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민영화는 정부가 의도했던 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난데없는 복병 SK텔레콤의 참여로 인해 정부 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정부는 SK텔레콤의 경우 1대 주주로 등극할 경우, 국내 통신 시장의 독점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SK텔레콤의 이런 움직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내심 바라고 있던 삼성이 KT 지분을 한 주도 얻지 못하자, 정부 당국은 KT 사장의 입을 빌어 주식 맞교환 방법을 흘렸고, 정통부 장관의 경우 공식적으로 SK텔레콤의 지분을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괘씸죄’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이와 함께 얼마 전 있었던 KT아이컴 IMT 2000 장비 우선 협상 업체 선정 과정도 살펴보자. 삼성과 머큐리-노텔 컨소시엄이 1차 관문을 통과했지만, 최종 선택자는 LG전자로 귀착될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KT와 정부가 삼성의 KT 지분 인수를 유도(?)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삼성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그러나 정부가 삼성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있지만 간과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삼성의 경우 명실상부하게 국내 IT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휴대폰, PDA, 노트북, 가전 제품 등은 이미 세계 혹은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1위의 SI 업체인 삼성SDS도 존재한다.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삼성네트웍스도 있다. 내로라 하는 전문 계열사가 한 둘이 아니어서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다. 정부는 시장 독점을 이유로 SK텔레콤의 지분 정리를 요구하며 삼성을 끼워 넣으려 하고 있지만, 이는 한 기업의 시장 지배적인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KT는 네트워크 장비 뿐만 아니라 SI 프로젝트에서도 국내에서 손꼽히는 고객사다. MS가 KT에 전략적인 투자를 단행한 이후 신규 프로젝트들에 MS 기반 솔루션들의 채택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기존에는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엄준한 시선과 견제 장치들이 있었지만, 민영화 이후에는 KT 의중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이런 여건에서 KT의 1대 주주로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린 업체가 등장할 경우 시장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오히려 민영화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또 다른 독점의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경영과 소유를 철저히 분리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과거, 데이콤의 LG 인수로 정부 스스로 공수표를 남발한 전례가 있다. 이제 파워콤의 민영화만 남아 있다. 국내 통신 시장을 재편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관련 업체들의 촉각이 모두 집중돼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파워콤의 1대 주주는 ‘이미 LG로 낙찰된 것이 아니냐’는 소식들이 이곳저곳에서 들리고 있다. LG 관계자들도 너무 앞서 나간 발언으로 파워콤 노조의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계산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자신들이 의도했던 바가 관철되지 않았다고 공개적인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것은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모든 시선이 파워콤에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