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CG 만든 디지털 도메인, 한국 진출

일반입력 :2003/05/07 00:00

정철진 기자

할리우드 컴퓨터그래픽 회사인 디지털 도메인(Digital Domain)이 최근 국내 소프트웨어 해외 마케팅 회사인 KSM과 손잡고 합작법인 ‘D2K’를 출범, 할리우드에서 충무로로 이어지는 대형 디지털 컨텐트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아이엘엠(ILM), 픽사(PIXAR) 등과 함께 ‘할리우드 컴퓨터그래픽(CG)의 빅 3’로 꼽히는 디지털 도메인은 그간 타이타닉, 반지의 제왕, 트리플X, 엑스맨2 등의 영화와 나이키, 벤츠, GM 등 CF에서 CG를 전담했던 회사. 타이타닉과 천국보다 아름다운 등의 영화로 오스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D2K 출범에 맞춰 6일 방한한 디지털 도메인의 스캇 로스 대표는 “한국의 뛰어난 디지털 기술력을 익히 알고 있다”며 인사말을 갈음했다.한때 독일 정부와 합작법인을 추진한 적도 있지만 현재는 한국 합작법인이 유일무이한 것으로 안다.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한국이 갖고 있는 ‘블렌딩(blending)’의 매력 때문이다. 기술력으로만 보면 인도도 상당하다. 특히 인도는 영어 소통이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다.그러나 한국은 기술수준, 고급인력, CG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IT 인프라스트럭처 등 여러 가지가 아주 잘 ‘융합’돼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인건비도 낮은 편이다.이름만 거창하게 붙인 또 다른 형태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그렇지 않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한국의 인력을 키울 계획도 갖고 있고, (한국의) 취약한 세계 네트워크 강화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약서에도 ‘D2K’ 이름이 영화 자막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미국에선 더 이상 CG가 고부가가치 사업이 아니다’란 말이 있다. 엄청나게 높아진 인건비 때문이라는데사실이다. A급 인력은 주당 1만5000달러까지 받는다. 디지털 기술력 자체는 고부가가치 지식사업이지만 이렇게 높은 인건비로는 경제성이 떨어진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상당히 괜찮은 합작파트너다. 한국 영화의 CG 시장도 커졌다고 들었다. 사업계획서에서 ‘컨텐트가 왕이다’라고 했다. 엄밀히 말하면 CG는 컨텐트를 새롭게 만들어낸다기보다는 기존의 컨텐트를 꾸미는 ‘서비스 공급자’가 아닌가디지털 도메인은 지금 ‘서비스 공급자’에서 ‘컨텐트 생산자(Content Creator)’로 변하고 있다. 한국 합작법인도 이 과정의 연속선 상이라고 보면 된다.픽사를 생각해 보라. 디지털 기술력이 없는 픽사의 작품들은 생각할 수 없다. 일정한 수준의 형식을 갖춰야만 훌륭한 내용을 창조할 수 있다.한국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많은 사람이 기획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기획력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인정하고 싶지 않을지 몰라도 세계 문화의 상당수는 미국에서 나온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면 더욱 치열하게 미국적인 문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획력이라는 것은 결국 글로벌 마케팅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결국 가장 큰 미국 시장을 공격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