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업계 재편설 부른 아웃소싱 사업

일반입력 :2002/06/12 00:00

방창완 기자

SI 업계 재편설이 나돌고 있다. IT 시장에서 다른 업종에 비해 순수 국산 업체들이 포진한 SI 업계를 뒤흔드는 것은 아웃소싱 서비스 사업을 강력히 밀어부치고 있는 해외 벤더들과 최근 국내 시장 돌격을 선언한 EDS코리아.

아웃소싱은 향후 서비스 시장의 대세로 떠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국내 SI 업체들 역시 아웃소싱 사업을 차세대 전략 비즈니스로 위치시키고 있다. 그러나 검증된 선진 모델을 확보한 해외 아웃소싱 서비스 전문 업체들이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들은 본사의 사례를 통해 아웃소싱 비즈니스에 대한 기업 고객들의 반감을 희석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끊임없는 저가 프로젝트 수주 경쟁으로 이미 비전을 잃어가고 있는 상태인 국내 SI 업체들의 마지막 희망은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과, 아웃소싱 사업을 통한 안정적인 매출 구조 확립이다. 하지만 아웃소싱이 매력적인 전략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HP 아웃소싱사업부 한도희 상무는 “국내 기업 고객들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아웃소싱을 바라보는 경향이 짙다. IMF 이후 아웃소싱 비즈니스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그 가능성을 기대한데 이유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관점은 아웃소싱의 본질을 곡해할 우려가 크다. 또 아웃소싱이 구조조정과 바로 직결된다는 선입관이 아웃소싱 비즈니스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웃소싱은 전체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대한 경쟁사와의 격차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비즈니스 방법론이다. IT 아웃소싱을 통해 기업은 최소한 IT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경쟁사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전산 환경의 구도 변화도 이러한 외부 소싱에 의한 IT 관리 수요를 부채질하고 있다.

SI 업체 입장에서는 그동안 저가 프로젝트 수주로 인한 수익 감소로 몸살을 앓아왔으나,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매달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어 아웃소싱은 차세대 전략 비즈니스 목표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우회 전략으로 신규 수요 창출

최근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는 CBD (Component based Development)나 SLA(Service Level Agreement), IT 아키텍처 전략 수립 등도 IT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표준화된 아웃소싱 방법론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서비스 수준에 대한 계약 명시와 이에 근거한 일관된 정보기술 통합 관리를 통해 기업 고객들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IT 기업들도 전통적인 아웃소싱(IT 인력, 자원 등 전 분야에 걸친 아웃소싱)에서 벗어나 우회 전략을 통해 소싱 비즈니스를 창출해 가고 있다.

한국IBM 글로벌서비스 사업부는 아웃소싱 사업에서 e호스팅 사업로 다각화해 부분적인 소싱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다. IBM 글로벌서비스 사업부 아웃소싱사업본부 관계자는 “좀더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 전면적인 아웃소싱 비즈니스를 내세우기보다 e소싱 개념으로 기업의 전산망을 온라인으로 관리해 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HP에서 주장하는 유틸리티 컴퓨팅이나 IBM의 메인프레임 MIPS의 추가 용량 증설이 필요할 때 바로 사용하도록 해주는 등 부분적인 소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략은 일종의 웹 호스팅 사업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아웃태스킹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과거 제일은행의 사례에서 보듯이 전통적인 아웃소싱에 대해 인력 감축 등을 우려한 노조원들의 반발이 컸던 만큼 이러한 e호스팅 개념을 적용해 나가다 보면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한국HP도 개별 운영에 대한 방법론을 통해 파트너사들과 협력 비즈니스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HP 아웃소싱사업부 한도희 상무는 “HP의 차세대 전략 사업은 컨설팅과 아웃소싱 사업이다. 현재 22명의 아웃소싱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컴팩을 인수하는 시점에 따라 강력한 비즈니스 파워를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I 업체들도 차세대 전략 비즈니스 모델로 저마다 아웃소싱 비즈니스를 꼽고 있다. 전략적으로 소싱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는 SI 업체는 LG CNS와 삼성SDS, 현대정보기술, SKC&C.

이미 대법원 등기부 열람 시스템에 대한 소싱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는 LG CNS는 등기부 열람에 다른 수수료를 자사가 얻는 형태의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 또 현재 경기도 부평과 서울 여의도 전산센터에 구축된 데이터센터를 확장해 금융업체를 중심으로 백업 서비스를 확장해 가고 있다.

경기도 용인 마북리에 위치한 현대정보기술의 전산센터와 삼성SDS의 경북 구미 전산센터도 기업의 전산 관리를 위한 수요 진작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SI 업체들이 넘어야 할 걸림돌은 국내 영업을 시작한 EDS코리아다.

EDS코리아의 국내 진출은 IT 업계에 적지 않은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글로벌 IT 아웃소싱 업체의 맹주로서 자리 매김하고 있는 EDS의 주 공격 대상이 국내 SI 업체이기 때문. EDS코리아 존 모트 회장은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5년 내에 국내 5대 SI 그룹으로 상위 진입하겠다”고 선전 포고를 하기도 했다.

EDS코리아의 이러한 공격 경영 선언은 꽤 설득력 있다. EDS는 과거에 M &A를 통해 영업력을 불려 왔던 전통이 있다. GM의 아웃소싱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EDS가 최근 대우자동차의 아웃소싱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는 대우정보시스템을 인수할지 모른다는 소문은 이런 측면에서 설득력 있게 들린다.

EDS 공격 경영에 SI 업계 재편설

EDS코리아는 대우정보시스템의 인수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국내 SI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전통적인 아웃소싱 방법론에 대한 모델과 전세계적인 글로벌 조직망을 보유하고 있는 EDS 입장에서는 이제 막 뛰어든 동북아 시장 거점 확보를 위한 유력한 후보지로 한국이 떠오르고 있는 것.

한국IBM의 한 관계자는 “EDS가 국내 SI 업체 인수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국내 한 두 SI 업체를 인수하든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저가 수주의 생리를 파악하고 안정된 시장 판로를 잡기 위해서는 현지 SI 업체와의 공존은 필수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SI 업체로서는 아웃소싱 사업은 사활을 건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EDS와 같은 전통적인 소싱 비즈니스 업체가 국내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시장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아웃소싱 시장이 열리는 시점에 IT 벤더들과 SI 업체, EDS코리아의 일대 혈전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SI 업계 재편설도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SI 업계 관계자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국내 SI 업체는 태생부터 잘못됐는지도 모른다. 모 기업에 기댈 희망이 없는 업체들이 재편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아웃소싱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비즈니스를 추진할 수 있는 업체는 일부 대형 업체로 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