어와도 제휴할 계획인가.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140개 잡지를 확보했다. 대형 미디어와는 몇 차례 매우 긍정적인 모임을 가졌으며 곧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협상에 있어서 미디어들의 유료화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있었는지. 올해들어 AOL이 타임지를 AOL 유료 시스템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유료 컨텐트의 확산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도 상당히 기쁜 소식이다. 보다 많은 컨텐트가 유료 시스템에 포함된다면 컨텐트에 대해 돈을 내야한다는 인식도 자연스럽게 자리잡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다운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 쉽게 생각을 바꿀 것이라 생각하는가. 현재는 인터넷 이용인구의 15%만이 유료 컨텐트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무료로는 고만고만한 컨텐트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무료 잡지를 보면 내용에 별로 신뢰성이 없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보더스 그룹과 웹밴에서의 경험이 킵미디어에 대한 비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유료 시스템에는 컨텐트가 많을수록 사람들의 지갑을 더 쉽게 열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그리고 진정으로 생활에 도움이 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비록 전에는 실패했지만 웹밴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생활에 유익했기 때문이다. 보더스 서점도 커뮤니티의 질을 한 단계 높여준다. 즉, 유익하면서 즐길 수 있는 것을 합쳐놓은 것이다. 미디어도 이와 같은 개념이다. 아마존닷컴은 서적의 텍스트 검색을 추진 중이다. 많은 컨텐트 보유기업들이 자신의 컨텐트를 디지털화하고 있다. 구글도 신문 기사와 PDF 목록을 만들고 있으며 이 같은 컨텐트에 대한 검색 기능도 확장시킬 전망이다. 이 분야는 최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미디어의 변화와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들과의 경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구글은 사람들을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고속도로와 같다. 인터넷을 관통하는 동맥으로서 구글의 비즈니스는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킵미디어의 비즈니스 모델은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에 고품질의 컨텐트를 날라다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고속도로를 타든, 정원으로 들어가든 그것은 사용자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킵미디어는 아마존과도 다르다. 아마존은 제품 판매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우리는 컨텐트 소매에 주력한다고 할 수 있다. 컨텐트빌(Contentville)과 같은 예전의 컨텐트 판매 벤처기업들이 실패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컨텐트빌은 흥미로운 예다. 좋은 아이디어로 출발했지만 3년 전 당시에는 사람들이 컨텐트에 대해 돈을 내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대에 맞지 않았다. 게다가 컨텐트빌은 스스로 발목을 잡는 우를 범했다. 즉 직접 컨텐트를 생산해 유통시켰는데 이 때문에 다른 업체에서는 컨텐트빌을 경쟁업체로 간주, 같은 플랫폼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또 한가지 그들의 실패 요인은 뛰어난 컨텐트와 별볼일 없는 컨텐트가 뒤섞여 있었다는 점이다. 유력 출판사들은 2류 컨텐트와 자기네 컨텐트가 나란히 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동안 뒤를 돌아볼 시간을 가졌을텐데, 웹밴 시절의 가장 큰 실수를 꼽는다면? 지금 생각해보면 웹밴은 상당히 괜찮은 사업이었다. 사람들도 좋아했으며 수요도 많았다. 시대를 그리 앞서간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충분한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못했다. 가장 근본적이며 중요한 실수는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자리잡기도 전에 규모를 너무 키웠다는 점이다. 소매사업은 비즈니스 모델이 먼저 자리를 잡고 규모가 성장해야 하는데 이 규칙을 어긴 것이다. 충분한 자본금을 믿고 비즈니스 모델 안정화보다 규모의 성장을 먼저 추구한 것인데 이는 큰 실수였다. 웹밴이 상장된 후에는 내가 없었기 때문에 별로 할 말은 없다. IPO 직전에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동안 일부 슈퍼마켓 체인에서 온라인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웹밴도 너무 앞서갔던 것이 아닌지. 웹밴은 수요가 많았다. 우리는 실리콘밸리 구역에서만 매년 1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상당히 큰 규모의 사업이었다. 하지만 이후 매출은 급감했다.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이 안정되기 전에 지나치게 설비가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지금 생각하는 인터넷의 매력은? 인터넷은 현실이다. 닷컴 거품은 가셨지만 지금 인터넷의 트래픽과 유용성은 놀라운 수준이다. 앞으로도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얼마나 많은 지식을 얻게 될지 생각해보면 놀라울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몇 년 전만 해도 온라인 쇼핑, 유료 컨텐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