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영등위「대립 장기화」

일반입력 :2003/01/16 00:00

이택수 기자

문화부와 영등위는 침체에 빠진 아케이드게임 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환으로 기존 등급분류 기준을 개선키로 하고 지난해 8월부터 세부적용기준(안) 마련을 위한 협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사행성 게임 판별기준에 대해 의견이 대립, 반년이 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영등위는 1기 위원회(현재 2기)처럼 게임의 구현 방식이나 형태로 사행성 유무를 판단하기보다 게임 실행 결과물(메달 배출이나 경품, 확률, 배당)의 정도로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이다.이와 달리 문화부는 경품게임이나 메달게임이라 해도 `릴'이나 `파친코'와 같은 카지노류 게임방식을 차용할 경우, 방식 자체가 사행성 조장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등급을 부여하면 안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이에 대해 영등위 아케이드게임 분과위원회는 "기존 잣대로 등급분류를 실시한다면 시장 활성화라는 당초 취지는 살릴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문화부는 "사행성 게임에 대한 등급기준을 완화해서 아케이드게임 시장을 활성화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업계 의견업계에서는 영등위 의견이 힘을 얻고 있고, 전문가들 또한 등급분류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영등위 의견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문화부 의견처럼 게임방식에 따라 사행성 유무를 판단할 경우 새로운 게임이 등장할 때마다 등급분류 기준을 개선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메달게임이나 메달 밀어내기 게임, 짝맞추기 게임, 포커게임 등 각종 성인게임에 대한 등급분류 기준을 만들어 내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이 같은 상황에서 현실적인 해결책은 성인용 게임기 형태나 게임방식, 부가게임에 대한 기준 등을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게임 결과물에 대한 적정 기준을 산정한 뒤, 이를 엄격히 적용해서 사행성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다.이 경우 게임물제공업소(성인오락실)에서 자의적으로 게임 결과(확률ㆍ배당)를 조작(개변조)해서 사행성을 높일 수 있다는 문제가 남는다. 영등위에서 메달 밀어내기 게임으로 등급을 받은 제품이 업소에 가면 `릴' 게임으로 둔갑해서 서비스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결국 영등위의 주장이 현실성을 얻기 위해서는 사후관리 기능이 대폭 강화된 이후여야 한다.문화부가 게임방식으로 등급기준을 삼고자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행성 조장 우려가 있는 게임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생각이다.그러나 한가지 사안을 놓고 문화부와 영등위가 서로 다른 입장만 고집하면서 성인용 게임기 개발업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개정 예고된 영등위 기준에 맞춰서 게임을 만들어야할지, 아니면 종전대로 만들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성인용 아케이드게임에 대한 등급기준 개정은 결국 영등위 사후관리와 문화부의 단속기능이 얼마나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두 기관이 진정으로 산업 활성화를 원한다면 의견대립을 중단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