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PC는 매우 비싼 종이 공책?!」

일반입력 :2002/09/30 00:00

Will Sturgeon

태블릿은 윈도우 환경에서 팜 스타일의 스타일러스를 사용해 텍스트를 입력하는 등 멋진 기능들을 통합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노트북과 PDA의 혼합형 기기이다. 이 제품은 의사들이 쓴 차트까지 읽어서 편집이 가능한 텍스트로 만들어 줄 수 있다. 가능한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그렇다고 말하긴 한다. 언뜻 보기에 이 제품 자체는 보통 노트북과 똑같아 보인다. 우리가 본 것은 윈도우 XP 태블릿 에디션을 내장한 에이서 제품이었다. 이것은 키보드가 없고 주변에 버튼만 여럿 붙은 사각형 스크린인 '순수' 태블릿이라 할 수 있는 슬레이트와는 대조적으로 변형이 가능한 컨버터블 모델이었다. 슬레이트 형태는 태블릿 PC 제품 가운데 가장 얇고 가장 가볍지만 어떤 면에서 신중한 소비자들은 슬레이트를 구입하는 것이 너무 갑작스런 모험이 아닐까하고 걱정할 수도 있다. 슬레이트는 보험회사처럼 수직 시장에서는 괜찮겠지만, 신중한 부서들을 움직일 것 같지는 않다.컨버터블 형태가 초기 사용자들에게는 아마도 가장 실용적인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MS도 컨버터블 형태를 더 많이 출시할 것으로 짐작된다. 간단하게 제원을 살펴보면 이 제품은 최고 사양에 802.11과 블루투스가 가능한 노트북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이 정도만으로도 이번에 출시될 모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한 셈이다. 다른 점이라면 거기에 보너스로 화면을 회전시켜 접을 수 있는 태블릿 형태가 합쳐졌으며 일반 클립 메모판처럼 팔을 구부려서 화면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임원 회의실에 들어가는 정도의 직위에 있다면 이 제품은 분명히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게 해줄 것이다.펜과 종이의 재발명?하지만 회의가 진행되면서 당신은 사람들이 미소를 짓는 것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결국 이것은 다른 사람들은 옆에서 종이 패드에 펜으로 노트하고 있을 때 당신은 넓찍한 태블릿 스크린에 스타일러스를 이용해 노트를 적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갑자기 당신은 옆에 있는 동료가 하이테크 스타일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똑같이 노트를 적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그렇다면 MS는 수백만 달러와 수천 시간의 노동 시간을 들여서 결국 종이를 재발명한 것인가? 데모를 보다 보면 약 5분 후에는 정말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태블릿은 빌 게이츠 회장이 MS에서 좀더 직접적인 업무를 맡고 나서 맺은 첫 열매다. 그는 제품 개발에 좀더 시간을 보내기 위해 2000년도에 최고 경영자의 자리를 떠난 바 있다. 그리고 당신은 회의실에서 빌 게이츠가 어떤 식으로 태블릿이 그들의 근무하는 방식을 바꾸게 될지를 설명할 때 당황한 MS의 경영자들이 황급히 그의 말을 적어 내려가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솔직히 전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빌 게이츠에게 '당신이 말하는 것은 결국 지금 이집트인들이 이미 수천 년 전에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것뿐'이라고 말하려면 정말로 용감한 경영자여야 할 것이다. 게다가 하느님은 약 기원전 1300년에 짧은 문장과 좀 긴 문장을 합해 약 10개의 계명을 저장할 수 있는 판(태블릿)을 만들었다는 것도 잊지 말자. 어쩌면 태블릿은 멋진 용수철 공책보다 더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저널 소프트웨어는 좁은 칸이 쳐있고 페이지 왼쪽에는 붉은 줄이 수직으로 쳐있으며 스타일러스를 이용해 쓴 글씨를 읽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따지고 보면 완전히 공책인 셈이다. 하지만 오피스용으로 사용하려는 초기 사용자들에게는 윈도우 OS가 된다는 것이 장점이 될 것이다. 대개 사람들은 책상 위에 노트 패드와 포스트잇, 그리고 여기저기 사람들 이름과 전화 번호들이 즐비할 것이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 커피컵과 냅킨부터 은행에서 온 메일에 이르기까지 즉 아무 것에나 써 있어서 어지럽기 짝이 없을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태블릿은 이처럼 메시지가 여기저기 써있는 난장판에 질서를 부여하며, 여러분이 지금 워드에 있는 글들을 정리하듯이 저널(Journal)의 글들을 여느 메모지처럼 취급하면서도 나중에 그것들을 폴더에 깔끔하게 넣어서 파일로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마찬가지로 당신은 존 스미스의 전화번호가 써있는 종이 쪽지가 책상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지 몰라도 태블릿의 '찾기(find)' 기능을 이용해 '존 스미스'를 입력하는 것이 물론 더 빠를 것이다. 찾기 기능은 손으로 아무데나 써넣은 단어들을 찾아 주기 때문이다.게다가 이같은 정보를 휴대할 수 있다는 것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복도의 전사(Corridor Warriors)'라고 부르는 보너스이기도 하다. 비록 이 태블릿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다 보지 않아도 대충 보면 이것은 정말이지 최고의 개인 서류철임에 분명하다.주문형 소프트웨어마이크로소프트 저널은 분명히 태블릿을 염두에 두고 만든 소프트웨어지만 이 혁신적인 제품은 한 가지밖에 못하는 단순한 것이 전혀 아니다. 스타일러스 사용이 가능한 태블릿 플랫폼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초기 채택자로는 어도비와 코렐, 그루브, 그리고 SAP가 있다.물론 오피스용 애플리케이션인 아웃룩과 엑셀, 파워포인트, 그리고 워드도 태블릿에 사용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한 가능성은 너무도 많다.예를 들면 여러분은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구식의 오버헤드 프로젝터의 OHP 용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만큼 쉽게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로 주석을 달 수 있다. 여러분은 회의에 참석해서 노트를 적은 다음, 당신의 책상으로 돌아가서 그 내용을 쳐서 동료들에게 이메일로 돌려본 적이 있는가? 이 모든 것을 편리한 태블릿으로 다 할 수 있는 것이다.스타일러스를 사용해 당신은 엑셀 스프레드시트에 직접 숫자를 쓰면 글씨를 읽는 소프트웨어는 그것을 양식에 맞게 입력해 준다. 이것은 특히 당신이 창고나 증권 거래소와 같은 장소에서처럼 계속 움직여야할 때 유용하다.태블릿에서 숫자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았지만 단어는 좀더 문제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태블릿의 필기인식 기능에 모든 것을 걸만큼 확신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제대로 되기만 해도 좋을 것이다. 비록 내가 독서장애에 걸린 것같은 의사의 글을 입력했다고는 해도 그리고 아무리 좋게 말하려고 해도 워드에 글을 쓰는 데는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악필로 유명한 의사들에 대해서 좀더 말해보자.국립보건원(NHS)에서 태블릿이 필요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MS는 자사의 글씨 인식 개발 프로그램을 시험하던 단계에 의사들을 포함시켰다. 소프트웨어가 의사들이 쓴 암호같은 글씨를 읽을 수 있다면 보통 사람들의 글씨를 읽는데 전 IT 기술자들을 다 동원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MS는 이 제품이 모든 산업에서 다 필요할 것이라고 확신하고는 있지만 특히 의료 산업에 안성맞춤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의사들이 들고 다니는 차트를 대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래 위 층으로, 이 병동에서 저 병동으로, 그리고 이 책상에서 저 책상으로 서류 봉투가 왔다갔다할 필요가 더 이상 없어진다면 정말이지 태블릿으로 인해 순식간에 병원은 매우 효율적인 장소로 변화될 것이다.예를 들면 진료실에서 간호사들이 태블릿에 적어 넣는 모든 것을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간호사들과 전문의, 그리고 외과의사가 어디에서나 한순간에 다 읽을 수가 있게 된다. "우리는 X선과에서 결과가 내려오기를 아직 기다리는 중"이라는 것과 같은 말들은 이제 다 과거지사가 된 것이다.문제는 가격하지만 '도대체 태블릿 PC의 가격은 얼마인가?'와 같은 말들은 여전히 현금이 부족한 전 의료 서비스 시설에 태블릿을 공급하는 문제에 장애가 된다. 실제 가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태블릿 제품은 아무리 적어도 노트북 가격 중에서도 가장 고가 수준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몇 개월 동안은 사람들이 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태블릿이 경제적이라는 이론을 합리화시키려고 여기저기서 뜨거운 논쟁이 오가게 될지도 모르겠다.MS가 태블릿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야에는 건설과 교육도 포함된다. 교육 분야도 역시 예산이 매우 부족한 상태다.하지만 항상 자신만만하던 소프트웨어 거인인 MS는 시장의 크기에 대해서는 자신 있는 예측을 삼가고 있다. 보급업체들과 맺은 몇몇의 대량 구입 계약으로 처음에는 판매 숫자가 올라가겠지만, 게이츠 타워즈의 장기 계획자들은 태블릿의 판매가 서서히 뜨거워질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실제 가격을 묻는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MS 내부 인사들은 팜 PDA와같은 기존의 기술이 지금도 태블릿의 대상이 되는 사용자들에게 나름대로 유용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에선지 모두들 그리 높지 않은 가격을 말했다.하지만 컨버터블 모델은 노트북 형태로 바꿔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PDA와 노트북 사용자들이 기기를 교체하려고 할 때면(물론 태블릿을 자켓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는 없겠지만) 이 두 가지 형태를 모두 쓸 수 있는 태블릿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태블릿 PC를 제작하기로 한 회사들로는 에이서와 컴팩, 후지쯔, NEC, 타임, 그리고 도시바 등이 있다. 반면 델과 IBM, 그리고 소니는 기다리자는 입장이든 아니면 아예 여기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빠져 있다. 아마도 MS에서 실패할 위험을 안고 있다면 그것은 슬레이트 형태에서일 것이다. 사용자들은 키보드를 아예 없애버리자는 아이디어에는 결코 적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