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포 퍼베이시브 컴퓨팅「현실화 임박」

일반입력 :2003/04/12 00:00

Martin LaMonica

당시 IBM의 사장이었던 거스너는 미래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그렸다. 언젠가는 자동차가 스스로의 문제점을 알아낸 다음 이를 초고속 무선 네트워크와 원거리 고장 진단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차 메이커에 알려주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모든 일이 운전자가 모르는 사이에 이뤄질 것이며 이와 유사한 기술들이 자판기부터 VCR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제품에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꿈을 믿었다.신생 칩 제조업체인 유비콤의 CEO인 불런트 셀러비는 "한동안 사람들은 냉장고가 직접 수퍼마켓에 전화를 걸어 필요한 식품까지 주문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아이디어가 그리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 일부 진취적인 사람들이 이 아이디어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그들은 이 개념을 퍼베이시브 컴퓨팅, 디바이스 컴퓨팅, 혹은 확장된 인터넷이라고 부른다.유비콤과 엠웨어와 같은 몇몇 회사들은 터무니없는 닷컴 사기 정도로 보이던 이 아이디어를 좀더 현실성 있게 만들고 있다. 그들은 실제 응용할 수 있는 현실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유비콤은 오버헤드 프로젝터부터 난방과 환기 시스템 제조 회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체를 대상으로 13달러짜리 네트워크 프로세서를 광고하고 있다. 이 프로세서를 이용하면 업체들은 자기네 네트워크를 원거리에서 모니터할 수 있게 된다. 엠웨어는 상수도 처리 공장에서 사용하는 컨트롤러나 가정용 온도 조절기에 적용될 수 있는 빌트인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다.수없이 많은 기기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화된 세계는 아직도 수십년 정도를 기다려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퍼베이시브 컴퓨팅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공장이나, 선적장, 정유 제련소 등의 구체적인 장소에서부터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원거리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다양한 기술(칩과 원격 센서, 무선 네트워킹 셋업, 운영체제 그리고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등)들은 소비자 시장보다는 산업 현장에서 성장의 기회를 맞고 있는 셈이다. 액센추어 테크놀러지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인 글로버 퍼거슨은 "이것은 전자 상거래 혁명에 있어 두번째 기회다"라고 단언했다. 액센추어와 IBM은 각각 "유비쿼터스 컴퓨팅"과 "스마트 머신으로의 e비즈니스"라는 컨설팅 서비스를 만들어낸 바 있다.만약 이러한 모든 일들이 다 이루어진다면 거스트너는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현실에 스며든 퍼베이시브 컴퓨팅이렇게 주목받고 있는 기술의 대부분은 이미 구체적인 현실에서 사용되고 있다. 사실 거의 모든 업계에서 이미 퍼베이시브 컴퓨팅이라고 부를만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있다.예를 들어 의료 기구 제조사인 베크먼 코울터는 "예방이 최선이다"라는 오랜 속담에 따라 악시다 시스템에서 출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베크먼은 악시다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병원에서 사용하는 장비의 문제를 원격으로 발견하고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미리 조치하고 있다. 베크먼의 의료 테스트 기기들 안에는 직접 기기를 진단해서 그 정보를 베크먼사의 서비스 부서로 보내주는 소프트웨어가 탑재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화학 업계에서도 이용되고 있다. 서플라이넷 커뮤니케이션은 무선 센서를 설치해서 화학 약품 탱크가 어느 정도 비었는지를 계산할 수 있게 해놓았다. 화학 약품 생산 업체인 BASF는 고객의 현장에 센서를 배치해 실시간 재고 데이터를 전송받고 있다. 필요할 때마다 재고를 공급할 수 있고 제품 배급 업무가 좀더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소수의 소프트웨어 회사들과 서비스 기업들은 각각의 네트워크 기기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는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들을 기업 시스템에 연동시키고 있다. 회사들은 이를 통해 공급 체인 안에서 재고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고 있는지 혹은 제품에 대해 반응은 어떤지 등을 측정할 수 있게 된다. 9년 동안 모토롤라에 근무하던 마리아 마티네즈가 2000년 초 커베리 네트웍스라고 하는 하드웨어 제조사의 사장 겸 CEO의 자리를 맡았을 때 그녀는 이 같은 툴의 중요성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마티네즈는 당시 몇몇 파격적인 엔지니어들이 시도하던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이들은 네트워킹 칩을 디자인하는 대신 PC 대신 기계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여러 기업 정보 시스템에 보내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자체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개개의 제품들보다는 그 제품들이 사용되는 장소에 큰 영감을 받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런 기술들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나는 틈새시장에만 있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으며 대규모의 비즈니스를 해보고자 시도하게 됐다"라고 회상했다. 그 다음 해에 마티네즈는 회사 이름을 임브레이스 네트웍스로 바꾸고 초점을 칩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겼다. 현재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는 출퇴근 시간 정보를 인적 자원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동 입력하거나, 원격지에 있는 생체인식 보안 터미널의 정보를 받아들여 지문 인식 데이터베이스를 업데이트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그동안 임브레이스 네트웍스는 느리나마 꾸준한 성공을 거둬왔다. 이 회사는 고객 회사의 시스템을 네트워크에 연결시키고 안전하게 관리하며, 데이터 수집 및 원격 조종을 가능하게 하는 애플리케이션들을 만들어내고 있다.RFID 기술이 관건퍼베이시브 컴퓨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RFID(무선 주파주 ID 태그) 기술이 퍼베이시브 컴퓨팅을 비약적으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이 태그들은 각 제품의 종류 및 제조일자, 배치 위치와 같은 중요한 공급 관련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정도의 매우 작은 플라스틱 기기다.한 개의 칩과 무선 안테나를 탑재한 이 태그들이 유발할 수 있는 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 태그들은 의복에 넣어지거나 포장된 제품에 부착할 수 있을 만큼 작다. 기술자들은 RFID가 현재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UPC 바코드를 대신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한다. 미래에는 세제에서부터 공항 승객의 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RFID가 부착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이 태그들은 UPC 바코드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매사추세츠 기술 연구소의 오토 ID 센터 원장인 케빈 애쉬턴은 "이를테면 RFID는 컴퓨팅 세계의 아메바라고 할 수 있다. 이 칩들의 처리 용량 자체는 보잘 것 없지만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능력이 널려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의 소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오토ID 센터는 월마트와 질레트, 프록터 & 갬블과 같은 대규모 소매업체들의 후원을 받아 태그 제작에 필요한 표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10월경 선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이 계획에 따르면 모든 태그는 정보를 ‘리더(reader)’ 보내지게 된다. 리더란 특정한 거리 안에서 RFID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일종의 베이스 스테이션을 의미한다.스테이플즈의 CIO인 폴 개프니는 “태그를 사용하게 되면 비상시를 위한 여분의 재고가 필요 없어지기 때문에 수십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제품이 잘 팔려 재고가 줄어들게 되면 RFID 태그는 매장의 매니저에게 경고음을 보내 준다는 점을 강조했다.애널리스트들은 앞으로 나올 신제품들과 서비스 분야에 기기 네트워크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견한다. 예를 들면 냉장고 제조사들은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보다는 수천 개의 기기로부터 창출되는 막대한 양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마이닝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인 하버 리서치의 수석 분석가인 이안 바킨은 "한 집에서 10개의 기기가 하루에 3번씩 15개의 데이터 포인트에 대해 보고하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그 정도만으로도 어딘가에 있는 서버들은 몇 조의 데이터 포인트를 처리해야만 한다는 의미이다"라고 말했다. 하버는 2000년 이전에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가 폭증할 것이며 2007년경에는 관련 제품들과 서비스의 숫자만도 1조 5000억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AMR 리서치에서도 비슷한 예측을 내놓았다. AMR 리서치는 2005년도까지 RFID 시스템이 약 50억개 이상 판매될 것이며 2006년도까지는 약 150억개의 태그가 판매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늘날에도 RFID 태그가 사용되고는 있지만 애널리스트들은 20센트에서 10달러에 이르기까지 들쑥날쑥한 태그 가격이 약 5센트 정도까지 인하돼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태그의 가격이 충분히 저렴해지게 되면 전통적인 유통 체인에 대혁신을 가져올 것이며 결국 상호연결된 기기들이 이루는 좀더 큰 네트워크와 합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태그와 센서, 그리고 다른 인공지능 기술들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오토 ID의 애쉬턴은 "그 때는 네트워크 전체에 걸쳐 수많은 정보들이 산재하기 때문에 컴퓨터가 어디에 있는지 컴퓨팅 작업이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다. 21세기 컴퓨팅은 이 모든 세부 조각들을 정리하고 요약하는 일이 주된 작업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