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IP 시장 확산으로 하드웨어 장비와 소프트웨어 시장도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장비 시장 역시 초기 상태이기 때문에 몇몇 주요 업체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VoIP 장비로는 IP폰과 팩스, DSL 모뎀, 케이블 모뎀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라우터와 스위치, VoIP 게이트웨이, 액세스 게이트웨이 제품이 있다. 또 음성통신사업자 시장을 겨냥한 SS7 시그널링 게이트웨이와 소프트스위치, IP-PBX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VoIP 장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표준으로 거론되고 있는 H.323, SIP(Session Initiation Protocol : 세션 초기화 프로토콜), MGCP(Media Gateway Control Protocol), Megaco/H.248 지원 기능을 누가 먼저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VoIP 솔루션 시장은 PBX 업체들이 IP 프로토콜을 탑재해 기존 유휴 장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부각시키는 반면, 시스코 시스템즈를 중심으로 데이터 장비에 음성 모듈을 탑재, 올(All) IP 기반의 부가서비스로 확장성과 운영 관리비 절감을 내세운 IP 중심적 텔레포니(IP Centric telephony) 진영으로 나뉜다. 양측의 경쟁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눈에 띄는 업체는 루슨트, 노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PBX 진영의 축을 이루고 있는 업체다. 국내 교환기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일컬어지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기존 자사의 PBX를 어떻게 활용해 기업용 VoIP 시장에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는가도 관전 포인트다. 게이트웨이와 게이트키퍼 등 관련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제너시스템즈와 코스모브리지 등이 해외 업체와 제휴를 맺고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올IP 진영의 대표주자는 시스코로, 시스코는 향후 확장성과 관리 용이성, 관리 비용 절감과 부가서비스의 개발 등을 내세우며 PBX 진영과 경쟁하고 있다. 알카텔 또한 최근 통합형 멀티레이어 스위치 ‘옴니스텍 6148’을 출시하며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시스코는 KT와 마이크로소프트의 SIP 기반 구축 프로젝트에서 장비 업체로 선정되면서 영업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텔레콤, IBM 싱가포르, TOT, 언스트앤영에 VoIP 솔루션을 납품한 바 있다. 시스코는 전세계 서비스 제공자용 VoIP 게이트웨이 시장에서 28%를 점유하고 있으며,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도 52%라는 절대 우위를 보이고 있다.PBX 업체인 어바이어의 경우 데피니티 시스템에 IP 모듈을 탑재해 VoIP 시장을 공략해 왔는데, 올 2월 엔터프라이즈급 IP 솔루션인 ‘뉴 이클립스(Eclips)’를 발표하면서 올 IP 진영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멀티밴티지(MultiVantage) 소프트웨어로 미디어 서버와 미디어 게이트웨이를 집중 공략할 계획. 어바이어코리아 마케팅부 이근행 과장은 “물론 현재 기존 시설을 이용하려는 고객은 IP PBX 형태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6~7년마다 장비를 교체하는 통신 환경을 감안한다면 올IP 기반 환경이 유리하다”고 밝혔다.이 업체들은 한결같이 PBX를 LAN 기반의 IP 중앙 시스템으로 마이그레이션할 경우 네트워크 통합 관리로 유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확장성 또한 뛰어나다고 주장하고 있다.어바이어는 이번 월드컵 행사 기간 동안 일본 영업권에 IP폰을 구축했는데 하루에 10만 콜을 처리하면서도 통화 요금은 전혀 없었다. 이로 인해 FIFA의 예산 집행에 상당한 도움을 줬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현재는 PBX 시장이 우세 그러나 올IP업체들의 주장은 지금과 같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현재 올IP 기반 프로젝트는 새로운 사무실로 입주했거나 신축 건물 위주로 국한돼 있다. 사설 교환기를 갖춘 업체들이 부가서비스만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기는 어려움이 있는 것. 반대 진영인 한국루슨트 테크놀로지 데이터네트워크 KT 담당 안병일 과장은 “기존 전화 접속 장비를 VoIP 게이트웨이로 사용할 수 있어, 오히려 자원 활용 부분에서 사업자 부담이 적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로 통합하면 모든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통화의 기본은 안정성”이라고 강조했다. 이 진영에는 노텔네트웍스도 합세하고 있다. 노텔은 통합국민은행 콜센터 수주에서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이런 흐름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주택은행 교환기로 쓰이던 노텔의 메리디안-1에 모듈만 탑재해 확장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본점 콜센터와 지점 콜센터를 연결하는 것으로 상반기 최대 콜센터 프로젝트였다는 것이 노텔의 설명. 노텔은 이달 중순 기존 교환기를 중심으로 VoIP 구현 사례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PBX 재활용 시장에 동참할 계획이다. 또 하반기에 IP PBX를 출시하고, 기업 시장에 대한 고삐를 당길 계획이다. 이 업체들은 PBX가 보유한 QoS(Quality of Service), 안정성, 호처리 능력, 표준, 300여 개가 넘는 다양한 기능이 올IP 서비스 업체들에 비해 기능과 성능 면에서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현재 이러한 견해는 비용 절감을 내세우고 있는 일부 기업들에게 먹혀 들어가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설 교환기를 보유한 상태여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기 때문. 이런 현상은 국내 PBX 시장을 양대 분할하고 있는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움직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LG전자는 2000년 하반기부터 IP PBX에 대한 영업을 새롭게 전개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와 관공서 등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급속도는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밝혔다. “표준 프로토콜을 잡아라”국내 벤처 업체로는 제너시스템즈와 코스모브리지, 큰사람, 애니유저넷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대상 환경은 미디어 서버와 게이트키퍼(Gatekeeper) 부분. 현재 대형 통신사들이 H.323 기반으로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지만 향후 소프트스위치를 적용하면서 다양한 프로토콜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경우 확장성 때문에 SIP와 Megaco가 표준 프로토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설립 3년만에 하나로통신, SK텔링크 등 통신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제너시스템즈는 최근에는 GNG에 소프트스위치를 포함한 백본 장비를 공급했다. 모든 테스트가 거의 끝나 이달 중 납품 완료될 예정인 장비는 소프트스위치인 MGC (Media Gateway Con- troller)와 콜 관리에 사용하는 게이트키퍼, 게이트웨이 등이다. 제너시스템즈 기술전략본부 기술 전략팀 이광철 팀장은 “시스코 본사 기술 인력들이 기술 교육을 받으러올 정도로 국내 VoIP 기술이 결코 해외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시스코와 제휴를 맺고 있는 제너시스템즈는 시스코의 올IP 기반 환경에서 콜 관리 분야에 힘을 싣고 있다. 다른 업체에 비해 SIP나 Megaco 프로토콜 등 한 발 앞선 지원으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코스모브리지는 KT의 6대 도시 기간망에 미디어 게이트웨이를 판매했다. 또 코스모브리지는 모든 장비를 제공해 ASP를 추진하려는 업체들에게 장비를 임대하는 형태의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활성화된 상태는 아니다. 통신 접속 프로그램 ‘이야기’로 명성을 끌었던 큰사람컴퓨터는 SFA에 인수돼 보다 안정된 상황에서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SFA는 지난 98년 삼성항공(현 삼성테크윈)의 자동화시스템 사업부가 분사해 설립한 회사. 이 업체 이외에도 IP폰 단말기 업체부터 다양한 업체들이 현재 VoIP 시장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VoIP 시장이 아직은 더디게 확산되고 있어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또 대부분 VoIP 원천 기술을 해외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어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국내 업체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