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P 서비스 확산 위해 정부 역무 조정 급선무 … 통신사 음성 통화 요금 낮춰 수성국제전화 요금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전화 요금 인하는 단순히 가격 경쟁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국제전화 이용시 국가간 교환기를 통해 전송됐으나 이제 이 역할을 인터넷이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신기술로 각광받던 인터넷 전화(Web to Phone)가 일상 속으로 파고들어 우리도 모르는 새 국제전화 요금 하락이란 공을 세운 것.KT와 하나로통신, 데이콤, GNG네트웍스 등 기간통신 사업자들은 입만 열면 차세대 네트워크라는 말로 인터넷의 효용성을 치켜세우고 있다. 기존에는 PSTN(Public Switched Telephone Network ; 공중전화망)을 통해 음성 통화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데이터망인 인터넷을 통해 음성과 데이터를 모두 전송할 수 있게 됐다. 이럴 경우 기존보다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에나 옥에 티는 있는 법. 인터넷 전화는 음성통화에 비해 통화 품질이 떨어진다. PC to PC에서 PC to 폰, 이제 폰 to 폰으로까지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VoIP(Voice over IP) 서비스는 획기적인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일반화 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새롬기술 다이얼패드팀 김영일 과장은 “서비스가 일반화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단말기 가격이 비싸다. 또 서로 다른 VoIP 서비스 업체간에는 호환되지 않는 것도 활성화에 걸림돌이며, 무엇보다 역무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큰 문제”라고 전했다. 현재 국내 유통되고 있는 IP 폰 단말기의 경우 최저 15만원대로, 기능과 성능에 따라 40만원이 넘는 고가 장비도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역무 조정인데, 일본처럼 음성 전송 업무에 포함시킬지, 국내와 국제로 사업자를 구분할지가 문제다. 또 VoIP 사업자 번호 부여와 허가제/신고제 대상의 구분 등이 선결 과제다. 국내 통신 인프라보다 뒤쳐졌다는 일본은 정부가 직접 나서 제도 정비를 끝낸 상태여서 일반 서비스는 국내보다 앞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 ISP(Internet Service Provider)들이 제공하는 인터넷 전화 이용자 수는 지난 6월 말 160만명에 육박했으며, 머지 않아 유선전화 사용자의 30% 가량이 인터넷 전화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에서도 올해 안에 역무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 안을 토대로 관련 업계의 이견 조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난관이 예상된다. 삼성네트웍스 통신사업부 통신솔루션 사업팀 이형산 과장은 “구체적인 안이 나와봐야 별정으로 남을지 기간통신 사업자로 변환할지 결정할 수 있다”며 다각도로 검토중이라고 전했다.이형산 과장의 고민은 대부분의 별정통신 사업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수익의 일정 부분을 정부에 예탁해야 하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NTT, 음성전화 대신 NGN으로 투자 선회 VoIP 서비스가 현실화되면서 통신업체들과 일반 기업도 고민에 빠졌다. 통신사업자들은 지금까지 PSTN망 위주의 음성 통화 수익에 의존해 왔다. 더 이상 PSTN망에 의존한 음성 통화 시장은 성장이 없는 반면, 인터넷 기간망은 새로운 부가 서비스 창출이 가능하다. 따라서 기간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음성 전화망에 투자하던 자원을 인터넷 전화망 구축에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다. 하나로통신 관계사인 한국디지털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 NTT는 지난 4월 기존 고정 전화망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인터넷 전화망 구축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500억엔에 달하던 고정 전화망 투자비를 올해 200억엔으로 대거 삭감했다. 예산을 무려 87%나 삭감한 것. KT가 꾸준히 NGN(Next Generation Network)에 투자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어떤 프로토콜에도 상관없이 이를 수용해 여타 서비스로 전송해 주는 소프트스위치 개발 업체 선정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SIP(Session Initiation Protocol)를 새롭게 구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나로통신과 데이콤, GNG, 온세통신 등 후발 통신사업자들은 이번 VoIP 확산이 KT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시내 사업자로 VoIP 키우기에 여념이 없는 하나로통신 기업사업팀 이태준 대리는 “우린 잃을게 없다. 시내전화 점유율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바로 VoIP 서비스”라고 밝혔다. 하지만 통신사 입장에서는 다른 고민이 남아 있다. NGN으로 대변되는 서비스의 인프라를 ATM 중심으로 IP 모듈을 통합해야 할지, 반대로 IP 망에 기반해 시스템을 새롭게 확장해야 할지 하는 문제다. 통신 장비 업체들은 “KT 담당자들한테는 이 문제 가 골치거리다. ATM의 안정성이냐, IP의 확장성이냐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장비 시장은 IP vs. PBX 통신사업자들의 고민과는 달리, 기업 고객들은 국제전화 요금 대폭 할인이라는 직접적인 수혜를 입고 있다. 하지만 VoIP 구축을 위해 어떤 솔루션을 도입해야 할지가 문제다. 무엇보다 비용 절감, 효율성 증대가 최대 과제인 기업들은 이미 구축돼 있는 사설 교환기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다만 기구축된 교환기를 이용할 경우, 향후 확장성과 부가 서비스 개발에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힘들다. 또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어 교환기에서 이를 무난히 처리할 수 있을지가 또 하나의 고민거리. PBX로 불리는 이 진영에서는 ‘유휴 장비의 최대 활용’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이와 달리 라우터나 스위치 기반의 IP 기반 장비 제조업체들은 향후 확장성과 부가 서비스 개발, 인력 축소, 통합 관리의 편리성을 내세우며 맞불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IP 진영은 신규 건물과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PBX를 보유한 기존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업체나 기업 고객의 고민과 달리, 새롬기술과 애니유저넷, 키텔, 큐피텔 등 VoIP 전문 서비스 사업자들은 상반기 앳폰텔레콤의 파산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느끼고 있다. 앳폰텔레콤의 경우, 관련 업계에서는 정액제 서비스를 내세운 것이 사업 실패의 가장 큰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액제 외에 사용 시간에 대한 규제가 없었던 것도 파산의 주요 원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20만원짜리 정액제에 가입하고서 300만원어치가 넘는 국제전화를 건 사용자가 부지기수였던 걸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관리 부실로 경영상태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또 현재는 대규모 통신업체들도 한 발자국씩 VoIP 시장에 들어오고 있어 전문업체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KT의 경우 기업 대상으로 저렴한 음성 통화 요금을 제시하고 시장 수성에 나서고 있어 비용 절감 외에 별다른 이점이 없는 한 전문업체들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