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 순탄치 않은 항해 계속

일반입력 :2002/10/23 00:00

김지영 기자 기자

방송과 통신 융합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디지털 방송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세계적으로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일본 등 세계 각국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내에 완전 디지털로의 이행을 국가적인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국내도 지난해 10월 각 지상파 방송국들이 일부 디지털 방송을 시작했으며, 올해 3월에는 상용 디지털 위성방송이 시작됐다. 이제 남은 매체는 케이블 TV.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는 2000년 4월부터 디지털 유선방송 추진반을 구성해 디지털 유선방송용 표준 방식을 선정했으며, 기술 기준에 대한 제정 작업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2001년 말 미국 방식인 오픈케이블(OpenCable)을 잠정적인 표준으로 결정했으며, 지난 9월 18일 디지털 유선방송 송수신 정합표준과 디지털 유선방송 데이터방송 잠정표준을 TTA 표준으로 확정·공고했다.대역폭 활용 개선·다양한 부가서비스 제공이 디지털 방송의 매력정통부는 이 두 표준은 지난 해 4월 국내 디지털 유선방송 표준 방식으로 채택한 오픈케이블 방식을 우리 실정에 맞게 규정한 것으로, 이로써 셋톱박스와 미들웨어 등 관련 장비가 본격 생산되면서 본 방송 서비스도 올해 연말쯤으로 앞당길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하지만 오픈케이블 표준의 시행 과정에 있어서 업계와 정통부 간의 이견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올해안에 제대로 서비스가 안착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표준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오픈 케이블 적용을 둘러싼 논쟁 아직도 계속’ 기사 참조).올해 초 케이블 업체들은 직접적인 경쟁 매체인 위성 서비스가 시작됨에 따라 야기된 위기의식으로 인해 너도나도 디지털화로의 전환을 계획했었다. 케이블 디지털 방송 구현의 핵심 주체는 SO(System Operator)들이다. SO들이 디지털 방송에 솔깃하는 이유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함이다. 즉, 위성이나 공중파와의 경쟁 뿐 아니라 한 지역내에서 복수 SO가 존재하는 경우 더 많은 프리미엄 고객(현재는 인터넷 가입자이지만 향후 다양한 데이터 서비스와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할) 유치가 결국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컴텍코리아 디지털솔루션사업부의 황성철 이사는 “디지털 케이블로 전환하게 되면 고화질의 음향 방송이 가능하며, 향후에는 인터랙티브 서비스와 같은 부가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대역폭 즉 리소스의 활용도가 높아진다. 아날로그는 1채널당 6MHz이지만 디지털화하면 5MHz에서 20MHz까지 활용할 수 있는 대역이 넓어진다. 즉, 기존의 아날로그 환경에서의 1채널은 디지털 환경에서 6채널로 서비스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위성에 비해 디지털 케이블이 가진 장점은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제공이 가능하며 지상파 방송과 지역 방송 수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위성의 경우 지역방송 수신을 위해 추가 안테나 또는 케이블TV가 필요하며 업링크 채널 확보의 문제에 있어 케이블에 비해 열세기 때문이다. SO와 전국망 DMC의 공생공존 게임 시작케이블TV의 디지털화는 DMC(Digital Media Center)의 구축에서 시작된다. DMC는 디지털 미디어 시스템과 기존 SO(Service Operator) 시스템을 이용해 기본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 위에 미들웨어를 구축, 각 SO의 사업지역 내 수용자와 다양한 정보제공자 간의 채널을 제공하기 위한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다. SO가 전국망 DMC를 선택한다면 그 이유는 전국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브랜드명과 개별 SO들이 떠 안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설비를 DMC가 대신해 준다는 것이다. 황 이사는 “지금 당장 DMC를 통한 서비스가 전면적으로 디지털로 이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앞으로 상당기간 현재의 아날로그 케이블 TV 서비스와 디지털 케이블TV 서비스가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점차 아날로그 가입자가 감소하면서 완전 디지털화가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사용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방송 환경하에서 기존의 SO와 DMC가 하는 역할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SO는 기존 아날로그 헤드엔드의 운영, 지역 마케팅, 과금과 수금, 서비스를 위한 단말기 설치 등의 역할을 담당하며, DMC는 디지털 헤드엔드 구축과 운영, DMC와 DMC 간이나 DMC와 SO 간의 네트워크 관리와 운영, 미들웨어 운영, ISP와 전화 서비스,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위한 가입자 관리 시스템 DB 구축 운영, 청구서 처리, 전국 마케팅과 홍보, 부가서비스 개발과 SO 기술 지원 등을 맡는다. 시청자들은 DMC를 통해 아날로그 케이블 TV 서비스, 디지털 케이블 TV 서비스, 고속 인터넷 서비스, 전화 서비스, EPG 서비스, VOD 서비스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DMC를 이루는 기술적인 요소들DMC 구축시 기존의 케이블 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셋톱박스, 미들웨어, CAS(Conditional Access System)의 세가지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국내 디지털 케이블 서비스의 표준 규격인 오픈케이블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오픈케이블은 하드웨어적으로는 디지털 셋톱 박스 내 수신제한장치를 외부로 분리시킴으로써 수신제한장치 공급업체와 나머지 박스(호스트) 공급업체를 각각 달리할 수 있으며, 소프트웨어적으로는 OCAP(OpenCable Application Platform)이라는 미들웨어 위에서 독립적인 애플리케이션의 개발과 적용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케이블 시스템은 방송국내 중앙의 헤드엔드 시스템과 가입자단의 디지털셋톱박스 간 구성에 의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셋톱박스 내에서도 특히 CAS라는 수신 제한 장치가 헤드엔드와 대응해 특정 채널내 서비스의 수신 가능/불가능을 제어해 케이블 서비스의 다양한 상품을 구성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그밖에도 DMC는 지상파 방송과 PP 프로그램을 수용하며, 아날로그 방송 신호는 베이스밴드의 AV 신호로 변환하고, 이를 MPEG-2 엔코더에 의해 디지털 신호로 변환한다. 또한 변환된 신호나 디지털 신호를 필요에 따라 MPEG-2 엔코더에 의해 2∼15Mbps로 압축한다. 여러 개의 엔코딩 출력을 하나의 멀티플렉서 모듈을 이용해 다중화(muxing)하고, 각 멀티플렉서 모듈로부터의 신호들을 27Mbps 또는 38Mbps에 맞게 QAM 변조(64QAM 또는 256QAM)를 실시한다.이 같은 통신 서비스용 디지털 케이블 시스템과 DMC가 부가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스템을 구비해야 한다. MPEG-2로 저장돼 있는 데이터를 지정된 시간에 맞춰 자동 서비스하는 자동 송출 서버, 비디오 게이트웨이를 통한 서비스와 인터넷을 이용한 2가지 종류의 서비스를 수행해야 하는 VOD 등을 들 수 있다. 인터넷 컨텐츠는 인터넷 라우터를 이용해 서비스되는데, 이를 위해 가입자 셋톱박스의 브라우저(browser) 동작을 담당하는 미들웨어 서버가 구축돼야 한다. 이런 신호들을 27Mbps 또는 39Mbps에 맞게 QAM 변조(64QAM 또는 256QAM)를 실시한다.
SI·NI들 디지털 시스템 구축에 군침장비 개발업체나 구축 업체들 입장에서는 이 같은 방송의 디지털화가 시장에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1년을 시작으로 향후 단계적으로 준비 과정을 거쳐 2006년 전국적인 디지털 방송이 실시될 경우, SO나 MSO(Multiple System Operator), 유선 방송사 등은 디지털 방송을 위한 장비와 전송 네트워크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현재 국내 DMC 시장에는 미국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모토로라와 SA의 솔루션, 그밖에 하모닉(Hamonics), 탠드버그(Tandbug), 테라욘, 스카이스트림 그리고 시스코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DMC는 단순히 장비 몇 개만 설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전송 네트워크의 업그레이드와 센터 구축 그리고 다양한 서비스를 위한 솔루션 등이 복합적으로 구축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컴텍코리아, 쌍용정보통신, 삼성SDS, 에이스텔 등 많은 NI와 SI들에게는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구축 업체들은 디지털 케이블 구축 뿐 아니라 위성과 지상파 시장도 함께 노리고 있다. 표류하고 있는 전국망 DMC 현재까지 전국망 DMC 서비스를 표방하고 나선 곳은 KDMC, 드림DMC, BSI 세 곳이다. DMC의 직접적인 고객은 SO(Multiple System Operator)들이다. 올해 초 이들 업체들이 사업 설명회를 가지고 고객 확보에 나설 당시만 해도 많은 SO들이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혀었지만, 실제 계약 단계에서는 참여율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전국망 DMC는 제대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하나로통신이 운영하고 있는 드림DMC의 디지털미디어사업팀 김경회 팀장은 “전국망 DMC를 비롯해 디지털 CATV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은 올해 초 위성방송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부터이다. SO들이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CATV의 진행은 순탄치가 않았다. 가장 먼저 표준문제가 걸렸으며, SO들이 과거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전례를 볼 때 먼저 움직여서 득될 것이 없더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또 DMC 세 곳이 경쟁을 하다보니 SO들은 누가 더 유리한 조건을 주는가를 보고 움직인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한다.하나로통신은 DMC 사업, 컨텐츠 사업, 무선 사업의 3가지 축이 자사의 브로드밴드 인프라를 이용한 중요 사업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특히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데 초점을 맞췄다. 드림 DMC 사업 초기만 해도 참여의향을 밝혀온 곳이 33개의 SO, 23개의 RO로 총 56곳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계약 단계에서는 20개 이하 업체들만이 소극적으로 참여했다. 드림DMC가 계속해서 사업 실행 일정을 늦추고 있는 까닭에 항간에는 사업을 아예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돌았었다. 하지만 하나로통신은 조만간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단지 서두르지 않을 것이며, 파워콤 인수 문제가 해결돼야 전국망 DMC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 진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BSI, T-커머스 컨텐츠 준비 함께 진행BSI는 드림시티를 소유하고 있는 유진기업이 컨설팅 회사인 SVG와 합작해서 만든 회사이며 현재는 유진기업이 최대주주이다. BSI는 모토로라와의 연루설로 인해 한바탕 곤혹을 치루고 있다. BSI의 손기용 부장은 “BSI는 모토로라와 장비 계약을 맺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그것은 음해다. 모토로라와는 아직 계약서도 쓰지 않았으며 구두로 상호 협력하기로 했을 뿐이다. 일부에서 BSI가 도입하려는 모토로라의 셋톱박스인 DCT-5000이 결합이 있는 중고 박스라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이 제품은 미국 규격에 합당하고 양방향 디지털 방송을 하는데 필요한 기능을 갖춘 제품이며, 현재 시장에서 즉시 조달해 올해 내라도 상용서비스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제품”이라고 주장한다. 또, 그는 “모토로라는 DCT-5000 도입과 동시에 한국내 셋톱박스 제조업체에 모토로라 제품에 대한 라이선싱을 하기로 약정돼 있다. 물량을 보급하는 초기 기간동안 국내 제조업체가 라이선싱을 기초로 동급 또는 기본형 박스를 개발 보급할 경우, 이후 본격적인 서비스 제공 물량에 대하서는 국산 제품을 활용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SI는 현재 파일럿 헤드엔드 장비를 설치한 상태며, T-커머스 서비스를 위한 iTV 컨텐츠 기획팀을 별도 구성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올해 말 DMC 구축에 본격 나설 MSO 이들 전국망 DMC 외에도 큐릭스, 한빛아이앤비, C&M 등 MSO 등도 DMC 구축에 나섰거나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단계다. 큐릭스는 삼성SDS를 DMC 구축을 위한 사업자로 선정했으며, C&M은 아직 사업자 선정은 하지 않았지만 시스템 구축과 전송망 업그레이드를 위한 900억 원의 자금 확보를 마친 상태다. 대부분의 MSO들이 디지털 전환작업에 필요한 RFP를 제시한 상황이지만, 실제 사업자 선정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역시 표준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CAS 분리형 케이블 모뎀 제품을 국내 개발업체들이 선보인다고 주장한 11∼12월 경까지 사태를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한편, 최근에는 단일 SO들도 자체적으로 디지털화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컴텍코리아의 황성철 이사는 “전국망 DMC 구축에 드는 비용은 대략 300∼400억 원으로 추산할 수 있다. 여기에는 전송비용이 1/4을, 센터 공간 마련과 같은 비용 1/4, 나머지는 장비 가격이다. 하지만 개별 SO들이 구축한다면 전국망 DMC에 필요로한 모든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없다. 핵심적인 시스템만 구축해 60∼120채널 정도를 마련하는 정도라면 10억 원 정도면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SO들이 구상하고 있는 서비스나 상황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는 금액이다. 이 정도 가격이면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는 SO들이 무리를 좀 하더라도 조달 가능한 비용이다”고 말한다. 특히 단일 SO들이 디지털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10월 중순이면 4차 SO의 최종 선정이 발표될 것인데 정부가 4차 SO의 선정에 있어 디지털화를 권고 사항으로 선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유선방송사들이 SO로 전환할 때 당장에 얻는 이점은 PP의 재전송 즉 노른자위인 홈쇼핑을 재전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이 DMC 구축이 예정보다 난항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올해 말 많은 MSO들이 실제 서비스에 들어가게 되면 개별 SO들의 위기감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SO들이 독자적인 디지털화가 아니라면 전국망 DMC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아직도 SO들의 저울질은 계속되고 있다. @진정한 멀티미디어 시대를 위해케이블 TV의 또 다른 미래「IP 기반 서비스」오픈케이블 표준 적용을 둘러싼 논쟁「아직도 계속」디지털 방송의 킬러 애플리케이션「T-커머스」 새로운 기회의 땅, 모바일 방송 서비스모바일 멀티미디어 솔루션「갈 길 멀다」 휴대폰으로 TV 보는 시대 온다모바일 멀티미디어의 킬러 애플리케이션, MMS기지개 켜는 CDN 시장, 관건은 시장 확대 MPEG4·WMT·리얼원 시장 다툼「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