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빅, 사전과 만나다「셀빅XG MDIC」

일반입력 :2003/03/05 00:00

문성욱

사용자들이 PDA에서 사용하기를 원하는 가장 대표적인 기능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사전 기능이다. 그러나 PDA용 한영사전을 별도로 판매하는 경우는 드물 뿐 아니라 간혹 번들로 제공된다고 해도 그 내용이 불만족스러운 경우가 많다. 또한 설치에 많은 메모리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셀빅XG MDIC은 이렇듯 요긴하면서도 실망스러웠던 사전기능을 대폭 보강한 제품이다.

다시 태어난 셀빅XG 한정판

셀빅XG는 무선인터넷 기능을 지원하는 최신 셀빅 시리즈 제품이다. 벌써 출시된 지 일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후속모델을 나오지 않고 있다. 대신 제이텔은 기존의 셀빅XG를 조금씩 변형시킨 모델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셀빅XG MDIC도 셀빅XG의 기반을 둔 제품이다. 그러나 초기의 셀빅XG가 아닌 가장 최근에 출시된 셀빅XG 한정판을 개량했다. 무선 모듈이 제거되었으며 메모리 또한 32MB로 동급 PDA 중에서는 대용량이다. 다만 타사의 대부분의 제품들과 달리 별도의 메모리를 확장할 수 없다.

셀빅은 OS부터 하드웨어까지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토종 PDA로서 팜과 비슷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사용되는 CPU 역시 팜 기종에서 많이 볼 수 있는 33MHZ의 모토롤라 CPU를 탑재했다.

이 때문에 멀티미디어적인 기능보다는 PIMS 사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자체 OS를 탑재한 PDA 중 가장 오랜 기간 생산된 제품답게 소프트웨어와 응용프로그램도 넉넉한 편이다. 특히 완벽한 한글화와 국내환경에 적합한 소프트웨어들은 셀빅만의 장점이다.

휴대폰기능을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답게 1000mAh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더구나 충전식 PDA로서는 드물게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어 장시간 충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는 2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에 완충할 수 있으며 싱크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충전을 할 수 있다. 어댑터의 크기 또한 작아 휴대하기에 간편하다.

믿음직한 사전 기능

셀빅XG MDIC의 자랑인 내장된 사전은 믿을만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금성출판사의 15만 어휘의 뉴에이스 영한사전과 10만 어휘의 한영사전을 고스란히 탑재하고 있다. 또한 ROM에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메모리를 낭비하지도 않는다. 한영과 영한사전은 각각 별개의 소프트웨어로 구성돼 있지만 각각 자유롭게 전환시킬 수 있다.

사전 프로그램의 인터페이스는 전형적인 형태이다. 검색 창에 원하는 단어를 입력하면 입력된 단어에 가장 근접한 단어를 검색해서 하단에 보여준다. 외산 PDA의 상당수가 미숙한 한글처리와 특수문자 구현 문제로 발음기호 등을 제대로 표시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반해 셀빅XG MDIC은 발음기호는 물론 특수문자와 한자 등을 제대로 표기한다.

검색속도는 무난한 편이지만 표제어 모드와 사전의 뜻을 표기하는 모드간의 전환 속도가 조금 느리며 사전을 처음 실행했을 때의 초기 준비 시간도 조금 길다. 검색을 위한 옵션도 포함돼 있어 와일드카드나 필터 기능도 지원한다. 또한 사전기능을 통한 영어학습기능을 지원해 단어나 숙어장이나 오늘의 단어와 같은 기능이 추가돼 있다. 사전기능에 초점을 맞춘 제품답게 사전에 관한 40여 페이지 분량의 사용자설명서를 함께 제공한다.

셀빅은 아직까지도 컬러 LCD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배터리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복잡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다. 또한 빠른 움직임에 잔상이 있으며 온도변화에 선명도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LCD는 튼튼하며 액정 표면처리가 잘돼 있어 오랫동안 사용해도 쉽게 상처나지 않으며 필기감 또한 좋다. LCD의 크기가 비교적 크지만 그에 비해 해상도는 낮다. 한자와 같은 복잡한 문자들은 미려함이 떨어진다. 리버트 방식을 사용해 배터리 소모가 적으면서도 글자 가독성이 높다. 다만 어중간한 밝기에서는 오히려 가독성이 떨어진다. 반사율 또한 적어 빛이 많은 장소에서 사용하기에도 적당하다.

자체 OS와 완벽한 한글화로 셀빅의 메뉴구성은 훌륭한 한글 지원을 보여준다. 필기체 한글 입력의 인식률 또한 뛰어나다. 두 개의 창으로 구성된 텍스트 입력창의 주변에는 다양한 입력버튼을 배열해 부족한 하드웨어 버튼을 보안했다. 아쉽게도 뛰어난 필기체 인식기술과 달리 속도에서는 만족하기 어렵다. 사운드 처리 또한 원시적인 수준으로 부저를 통해 비프음을 듣는 수준이다.

셀빅XG DIC은 마치 바이저의 스프링보드처럼 확장 모듈을 사용할 수 있는 슬롯을 제공한다. 옵션으로 판매되는 MP3 플레이어나 디지털 카메라, 휴대폰 모듈을 추가할 수 있다.

확장 모듈을 통해서 디지털 카메라나 MP3 플레이어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크래들을 제공하지 않았던 셀빅XG와는 달리 셀빅XG DIC은 한정판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품답게 크래들이 포함돼 있다. 물론 크래들과 USB 케이블이 분리돼 있어 크래들 없이 케이블을 통해 직접 싱크할 수도 있다.

부담스러운 크기

반투명한 케이스를 사용한 셀빅XG DIC은 크기와 재질 모두 셀빅XG 한정판과 동일하다. LCD주변만 제외하고 반투명한 흰색 플라스틱 케이스를 사용해 캐주얼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셀빅XG는 낮은 하드웨어 사양임에도 크기는 웬만한 포켓PC에 가깝다. 휴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주머니 등에 적당한 크기는 아니다.

측면에 있는 스크롤 버튼은 매우 유용하다.

셀빅XG DIC는 셀빅XG 한정판과 비교해 사전 기능만 다를 뿐 나머지 부분은 동일한 제품이다. 두 제품의 가격 차이는 4만원이 채 안되는 수준으로 전자 사전 기능을 원하던 사용자라면 충분히 납득할만하다. 셀빅을 구입하기를 원하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PDA 초보자나 저가형 제품을 원하는 사용자라는 부분을 감안한다면 전화기 모듈 옵션을 바꾼 셀빅XG DIC은 여러모로 괜찮은 조건을 갖춘 셈이다.

여전히 낮은 하드웨어와 변함없는 흑백 LCD는 불만이지만 유용한 소프트웨어와 컨텐트를 바탕으로 전자책이나 PIM 기능에 중점을 사용자에게 적당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