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InstallShied 설치 마법사의 설치를 준비하는 중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설치 화면을 대부분의 유저들은 무심코 지나가지만 이 과정은 두 가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프로그램을 쉽고 편리하게 설치하게 해준다는 이점뿐만 아니라 이용자에게 본 내용을 보여주기 전 처음 고객(이용자)을 만나 소프트웨어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계라는 것이다. 두번째로 이 설치 프로그램은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도 자체 개발 툴에서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인스톨쉴드 소프트웨어의 인스톨쉴드 디벨로퍼라는 프로그램으로 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지금도 설치 프로그램 저작 도구 부문에서 부동의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인스톨쉴드는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소프트웨어 설치에 대한 표준에 대해서는 MS를 리드해 왔다. 최근 XP나 64bit급의 차세대 운영체제에 대한 지원이 한층 강화되고 MSI(MicroSoft window Installer package) 형태로 큰 가닥을 정한 인스톨쉴드 디벨로퍼 8이 국내에도 출시돼 주목을 받고 있다.
프로그램의 ‘이삿짐 서비스’
앞서도 언급했지만 프로그램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인 프로그램 설치 과정에 대해서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그저 필요한 파일을 복사하고 레지스트리 넣고 아이콘을 만드는 단순 작업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설치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프로그램 설치를 쉽게 해준다는 것 외에 개발자(또는 배포자)에게도 제작한 프로그램에 대해 재설치 또는 복구 등 유지보수 관련한 일들을 용이하게 해주고 개발 단계에서도 짜임새 있게 프로그램 운영 환경을 정의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인스톨쉴드는 이를 한 번에 해결해 주는 솔루션으로 프로그램만 완성되면 최대한 빠른 시간에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구동에 필요한 각종 설치 환경 구축까지 해주며 개발자도 프로젝트 파일만 저장해 놓으면 설치 관련 각종 변수, 라이브러리, 레지스트리 등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쉽고 편리한 3단계 구성
사실 예전부터 외국 벤더 및 고객 중심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향하던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도 인스톨쉴드를 하나의 개발 툴 수준으로 여기고 있으며 아예 채용시 인스톨쉴드 가능 여부를 묻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그 중요도에 걸맞게 사용하기 복잡하고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특히 6.2 이전 버전까지는 ‘인스톨 스크립트’라는 프로그래밍 언어와 비슷한 전용 스크립트를 대부분 직접 코딩해야 했으며, 설치 프로그램 생성 프로젝트의 절차 진행과 수많은 기능을 다 안다는 건 정말 드문 일이었다. 따라서 설치 진행 화면에서 글자가 누락된다거나 사용자는 알지 못하지만 환경 변수를 여러 단계에서 몇 차례씩이나 반복해야 했던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개발자들 사이에서 인스톨쉴드를 ‘프로그램을 프로그래밍하는 툴’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그러나 8.0에 와서는 획기적인 변화를 볼 수 있다. 이젠 매뉴얼조차 필요없을 정도로 쉽게 설치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는 마법사 기능 제공과 함께 7.0까지 2단계로 나눴던 구성 화면을 3단계로 더욱 세분화해 메인 개발 환경 좌측에 설치 이벤트 발생 절차에 따라 정리된 트리구조를 놓고, 중앙에는 관련 라이브러리 등을 추가할 수 있는 옵션 표시 메뉴를, 오른편에는 비록 영문이지만 매뉴얼을 능가할 정도로 자세한 부연 설명을 소개했다. 따라서 4GL(4 Generation Language) 개발 도구를 사용해 본 독자라면 굳이 마법사를 이용하지 않고서도 쉽게 설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또한 기능 메뉴에서 설치할 때마다 웹을 통해 관련 라이브러리를 참조하는 기능 등 실제로 잘 쓰지 않거나 불필요했던 많은 기능들과 진행 단계별 메뉴들은 과감히 생략해 버린 것도 눈길을 끈다. 또한 8.0에 와서야 드디어 랭귀지 팩을 설치하지 않아도 설치과정 중 표기 언어 선택에서 한글이 기본으로 포함돼 있다.
새로운 UI와 짜임새 있는 관리
그동안 인스톨쉴드는 디벨로퍼 버전이 올라가면서 제작돼 나오는 설치 프로그램의 UI가 매번 바뀌는 점이 특색이었다. 이번 버전에서는 한 단계 더 발전해서 아예 사용자가 설치 프로그램의 스킨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XP풍의 새로운 스킨들을 템플릿으로 제공해 개발자들은 인스톨쉴드 버전만 업그레이드해도 더욱 다양하고 예쁜 UI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이번 버전에서도 역시 설치 프로그램 구성 단위인 프로젝트를 아주 짜임새있게 관리해 주는 것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7.0부터 소개된 OOP(Object Oriented Programming) 개발 환경처럼 오프젝트의 이벤트 중심의 분류와 재사용이 가능하게 해 주는 것뿐 아니라 이제는 MDAC 등 별도로 설치해야 했던 관련 라이브러리를 내장함으로써 체크박스에 표시만 하면 설치 프로그램에 포함되도록 구성됐다. 그리고 이번 버전부터는 예전처럼 윈도우 인스톨러라는 이름의 별도 도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MSI 타입의 설치방식을 표준으로 채택하여 MS의 스탠다드 MSI 파일 및 인스톨쉴드 MSI 타입 중 한가지로 빌드할 수 있게 됐다. 그밖에 윈도우 CE 지원, 필요한 부분만 패치해 주는 작은 크기의 패치 프로그램 저작 기능과 설치 과정을 마친 후, 업데이트된 부분이 있는지 웹을 통한 구성요소 업데이트 기능을 모두 기본으로 제공한다.
불황에는 다이어트가 최고
7.0 버전부터 시작된 인스톨쉴드 패키지의 세분화된 제품 라인업은 새로운 버전 출시로 인해 가격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점차 멀티플랫폼 지원 부분이 생략돼(별도 상품으로 분리) 기본 패키지는 윈도우 환경만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예전에는 운동화 상자만큼 큰 상자에 수북히 쌓여 있는 매뉴얼과 CD들을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계속 얇아져만 가는 인스톨쉴드 패키지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사실상 거의 쓰지 않던 기능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분리시키고 또한 간단한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익스프레스 버전을 제공하게 된 것은 오히려 경제적이라 할 수 있다.
이젠 인스톨쉴드가 어려워서 설치 프로그램을 엉성하게 개발했다는 개발자들의 변명은 끝낼 때가 된 것 같다. 좀더 일반 사용자의 입장에서 편리하고 친숙한 프로그램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