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을 줄 모르는 열정의 자바 창시자「제임스 고슬링」

일반입력 :2002/05/31 00:00

이종범

제임스 고슬링. 그가 자바 창설자라는 것 이외에 더 이상 아는 것이 없었다. 내가 그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아마 첫 학기 과목 중 자바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일 게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자바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흰 머리에 흰 티셔츠 여기는 캐나다에 위치한 SAIT(Southern Alberta Institute of Technology)라는 학교다. 나는 이곳에서 프로그래밍 관련 학부 과정을 밟고 있다. 지난 5월초 우리 학교에 제임스 고슬링이 강연을 하러 오게 됐다. 전문 강의는 아니었고, '고향'에 들른 김에 학생들과 질의 응답 정도의 짤막한 이야기 시간을 갖겠다는 의도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강연 당일, 9시를 조금 넘은 학교 강연회장은 학생과 컴퓨터 관련 교수들로 이미 자리가 빼곡히 차 있었고, 이곳의 아침 문화가 상징하듯, 어쩌면 자바 커피 향기일지 모르는 조금은 진한 커피향이 강연회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때 등장한 제임스 고슬링의 첫인상은 전형적인 비만증세가 보이는 인자한 할아버지 모습이었다. 결코 많아 보이지 않는 나이임에도 앞머리는 이미 사라지고, 하얗게 바랜 머리칼은 뒤로 넘겨져 있었다. 거기에 어울리지 않는(?) 까만 악마 모양의 자바 로고가 새겨진 흰 티셔츠를 입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런 인상과는 반대로 본격적인 질의 응답이 시작되자, 참가자들의 질문에 대해선 예리하게 혹은 유머러스하게 답해 참석자들을 경쾌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어떤 것이 'Big Money'를 가져다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사실 돈에 대해 그다지 민감하지 않는 문화 탓인지, 내가 듣던 수업의 자바 선생은 제임스 고슬링을 대해 그가 이곳 사람이고, Big Money를 가졌다고 소개했었으니까.휴대폰을 통한 자바의 확장 한 시간 동안, 그가 가장 많이 언급한 부분은 휴대폰 시장이다. 원래 자바를 개발할 당시의 타겟은 전자제품이었지만, 인터넷의 붐을 타고 자바는 그야말로 날개를 단듯 빠른 확장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제임스 고슬링은 인터넷에 대한 언급보다는 휴대폰을 통한 자바의 영역 확장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 예로 그는 일본의 셀룰러폰 시장을 많이 언급했다. 아직도 투박한 휴대폰을 휴대하기보다 짊어지고(?) 다니는 북미지역의 휴대폰 시장의 낙후된 모습이 아닌, 맵시있고 화려함이 넘치는 일본에서 아마 그는 새로운 자바 영역을 꿈꾸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휴대폰을 통해 그래픽을 주고받는 등 본래의 고유영역을 넘어선 모습들이 잊혀지지 않는 듯 강연의 3분의 1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자바를 위한 IDE 개발 의지 밝혀사실 그는 한동안 키보드도 이용할 수 없을 만큼 몸이 불편해, 개발자의 길을 잠시 떠나 홍보에 치중해왔다. 그러다 최근 몸이 회복돼 다시 개발자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한층 나아진 컨디션으로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다른 영역에 비해 너무나 정적인 모습을 지속하고 있는 IDE(Integrated Development Environment)에 관심을 쏟고 싶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자바를 위한 IDE를 개발하고 싶다는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창조한 자바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일지도 모르나, 그의 말투는 자바와 자바 개발자들에 대한 배려가 묻어나고 있었다. 여러가지 흥미있는 일을 소개하면서 독일의 한 프로그래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프로그래머가 만든 패치 프로그램은 디지털 트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인데, 3D를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디지털 트리는 헐리우드를 비롯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자바와 비주얼 베이직?앞으로의 자바 모습에 대해, 제임스 고슬링은 개발자들이 좀더 간편하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수십 라인의 코드를 불과 몇 라인으로 쉽게 압축한 포뮬러들을 많이 만들어내, 프로그래밍 작업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임스 고슬링은 자바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주얼 베이직을 비교하며, 자바는 비주얼 베이직이 할 수 없는 복잡한 작업도 가능하다는 장점을 언급했던 것에 비춰볼 때, 새로운 자바의 포뮬러는 이러한 작업을 가능케 했던 복잡한 코드조차 단순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나는 자바의 창설자입니다"마지막 질문은 그야말로 자바를 배우는 모든 이들이 하고 싶은 질문이었다.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사람으로서 "자바는 왜 이렇게 배우기가 어렵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다소 심각하게 때론 교육적으로 대답해주고 있었다. "여러분은 남들이 이미 해놓은 것들에 대해 그저 배우는 시점에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어렵게 배운다고 말하는 자바의 창시자이지요. 여러분이 지금 자바를 배우는 시간과 제가 자바를 창조할 당시 걸린 시간과 노력을 한 번 생각해보십쇼." 짧지만 확신에 찬 대답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으며, 짧았던 자바 개발자와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자신과 같은 길을 걷기 위해 이제 막 걸음마를 하는 후배들에게 제임스 고슬링이 진정으로 말하고자 한 것은 아마도 'Big Money'보다는, 좀더 분발하는 모습과 다른 프로그래머를 위한 배려를 항상 간직하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빌게이츠와 같은 깔끔한 미국인의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 다소 여유로우며 외모에서 물씬 캐네디언의 모습이 묻어나던 제임스 고슬링. 그의 이면에는 자식같은 자바에 대한 끔찍한 사랑과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이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그와의 만남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