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배선업계「생존 채비」분주

일반입력 :2003/02/28 00:00

김지영 기자 기자

현재 통합배선 시장은 시장 규모에 비해 많은 수의 업체들이 제품 공급에 뛰어들고 있다. 고품질 고가 전략으로 자리매김을 해 온 어바이어를 비롯해, 99년 이후 어바이어를 추격하며 맹렬하게 성장한 팬듀이트, 그리고 유통 시장을 중심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AMP, 최근 다소 주춤하는 기세지만, 초기에 어바이어와 함께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몰렉스와 같은 해외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LG전선과 극동전선이 케이블로, 대은전자가 배선 자재로 고유의 시장을 형성하며 경쟁 구도를 이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몬뿐 아니라 크립살 데이터컴 등 신규 진출 업체들도 포진하고 있어, 올해는 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업체들의 약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산 케이블 제품은 품질과 인지도 면에서 많은 성장을 했지만, 케이블 단일 품목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판단, 업체들은 사업 다각화를 위한 여러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하이엔드와 로우엔드로 시장 양분올해는 이런 시도들을 실제로 검증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LG전선이 지난해 말 케이블 자재만이 아니라 접속자재까지 보다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으로 선보인 통합배선시스템 ‘프라임링크’도 그런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프라임링크는 LG전선이 ‘라스트 1마일 시대 개척의 선두 주자’를 표방하며 개발, 발표한 통합배선 시스템이다. 이 솔루션은 ISO/IEC (CLASS D)와 TIA/EIA의 카테고리 5E 표준을 만족한다. 프라임링크는 아파트용 10∼100Mbps에서부터 기가비트 이더넷까지 다양하게 지원하며, 패치패널 24포트, 모듈러 잭, 110 블록 100, 50, 25 페어, 점퍼드루(Jumper Through) 등의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통합배선업체들은 주요 타깃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에 따라 하이엔드와 로우엔드를 주력하는 업체로 확연히 양분되기 시작했다. 시몬의 구재헌 차장은 “지난해 통합배선업체들은 상당히 혼란스러우면서도 어두운 터널을 통과했다. 그 터널의 끝은 올해 상반기가 될 것이다. 이 가운데 주거와 상업용 빌딩의 적용 브랜드가 달라지면서 시장은 자생적인 차별화를 가져왔으며, 가격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고 평가했다. 어바이어, 팬듀이트, 시몬 등은 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주거용 시장보다는 품질로 승부하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할 것을 표방했다. 어바이어의 이재학 부장은 “시장의 변화에 따라 파트너 정리 작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시장이 어려울수록 내부 경쟁을 부추기기 보다는 서로 윈윈하면서 시장을 공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팬듀이트 역시 그동안 명목상 채널이었던 곳을 정리했다. 팬듀이트의 최중호 과장은 “이번에 정리된 채널들은 주거용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던 곳으로, 현재 남아 있는 채널은 IBS와 빌딩을 타깃하는 곳들이다”라고 말한다. ‘대형 프로젝트에 기대 건다’팬듀이트는 지난해 매출 성장율은 둔화됐지만 2001년과 비슷한 65억 원 정도의 매출 규모를 달성했으며, 올해는 20% 성장 목표를 세웠다. 팬듀이트의 정보연 지사장은 “지난해 실적은 주로 광과 카테고리 6에서 나왔다. 이와 함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지능형 케이블링 관리 솔루션의 고객 개발과 수요 창출에 역점을 둬, KT, 정부중앙부서 등 많은 프로젝트의 설계에 반영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 지사장은 “올해 역시 고급 수요층, 카테고리 6 솔루션, 인텔리전트 케이블링 시스템을 중심으로 영업을 할 것이다. 채널의 영업지원 포인트를 철저하게 고객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며, 채널의 차별화된 시장 공략과 수익성에 비중을 두려고 한다”고 밝혔다. 어바이어는 지난해 서초동 교보생명 신사옥, 포스틸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했지만, 전체적인 매출은 전년 대비 감소폭이 20%에 달하는 등 다소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했다. 어바이어는 올해는 감소한 매출폭을 회복하는 것에 주안점을 잡고 있으며, 보다 적극적으로 영업에 돌입할 것을 밝혔다. 이재학 부장은 “경기는 그다지 많이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보다 많은 대형 프로젝트들이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말한다. 어바이어는 대학 등을 중심으로 실시하고 있는 통합배선 전문 설치와 시공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이 부장은 “엔드 유저가 많은 것을 알면 알수록 좋은 품질의 제품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교육을 강화하려는 이유도 최종 사용자와 파트너가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품질이 보장되는 공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제품 더불어 시공 품질 향상에 주력지난해 5월 국내에 정식으로 지사를 설립한 시몬은 그간 지명도를 넓히는데 주력했다. 시몬의 김철호 지사장은 “국내의 한 유수한 외국계 제약회사는 시몬 제품을 스펙으로 갖고 있으면서도 국내 공급이 원활치 못해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몬 코리아의 진출로 이런 문제들은 해소되고 있으며, 비교적 작은 규모이긴 했지만 시몬 제품 시공을 통해 시몬이 국내에 진출했음을 알리는 토대가 됐다”라고 말한다. 시몬은 올해를 카테고리 6와 광의 저변화를 꾀할 수 있는 시기로 판단, IBS 등 고급 인프라스트럭처를 필요로 하는 곳을 일차적인 타깃으로 선정했다. 김 지사장은 “2003년 국내 최우선 공략대상은 한국에 진출한 시몬의 글로벌 고객과 IBS 시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극동전선의 LAN 케이블 사업은 지난해 125억 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해, 계획대비 83% 달성했다. 극동전선은 지난해 6월부터 팬듀이트와 협력해 제품 공급에 나섰다. 극동전선이 타깃하는 시장은 사이버 아파트와 기업 시장인데, 비율은 7:3 정도로 사이버 아파트에 비중을 두고 있다. 사이버 아파트쪽은 카테고리 5와 카테고리 5E가 7:3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극동전선의 김용구 차장은 “극동전선은 2001년부터 카테고리 6 제품 공급에 나섰으며, 대학교, IDC 등을 중심으로 납품실적을 갖고 있다. 영국, 미국에 2001년부터 지속적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세계 3번째로 UL승인된 제품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그밖에도 극동전선의 옥내 관로형 멀티모드 광케이블은 제품외경이 가늘고 굴곡반경이 작아서 아파트의 좁은 공간이나 어려운 시공조건에서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내부의 캐브나 인장선은 FRP나 강선보다 인장력과 외부충격에 케이블을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며, 기존 관로형과 동일한 가격으로 많은 시공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김 차장은 “올해 극동전선은 케이블과 접속자재에 대한 보장뿐 아니라 회선시험을 포함한 준공검사까지 보장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올해 데이터 부분의 매출은 15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극동전선은 넥상스와의 인수 합병을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결과는 3월경 발표될 것이라고 한다.

사이버 아파트는 지난해 수준 유지업계 관계자들은 사이버 아파트 물량은 지난해 수준 정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엔터프라이즈 분야는 수요가 증대될 것이라는 기대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보다는 더 나빠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며, 3사분기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몬의 구재헌 차장은 “속된 말로 시장은 이제 바닥을 쳤다. 그 동안 구축된 시스템의 교환주기가 도래하고 있으며, 카테고리 5는 카테고리 5E나 카테고리 6급으로 한차원 높은 제품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이 같은 정황을 볼 때 시장은 호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올해 통합배선시스템 시장에서의 가장 두드러진 사항은 카테고리 5E와 카테고리 6의 시장 점유율 증가가 될 것이다. 사이버 아파트 대상의 업체들은 카테고리 5E로의 전환을 유도하며, 엔터프라이즈는 카테고리 6가 본격적으로 경쟁 반열에 오를 것이다. 어바이어의 이재학 부장은 “현재 기가비트 이더넷으로의 업그레이드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당장은 기가비트의 속도를 고려하고 있지만 짧게는 2∼3년 내 10기가비트 이더넷으로의 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카테고리 6로의 전환은 필수다”라고 말한다. 이와 더불어 팬듀이트의 Panview, 어바이어의 iPatch 등 인텔리전트 케이블링 시스템 공급을 둘러싼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능형 케이블링 관리 시스템은 지금까지는 고려되지 않았던 개념으로, 한마디로 말해 통신실의 모든 연결 사항에 대해 관리자가 실시간으로 컨트롤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이다. 이들 제품은 문서화 시간 단축, 시스템 다운시간 단축, 보다 효율적인 이동, 추가, 변경 설정 등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들은 기존 제품에 비해 2배가 넘는 가격이기 때문에 아직 본격적으로 시장 확산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업체들마다 선점을 위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팬듀이트의 최중호 과장은 “지난해부터 인텔리전트 케이블링 시스템인 Panview에 관한 영업을 준비해 왔으며, 그에 대한 결실을 올해 거둘 수 있을 것이다. KT 목포전화국과 용산전화국 2곳은 이미 제품 공급이 확정됐다”며, “Panview의 한글화 작업이 이미 끝났으며, 이로 인한 매출을 80억 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텔리전트 케이블링 시스템 대두어바이어의 iPatch는 GigaSPEED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성되는데, 각각의 랙에는 모든 패치 패널의 포트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랙 매니저가 장착된다. 포트 커넥션은 중앙 데이터베이스에서 로그인되며, 인증되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된다. 관리자는 보다 쉽게 움직임을 스케줄하고 변경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윈도우에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시스템 매니저는 이 경로가 사용가능한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관리자에게 통보한다. 변경시에는 작업 명령이 직접적으로 통신실에 있는 적절한 네트워크 매니저 모듈로 전해지고, 이곳에서는 즉각적으로 변경이 필요한 랙을 찾을 수 있도록 LED가 빛을 발하게 된다. 코드가 똑바로 설치되면 LED의 불이 꺼지고 새로운 경로가 확인되면, 인증 데이터베이스에 로그인되는데, 이 과정에서 만약 잘못된 포트가 연결되면 경고음이 울린다. 어바이어의 이재학 부장은 “네트워크 관리와 유지보수를 보다 효율적으로 해 비용을 절감하더라도, 이것은 iPatch 시스템과 같은 물리계층 관리 시스템을 사용해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더 큰 비용절감을 실현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전통적인 네트워크 관리 소프트웨어 패키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프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물리계층 관리 시스템으로 점차 눈을 돌려야 한다”고 설명한다. 과당 출혈 경쟁은 ‘이제 그만’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통합배선시스템 시장을 둘러싼 출혈 경쟁이 위험한 수위에 달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여러 단계의 하청 구조를 띄고 있는 통합배선시스템의 공급 구조상 건설업체나 시공업체들에게 통합배선시스템 업체들이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프로젝트를 수주한 업체는 마진율을 높이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인 통합배선의 저가화를 유도하고 있으며, 매출 올리기에 급급한 업체들이 이를 따라 가고 있다. 카테고리 5는 출혈경쟁의 대표적인 품목이며, 카테고리 6의 경우도 벌써 출혈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한다.심지어 제품 선정부터 시공/설계까지 원칙을 무시하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이를 진행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여기에는 역시 저렴한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딱지가 붙어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내의 정보통신 인프라스트럭처가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해 보이지만, 저렴한 것만을 찾는 분위기 속에서 속은 썩어가고 있다”고 극단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최근 NI 업체들의 저가 수주 경쟁속에서 이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일부 NI 업체들이 수익을 유지할 수 없는 4% 이하의 마진율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통합배선시스템을 수주 당시의 스펙과 다른 형태로 공급하는 일도 있었다. 즉, 눈에 보이는 일부만 스펙대로 하고, 나머지는 저가의 로우레벨 제품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기초 공사의 부실은 결국 몇 년 안에 재공사를 해야 하는 사용자들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어바이어의 이재학 부장은 “최근에는 어떤 프로젝트이건 통합배선이 빠져 있는 프로젝트는 없다. 하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 때문에 항상 궁할 때면 통합배선시스템에 손대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겠지만, 사용자들이 보다 통합배선시스템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업체들이 먼저 나서야 할 것”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