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서비스지원 플랫폼, 뜰 수 있을까

일반입력 :2003/02/21 00:00

김지영 기자 기자

MSPP(Multi-Services Provisioning Platform)는 통합의 시대를 대변하는 또 다른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지만, 그 명성에 비해 MSPP가 지난 시간 동안 만든 자리는 다소 실망스럽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역시 MSPP가 성장 곡선을 그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비스 업체와 장비 업체 모두 선뜻 MSPP를 수용하지도 못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등을 돌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MSPP 자체가 주는 매력이 아직은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효율성과 경제성 부각된 MSPP

NG-SDH라고도 불리는 MSPP는 기존 전송장비인 SDH의 기능을 보완해 음성, 전용회선, 대용량 이더넷과 ATM 접속 서비스를 한 장치에 수용하는 장비다. MSPP는 기존의 레거시 TDM 전용회선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이더넷 처리 기능을 부가해 신뢰성이 우수한 TDM 기반에서 다양한 이더넷 사업 모델을 제공할 수 있다.

MSPP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데이터 트래픽의 증가에 따른 SDH의 비효율성 문제가 대두되고, 새로운 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한 네트워크 진화 요구 등이 맞아 떨어지면서이다. 물론 네트워크를 신규로 구축하는 곳이라면 운영 비용의 절감도 큰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국내 네트워크 환경은 이미 기투자분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MSPP로 인한 경제성은 그리 기대할 바가 못된다.

일부에서는 단순히 2.5G SDH 장비에 이더넷을 지원하는 인터페이스를 장착하고 MSPP라고 명명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네트워킹 능력이 없는 ADM 수준의 제품이기 때문에 논외의 대상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MSPP는 아직 제대로 뿌리를 못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은 지금껏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해 왔듯이 기술의 문제라기 보다는 전송과 데이터라는 양분된 조직들이 네트워크를 보는 시각차에 많은 부분 원인이 있다.

즉, TDM 전용회선을 보는 시각과 이더넷을 통해 데이터를 보는 시각은 철학 자체가 다르다. 이들은 투자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런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의 장비로 네트워크를 구성해 공동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사업 모델의 통합이라는 진통이 MSPP의 적용을 계속해서 늦추고 있는 것이다. 국내 MSPP의 시장 수요는 결국 KT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중순 이후부터 KT가 MSPP의 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지만, 아직도 적극적인 도입 계획은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분명한 사항은 KT가 기업 가입자의 구내 환경 고도화를 목적으로 MSPP를 도입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KT는 MSPP를 크게 COT(전화국용)와 RT(가입자용)로 구분해 적용하고자 하는데, 각각에 요구되는 기능은 차이가 있다(표).

가입자 환경 고도화에 MSPP 적용

RT MSPP는 최종 가입자단에서 10/100Mbps 속도와 T1/E1 속도를 분배해주는 역할을 수행하며, 이들 RT MSPP는 다시 집중국 COT MSPP로 모인다. 전문가들은 KT가 생각하는 MSPP의 개념은 미국 내 MSPP 장비들이 타깃하고 있는 시장과는 다소 다르다고 한다. 해외 장비들은 주로 클래스 3∼4급을 타깃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KT의 요구에 비해 플랫폼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KT의 입맛에 맞는 제품은 오히려 국산 개발 제품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 IT 등 전송 장비 개발 업체들이 MSPP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그밖에 전송 장비 업체들도 시장 진입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산 장비 개발업체들은 나름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단은 MSPP 제품을 개발하는데 걸리는 비용과 시간 투자비에 대한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이유는 어떤 사업 아이템으로 MSPP를 포지셔닝할 것인가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결국 아직도 수요처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MSPP가 본격적으로 제궤도에 오르는 시점은 KT가 멀티플레이 서비스를 통합하기 위한 큰 밑그림을 그릴 때가 될 것이라고 한다. KT가 지난해 실시했던 BMT는 큰 그림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장비와 단순히 비교하는 수준이어서 당연히 MSPP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KT 역시 MSPP 사업화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으며,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KT 입장에서는 마케팅 전략상 중요한 건물에 언제 어느 서비스라도 가능한 음성/데이터 통합 멀티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며, 새로운 기술에 의한 신규 접속 서비스와 통합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KT는 내부적으로 MSPP를 적용할 일차 대상은 고속 전용 회선이 있는 주요 고객의 대형 건물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림)과 같은 KT의 액세스 네트워크 로드맵을 볼 때 MSPP는 대형 빌딩을 메인 타깃으로 해서 자리하고 있다. 그 시기는 올해부터 시작해 2005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