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다 밀리는 졸속행정은 대체 언제까지?

일반입력 :2002/08/17 00:00

도안구 기자

지난달 3일 정보통신부는 초고속 인터넷 품질보장제도(SLA ; Service Level Agreement)를 도입, 이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제도는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가 약관에 명기된 최저 속도보다 떨어지는 전송 속도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에게 신고하면 이용 요금을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 시행을 발표하자 KT와 하나로통신, 두루넷 등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은 시범 서비스도 거치지 않고 바로 시행한다며 시행 연기를 주장했다. 이 업체들은 새로운 장비나 솔루션 도입, SLA 제도 시행에 따른 민원 폭주와 모니터링 방법에 대한 변화 등을 시행 연기의 이유로 내세운 바 있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이미 여러 차례 사업자들과 만나 협의한 내용인 만큼 업체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가입자 확보에만 주력해온 초고속 사업자들이 서비스 품질에 눈을 돌려야 할 시기"라고 제도 시행 강행을 천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다만 지난달 말 KT와 하나로통신, 두루넷 등 주요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이 이달 10일부터 대도시 지역의 프리미엄급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시범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시범 서비스를 거쳐 오는 10월 정식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통신사들의 요구가 먹혀 들어간 데는 결국 정부 당국의 졸속 행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몇 차례 문제점이 대두됐음에도 불구하고 몰아붙이기로 일관하다가 정작 정부가 발표한 시일에 가까워졌을 때 업체들의 집중 공격과 로비로 슬그머니 그 시기를 연기한 것은 온당치 않다.또 시범 서비스 기간에 대도시 위주의 프리미엄급 사용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얼마 있으면 초고속 인터넷 사용자가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프리미엄 서비스 사용자들보다는 일반 라이트 사용자들에 대한 배려가 우선시 돼야 한다.업체 한 관계자는 "올 초 정보화촉진기금 중 일부가 SLA 시행을 위해 통신사업자에게 배분된 것으로 알고 있다. 매번 이런 식으로 정부가 끌려다니면 졸속정책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SLA 제도는 분명 국내 인터넷 환경을 개선하고 일반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규칙만 세워놓고 번번이 후퇴하는 행위는 오히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일반 사용자들에게 부메랑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구체적인 시행 방안과 시행 과정에서의 오는 문제점까지 배려할 수 있는 거시적인 안목이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