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 이상의 PC를 쓰는 가정이나 작은 사무실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인터넷 공유기에 무선 인터넷 공유 기능을 담은 제품들이 시장에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기존에 인터넷 공유기를 만들던 업체에서 만드는 경우가 많아 설치법이 어렵지 않으면서 무선으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 현재 초고속인터넷 업체에서는 최고 52Mbps의 내려받기 속도를 제공할 수 있는 VDSL 서비스를 서비스하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액세스포인트들은 11Mbps의 IEEE 802.11b를 표준으로 삼고 있다. 이러다 보니 무선 인터넷으로는 VDSL의 속도를 받아 쓸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의 멜코에서는 IEEE 802.11g의 54Mbps를 지원하는 무선 인터넷 공유기, 버팔로 에어스테이션 WBR-G54를 내 놓은 것은 이런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WBR-B11은 하얀색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어디에 두어도 잘 어울린다. 설치는 일반 인터넷 공유기와 마찬가지로 케이블모뎀이나 xDSL의 랜선(RJ45)과 전원을 연결하고 제품 뒤에 있는 4개의 랜포트 중 한 곳에 PC의 랜선을 연결하면 된다. 업/다운포트를 저절로 알아채기에 번거로움은 없는 편이다.
제품을 열어 보면 브로드컴의 칩, 버퍼 메모리 칩 그리고 랜포트를 위한 전자부품들이 보인다. 특이한 것은 미니PCI 타입의 무선랜 카드이 장착돼 있는 것인데, 이 것은 일반 인터넷 공유기에 무선랜을 더한 것이다. 이 무선랜은 가는 전선으로 쇠판과 연결돼 있다. WBR-B11은 아무리 찾아봐도 별도의 안테나가 없는데, 그렇다면 이 쇠판이 안테나 역할을 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안테나가 없어 그 만큼 더 깔끔한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탁자나 책상에 올려 두면 정말 잘 어울린다. 미니PCI 무선 랜카드를 쓰는 이런 구조는 고성능 억세스포인트라기보다는 가정이나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쓰는 제품에 알맞은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디자인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무선랜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 전파 효율을 위해 벽에 걸어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제품은 벽에 걸만한 장치가 없고, 걸만한 디자인도 아니다. 결국, 이 제품의 디자인은 용도에 따라 정말 좋은 디자인, 아니면 불편할 수도 있는 디자인이 되는 것이다.
이제는 무선으로 논다.
무선으로 인터넷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무선랜. 무선랜이 설치된 PC나 노트북에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면 WBR-B11(억세스포인트)이 바로 검색된다. 이 때 검색된 억세스포인트를 선택하면 무선으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무선이 주는 장점은 선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 나오는 서브노트북들은 한 번 충전으로 3 시간 이상 연속 동작이 가능해 회의를 하거나 들고 다니면서 자료를 확인해야할 때 정말 쓸모 있고 편하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IEEE 802.11g라는 새로운 규격의 54Mbps의 무선랜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무선 인터넷 공유기들은 빨라야 24Mbps를 속도를 제공하고 있었다. VDSL의 최대 내려받기 속도는 52Mbps로 기존의 제품은 VDSL의 속도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 이 제품은 VDSL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으며, PC와 PC간 큰 파일을 무선으로 보내면 느려서 답답한 불편함도 어느 정도 사라진다는 것이 장점이다.

무선에서 가장 큰 문제는 보안이다. 현재 무선랜의 경우 전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악의를 가진 사람 가운데서 가로챌 수도 있다. 은행이나 중요한 정보를 관리하는 곳에서는 무선랜이 가지는 장점을 알면서도 꺼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이 제품은 128bit WEP를 지원한다. 이 기능은 억세스포인트와 클라이언트간의 암호 설정해 놓고, 이를 다시 128bit로 암호화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확인해 주는 기능이다. 물론 보안에 있어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의 보안 기능은 이 제품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무선이 좋은 것은 다들 알지만 가격이나 보안문제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인터넷 공유기의 특징상 가정에서 많이 쓴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제품에서 제공하는 128bit WEP로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집에서 노트북을 자유롭게 가지고 다니면서 인터넷을 쓰고 싶은 사용자라면 한 번 생각해 볼만한 제품이다. 다만 국산이 아니어서 메신저에서 파일보내기가 되지 않거나 설정화면이 영문이라는 점이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