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의 미래라니?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불안을 느낄까? 막연한 이상주의를 느낄까? 이 미묘한 말을 다시금 꺼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달 17일, 인터넷판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의 과학기술(Science & Tech) 섹션에는 '리눅스 컴퓨터 운영체제가 산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Linux Computer Operating System Catches Eye of Business World)‘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서 리눅스 토발즈는 자신의 ‘LINUX’가 적힌 자동차 번호판을 들고 웃고 있는 중이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사실 다양한 주제를 업급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사의 할애는 그리 클 수가 없다. 필자는 오히려 밖에서 비전문가가 객관적인 요약을 하는 내용을 살펴봄으로써 지금 GNU/리눅스가 처한 문제점을 살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대안으로 보는 시각이 점차 지배적으로 되어가고 있다는 점과 린도우(Lindow)라는 상표에 대해 MS가 상표권 침해 소송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고, MS의 매기 윌더로이터 비즈니스 전략 부분 부사장과 오라일리의 레이힐 수석 운영담당자와의 주장을 비교하고 있다. 매기 부사장은 여기서 오픈소스와 리눅스를 강아지(Puppy)에 비유했다. 그는 강아지를 누군가로부터 받는 것은 공짜지만 평생 동안 유지해 주고 보살펴 주느라 누군가는 애를 써야만 하고 이런 비용은 결코 싼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결국 소비자들은 MS의 플랫폼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레이힐의 반박이 더 멋지다. 그녀는 “여전히 MS는 오픈소스 진영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전체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면 어느 바보 같은 사람들이 리눅스를 선택하려고 하겠는가. 리눅스 환경을 사용하는 수많은 CIO들은 그런 MS의 말을 믿지 않을 만큼은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MS는 마케팅에서 약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비슷한 대립의 예는 여기에 또 있다. 이번에는 법률가들의 양보 없는 대립이다.오픈소스와 소스 공유 정책2002년 7월, 미국 매샤추세스 주의 고풍스런 건물들 사이에 자리잡은 하버드 법과대학의 어느 강의실. 그 무더운 대기 속에서도 나뭇잎들은 너무나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하버드 법대의 버크만 센터(Berkman Center for Internet & Society)의 인터넷 법 강좌(internet law program)의 한 세션에서 팽팽하게 일렁이는 긴장감을 휘저으며 두 명의 법률가가 격렬하게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스탠포드 법과대학 로렌스 레식 교수와 MS의 소스 공유 정책 매니저인 제이슨 메튜소우였다. 한 명은 MS 반독점법 위반 사건의 법무부측 소송 대리인이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옹호자였고, 나머지 한 명은 레드몬드에 누워있는 소프트웨어 산업계의 공룡을 철저하게 대변하고 있었다. 이 흥미로운 논쟁을 지켜보는 것은 마치 인터넷 뉴스를 통해 흘러나오던 팽팽한 두 세력의 대결이 가상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구체화되어 눈앞에 펼쳐진 것과 같은 생생함이 있었다. 물론 특별한 것은 없었다. 레식 교수는 사람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GPL 얘기를 또박또박 침착하게 이야기했으며, 매튜쇼우는 각가지 차트를 들어가면서 더 힘들게 얘기했다. 이를테면 제이슨 메튜소우는 꿋꿋하게 주장을 하되 신랄한 비판을 받고서 태연함을 가장하는 데 벌써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 강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비우호적인 질문을 메튜소우에게 툭툭 던졌으며 게다가 쉬는 시간에 그는 약간 외로워 보였다.복잡한 진실그러나 모든 것이 명백한 것은 아니다. 진실은 때로 복잡하고 어렵고 멀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봉하는 매트릭스 리로디드 말고 고전적인 1편의 매트릭스에 대해 검색엔진을 통해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매트릭스는 우리말로 '자궁'을 뜻하는데, 영화 속의 배경이 되는 가상공간을 가리킨다. 이 가상공간은 인공 지능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곳. 물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조작된 기억 탓에 모르고 있다. 이 가상공간에는 컴퓨터의 인간 통제에 맞서 싸우는 반란군이 있고, 그 안에 숨은 배신자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반란을 성공으로 이끌어 줄 영웅(영화 속에서는 '그(the one)'라고만 불린다)을 찾고, 인간의 형상을 한 '요원'들이 그들을 추적한다. 매트릭스의 내부 구조로 깊이 들어갈수록, 그리고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자신의 역할에 눈 떠 갈수록, 네오는 더 큰 저항과 더 무서운 진실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상상할 수 없는 불가능에 가까운 선택을 강요받는다. 사랑과 신념, 목적과 명분이 모든 것의 합류점에서 네오는 자신이 택한 길을 따라가야 한다.”
누가 썼는지는 몰라도 너무나 멋지게 영화를 요약한 글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오픈소스와 매트릭스에 대한 복잡한 진실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까? 일단 이름을 붙여 보자. 그리고 그 다음은 스미스 요원과 매트릭스를 지배하는 세력이 있고, 네오와 트리니티, 모피어스는 저항군이고 정의의 군대이며 아직은 열세자이지만 그들은 멋지다고 한번 말해보자. 해마다 482억불을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고 우리나라에서만 거의 7000억을 가져가는 MS라면 매트릭스의 지배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의 GNU/오픈소스 진영은 네오보다 더 왜소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현실이 항상 해피엔드가 아니라는 것. 진실은 다소 복잡할 수 있다는 점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화면 2>SCO소송 관련 CNET기사
리눅스에 대한 공격 모두 알다시피 리눅스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미 정량적인 발전을 이루어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하여 어느 정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과는 별도로 아직도 많은 부분이 부족하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것은 오픈소스의 단점으로 꼽혀온 책임소재 불분명, 개발의 집중성 부족 등이다. 오픈소스의 희망은 정성적인 성장의 탄탄한 기반 위에 발 딛고 설 때 비로소 찾을 수 있다. 최근 SCO 그룹이 1500개 정도의 대기업들에게 리눅스를 사용하면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이 리눅스 업계를 긴장시켰다.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SCO 그룹은 그간 자사의 유닉스 지적 재산이 불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처음엔 SCO 그룹은 IBM만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었다. 그 이유는 SCO의 라이선스를 사용하는 IBM에 대해 유닉스의 비밀을 리눅스 기능 향상을 위해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것 등이었다. 이제 MS 이후에 또 하나의 MS가 리눅스 공동체와 사실상 대적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SCO 그룹의 기세로 보자면 1500여개 기업을 향한 소송을 쉽게 끝낼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SCO는 스스로를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음악 산업에 비교하고 있다. 자신들이 다수를 상대로 하여 긴 싸움을 시작했고 따라서 욕 좀 먹더라도 명분있는 정당한 행동을 하는 것이므로 당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SCO 그룹은 얼마 전 분산형 패킷구조를 가진 P2P 소프트웨어에 대하여 미국 로스엔젤레스 지방법원이 내린 무죄 판결을 아직 모르는 듯하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연방 판사는 2003년 4월, 어느 날 냅스터 판결에 아랑곳하지 않고, 음반 회사들과 영화 스튜디오들이 파일 교환 서비스 업체인 스트림캐스트 네트웍스와 그록스터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대부분 기각했다. 또한 SCO 그룹은 리눅스가 SCO의 유닉스웨어 제품의 프로그래밍 코드를 베꼈다면서 몇 줄이 그대로 들어가 있거나 그 근거를 감추기 위해 ‘애매모호하게’ 작성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들의 주장이 ‘아이디어는 오직 그 표현방법 외에는 달리 효과적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그 표현에 대하여 저작권의 보호가 주어져서는 안된다’는 합체의 원칙(merger doctirne)을 고려한 주장인지 의문스럽다. 그러한 SCO 그룹의 주장이 사실상의 표준화가 쉽게 진행되는 유저 인터페이스에 관련된 내용이라면 그리고 그 표현 방식이 사실상의 표준으로 굳어진 프로그램 메뉴 구조 따위의 것이라면 법원에 의하여 저작권으로는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SCO는 과연 알고 있는 것일까? 물론 사람들은 IBM의 변호사들이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문제는 SCO가 “리눅스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은 일반 사용자에게도 있다”고 말한데 있다. SCO는 자사의 권리를 침해한 회사의 리눅스 버전을 구입했다면 고객들 역시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는데 그것을 보면 SOC는 자신들의 지적 재산을 보호하는데 리눅스 공동체도 걸고넘어지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가트너 G2의 보안 연구 부담당인 리차드 헌터는 에릭 레이몬드를 만나고 돌아와서 느낀 『비밀없는 세계(World withoue secret : Business, Crimine and Privacy in the age of Ubiquitous Computing)』란 책의 일부분에서 밝히면서 이렇게 말한바 있다.
“할로윈 문서 등을 포함해서 엉터리 언론플레이 등 MS는 네트워크 군대에 맞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경우들을 보여 주었다. 오픈소스 운동이 MS를 파괴할지 그렇지 않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마도 그런 사태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MS는 이미 상당부분 피해를 입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손해를 볼 것이다. 두 번이나 강조하였던 말을 여기 다시 하겠다. 결코 네트워크 군대를 적으로 만들지 말아라”
SCO 그룹은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것인가?디지털 저작권 관리와 오픈소스지난 4월, 리누스 토발즈는 리눅스 소식을 전하는 전자메일을 통해 토발즈는 리눅스 운영체제의 어떠한 규칙도 개발자들이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 Digital Right Management)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쉬운 말로 리눅스 운영체제 내부의 디지털 저작권 관리 존재 가능성을 허용하고 컴퓨터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깊숙이 인증 기능을 포함시켜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저작권 관리는 컨텐츠 소유자가 저작권을 보호하고 고객과 긴밀한 연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하고, 디지털 미디어 컨텐츠는 암호화를 핵심적인 골자로 한다. 즉 디지털 저작권 관리는 디지털 미디어 컨텐츠를 암호화하고 컨텐츠 재생에 대한 적절한 사용 허가를 받은 사람들만 액세스하도록 제한하는 시스템으로 소프트웨어 락, 식별 기능, 정보 암호화, 소프트웨어의 정품 여부 확인부터 영화 불법복제 방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저작권 관리를 신뢰할 만한 컴퓨팅의 구현의 수단으로 여기고 열심히 뛰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MS와 인텔이다.리누스 토발즈의 이런 메시지 이후 개발자들의 당황스런 답 글은 오픈소스 진영과 반대진영의 팽팽한 긴장상황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오픈소스 혹은 자유 소프트웨어 진영 일부분은 이러한 디지털 저작권 관리기술을 '자유 침해행위'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깊숙이 인증 기능을 포함시키는 것을 좋아할 것인가? 오픈소스 진영의 일부 개발자들은 이러한 인증 기능을 적용하면 특정 소프트웨어가 표준 하드웨어에서 동작하지 않거나 다른 표준 프로그램과 상호호환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인증 기능은 영화사·음반사 등 대형 컨텐츠 공급자들의 사용자들에 대한 통제권을 훨씬 강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승인 시스템(Trusted system)인 디지털 저작권 관리 기술이 거대 상업용 소프트웨어 회사들에게 보편화되고, 컴퓨터 시스템에 적용되면 훨씬 광범위하고 폭넓고 철저하게 지적재산권 관리가 강화되며, 디즈니와 같은 컨텐츠 보유 기업의 권한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그와 결탁한 거대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통제력도 강화된다. 디지털 저작권 관리 기술은 거의 완벽한 통제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정당한 공정사용(fair use)에 대한 특별한 정책적인 관심이 없이는 저작권법이 의도하고 있는 저작자와 이용자간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일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에 의해 지적되어 왔다. 우리는 여기서 MS와 넷스케이프 사이의 웹 브라우저 시장을 둘러싼 반독점법 사건의 교훈을 떠올려야 한다. 웹 브라우저를 둘러싼 전쟁의 중심은 웹 브라우저 시장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누구도 브라우저 시장에서의 지위를 바탕으로 운영체제에서 MS의 절대적인 지배권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못 박으려는 것이었다. 우리는 과연 우리가 어떤 책을 읽는지, 어떤 음반을 사는지 어떤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어느 기간 동안 사용했는지 누군가가 멀리서도 유리알처럼 낱낱이 알기를 바라는가? 아니 과연 그러한 용도에 오픈소스와 리눅스가 쓰이길 바라는가? 수많은 개발자들과 디지털 시대의 장인들이 그러한 용도를 위해서 오픈소스, 리눅스 개발에 매달리지는 않았다. 저작권 관리 기술의 무비판적인 수용은 MS 등이 SCO처럼 누가 허락없이 소프트웨어를 가져다 쓰고 있느냐는 식의 주장을 하며 여기 증거가 있다고 공공연히 외칠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늘 우리는 통제권을 다시 잃을 수도 있는 잠재적 위협에 있다. 적어도 토발즈가 이러한 위험성을 모르고 한말이라고 믿고 싶다. 지속되는 미래
네오가 바로 ‘그’라면, 기적이 일어나서 날 막겠지. 그가 다른 사람들처럼 죽는다면 그것은 모피어스가 틀리다는 것을 의미하는 샘이지. 그가 죽는다면, 그가 ‘그’가 되겠어? - 매트릭스 1편에서 사이퍼의 말
리눅스가 진정으로 저변이 확대되어 가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기반을 탄탄히 다져가면서 단점을 보완해 가야만 하는 동시에 앞서 예를 든 새로운 잠재적인 위협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리눅스의 미래는 그 정당성과 설득력을 바탕으로 낙관하기보다는 다양한 견제세력에 대한 끝없는 대립에서 오픈소스만의 강인함과 유연하고 정확한 대응으로 견뎌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매트릭스의 내부 구조로 깊이 들어갈수록 그리고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자신의 역할에 눈떠 갈수록 네오가 맞닥뜨리는 더 큰 저항과 더 무서운 진실과도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릭 레이몬드는 그의 비교적 짧은 글인 「해커들의 반란」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는 농담삼아 세계정복을 이야기하곤 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그 위치에 도달하는 길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아닌 받드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하는 일을 처음부터 새로운 방법으로 생각하는 것과 기본적인 환경에서 사용자가 느끼는 복잡도를 최소로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컴퓨터는 인류를 위한 도구이다. 결국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하는 데 있어서 그 핵심은 인류를 위한 디자인으로 귀결된다. 이 길은 멀고 험난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바른 길을 가도록 의지할 수 있지 않은가?”
이와 같은 레이몬드의 말은 1998년도 12월의 언급이므로 벌써 5년 전의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의 의미는 아직 우리에게 무언가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다. 그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아마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