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프린터가 대세라지만 아직 사무 환경에서는 레이저 프린터가 주종을 이룬다. 잉크젯 프린터가 도저히 쫒아갈 수 없는 레이저 프린터만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무실 한켠을 지키고 있는 흑백 레이저 프린터에게 도전장을 내민 잉크젯 프린터가 있다. 비즈니스 잉크젯 3000은 컬러 프린터의 영역을 사무실까지 확장하려는 HP의 야심작이다.
컬러와 레이저 프린터는 그간 독자적인 장점을 바탕으로 각각의 영역을 고수해왔다. 컬러 프린터는 독보적인 컬러 표현 능력에다 저렴한 가격이 주무기다. 반면 비싼 유지비용과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 네트워크 기능의 부재 등이 약점이다. 일반 레이저 프린터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흑백에 제한된다는 단점을 가진다. 하지만 잉크젯 프린터의 1/5 수준에 불과한 유지비용과 빠른 속도, 강력한 네트워크 기능을 제공한다.
비즈니스 잉크젯 3000은 인쇄 방식 면에서 분명히 컬러 잉크젯 프린터이면서도 일반 가정이 아닌 사무실을 노린 제품이다. 레이저 프린터에 필적하는 인쇄 속도, 넉넉한 용지 공급,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지비용, 한 달에 3만장을 소화할 수 있는 내구성 등이 장점이다. 물론 잉크젯 프린터인 만큼 포토 프린터에 버금가는 컬러 출력질을 보여준다.
처음 프린터를 개봉하면 깜짝 놀랄 정도로 크다. 사양을 몰랐다면 A3 프린터로 착각하기 충분하다. 무게 또한 30kg에 육박할 정도로 무겁다. 인쇄 소음 및 진동도 상당한 수준으로 ‘주변기기’라기 보다는 ‘기계’라는 느낌이 강하다. 정숙한 사무실에서 사용하기는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다.
간단한 설정(랜 포트로 연결하는 경우 IP 설정 설차가 추가된다) 과정을 마치면 바로 인쇄를 시작할 수 있다. 전원을 켜면 초기 셀프 테스트를 실시한다. 전면의 LCD는 잉크 잔량을 표시해주기 때문에 잉크가 떨어져 낭패를 당하는 경우를 최소화할 수 있다. HP에 따르면 잉크 잔량이 20%까지 떨어지면 경고를 발한다고 한다.

레이저 프린터급 유지비용
비즈니스 잉크젯 3000은 사무용 제품인 만큼 경제성에 큰 초점을 맞췄다. 일단 4색의 잉크를 하나의 카트리지에 넣는 대신 각 색별로 분리했다. 이렇게 하면 고갈된 색의 카트리지만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통합형 카트리지에 비해 월등히 유지비가 절감되게 된다.
카트리지 헤드도 분리했다. 과거 HP의 제품은 카트리지와 헤드가 일체형이라 내구성이 뛰어나긴 했어도 카트리지 가격이 비싸지는 단점이 있었다. 헤드가 분리되기는 했어도 한달에 3만장을 출력할 수 있을 정도로 내구성도 강화시켰다.
그 밖에 하나의 카트리지에 담는 잉크양을 개당 55ml로 증가시킨 것도 유지비 절감에 한몫 한다. 대용량 카트리지를 사용하면 상대적으로 출력량 대비 카트리지 가격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저렴한 것일까? 현재 한국HP 웹사이트에 비즈니스 잉크젯 3000에 관한 정보가 없어 정확한 유지비용을 산출할 수 없었지만 미국 사이트에서는 흑백 카트리지가 33.99달러, 컬러 카트리지가 개당 65.99달러에 판매되고 있었다. 원화로 환산하는 경우 4개 카트리지를 모두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35만원이다. 한번 교체로 3300장을 출력할 수 있다는 HP 자료에 근거하면 컬러 문서는 장당 106원, 흑백 문서는 장당 13원 정도를 요구하는 셈이다. 이 정도면 컬러 레이저 프린터보다 월등히 우수할 뿐 아니라 흑백 레이저 프린터에까지 필적할 만한 수치이다.

그러나 개당 70.99달러에 이르는 헤드 가격을 포함해야 한다. 하나의 헤드로 얼마만큼의 문서를 출력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정확한 유지비용을 산출할 수 없었다. 그러나 헤드는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할 수 있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위의 유지비용에다 10~20% 정도의 가산치를 적용하면 무난할 것으로 여겨진다.
실출력 속도 18ppm
사무용 제품인 만큼 속도도 중요한 사양이다. 잉크젯 프린터의 속도가 워낙 부풀리기가 심하기 때문에 제조사의 사양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을 곤란하다. 도움말 파일을 이용해 10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MS워드로 출력해 보았다. 테스트 결과 일반 모드의 경우 23초, 고속 모드의 경우 34초라는 결과가 나왔다. HP가 밝히는 분당 21초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18ppm에 근접하는 수치다. 그야말로 레이저 프린터, 그것도 사무용 레이저 프린터에 필적하는 속도다.

10/100 이더넷 포트를 지원한다.

그 밖에도 사무용 제품 분위기를 풍기는 요소가 곳곳에 있다. 우선 HP 젯다이렉트 EIO 서버 및 PCL5c, 스크립트 3 에뮬레이션을 지원하며 USB2.0, 패러럴 포트 뿐 아니라 랜포트도 채용해 네트워크에 맞게 프린터를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최대 344MB까지 확장할 수 있는 기본 64MB 메모리와 160MHz 및 400MHz 듀얼 프로세서를 장착했다.
화질은 포토렛3를 지원하는 만큼 어지간한 포토 프린터 수준은 된다. 입자가 보이지 않을 만큼 세밀하지는 않지만 그라데이션이 풍부하고 색상 표현이 확실하다. 또한 일반 용지에 출력해도 종이가 우그러지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HP는 인쇄 종이가 나오는 부분에 뜨거운 열을 뿜어내는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웨트와이퍼 시스템을 도입해 노즐 막힘 현상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잉크젯 프린터의 고질적인 단점인 가로줄 무늬 현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비즈니스 잉크젯 3000은 인상적인 구석이 많은 프린터다. 육중한 크기와 무게도 인상적이지만 저렴한 유지비용과 빠른 출력 속도가 특히 돋보인다. 기존 흑백 환경에 컬러 기능을 추가하려는 기업에게 가격과 속도, 활용성을 두루 갖춘 제품일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