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 EIP(En-terprise Information Portal)와 이란성 쌍둥이인 EKP(Enterprise Knowledge Portal)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EKP는 삼성SDS와 핸디소프트에 의해 본격 확산된 개념으로 지난해 업계를 달궜던 KMS, EIP와 많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KMS가 그룹웨어, EDMS(Electronic Document Management System) 등의 문서, 데이터를 지식으로 변환해 관리하고 여기에 검색 엔진, 지식 문서에 대한 평가 보상 등의 시스템을 갖춘 솔루션이라면, EIP는 기업 내외부의 모든 데이터를 EAI(Enterprise Application Inte-gration)를 이용해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SCM (Supply Chain Management) 등 기간 시스템들과 통합, 이를 단일 화면에서 개인화한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근간을 두고 있는 EKP를 단순하게 도식화하면 KMS(그룹웨어+EDMS+검색 엔진)+EIP=EKP로 정의할 수 있다. 핸디소프트의 김홍렬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EKP와 EIP의 차이점은 그룹웨어와 KMS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 EIP가 정보의 제공, 통합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EKP는 지식의 추출, 변환, 재활용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의사 결정의 직접적인 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즉 EKP는 KMS, EIP의 업그레이드된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EDMS든 그룹웨어든, 혹은 KMS든지 고객들의 요구 사항에 따라 프로젝트는 얼마든지 EIP, EKP로 변화될 수 있는 만큼 이들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로 인해 대다수 외산 솔루션 벤더들은 자사 솔루션이 KMS인지, EKP인지 규정짓는 것을 사양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독 국내에서만 EKP가 활성화되고 급속히 회자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이노디지털의 신철 EBA 솔루션 팀장은 “국내 고객들의 경우 벤더가 제공하는 패키지를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그룹웨어, EDMS, KMS, EIP 등 다양한 범주의 기능을 자사의 구미에 맞게 일일이 커스터마이징한 일종의 ‘퓨전’ 제품을 원하다보니 EKP의 대두 시기가 앞당겨진 것”으로 분석했다.
고객 요구·솔루션 발전의 흐름일각에서는 복잡다단한 국내 고객들의 요구가 시장을 만든 것도 있지만 일부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이 가져온 유행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각종 미사여구로 포장된 EKP 솔루션이라는 것도 꼼꼼히 뜯어보면 기존의 그룹웨어나 EDMS, 혹은 KMS 제품들로부터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SDS나 핸디소프트는 마케팅 차원이 아닌 ‘시장의 선구자’로서의 위상을 강조한다. EKP는 자신들이 작위한 개념이 아니라 IDC나 가트너, 델파이 그룹 등 세계적인 시장조사 기관들이 그 역할과 특징, EIP나 KMS와의 차이점 등을 이미 정의해 두고 있다는 것. 삼성SDS의 김용배 EP 사업팀장은 “외산 제품이 사용하지 않는 개념이라고 해서 마케팅 수단의 하나라고 평가절하 하는 것은 경쟁사들의 지나친 자기 합리화다. 외산 제품들은 아직 EKP라고 할만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칭하지 않을 뿐”이라고 항변했다.그리고 “삼성SDS는 ‘에이큐브’라는 제품을 개발하고 상품 기획팀에서 제품의 기능과 역할을 분석한 결과, IDC가 규정하고 있는 EIP, ECP(Enterprise Coo-perate Portal), CP(Cooperate Portal), EKP 등의 다양한 개념 중 EKP와 가장 유사성이 깊어 포지셔닝을 EKP로 정하게 됐다”고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김용배 팀장은 또 “포탈과 관련한 용어들이 혼재된 상태인데 EP는 EIP, EKP, ECP 등의 총칭이다. 이 중 최근 업계의 큰 관심사가 EKP와 EIP인데 EKP는 지식의 유통 기한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해 기업내 많은 정보의 한 부분을 떼어내 그 유통 기한을 검색하고 테스트, 결과를 축적하는 것”이라고 설명, 에이큐브가 EKP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EKP 시장의 또 다른 주자인 핸디소프트 김홍렬 책임연구원도 “솔루션의 진화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룹웨어, EDMS가 KM으로, KM이 EIP로, EIP가 다시 EKP로 발전한다. 우리의 비즈플로우 EKP는 이 발전 과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제품”이라고 밝혔다. 업체들의 ‘이유 있는’ 입장 정리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KMS, EKP 솔루션이 무엇이냐’는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논쟁의 원인은 경쟁 제품을 깎아내려야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여기는 ‘배타적 최고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S는 핸디소프트의 비즈플로우 EKP를 “아직 KM 애플리케이션도 자체적으로 완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EKP를 구현한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타 SI 업체들의 솔루션에 대해서도 “소프트웨어를 하나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세부 개발 계획도 없이 그동안 SI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나온 산출물을 하나의 패키지로 포장한 제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자사는 솔루션 부서에 1000명이 배치돼 있고 이중 300여명에 달하는 EP 전담 인력이 투여된 만큼 자사의 ‘에이큐브’는 어떤 제품보다 우월하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삼성SDS의 이같은 자신감에 대해 날리지큐브의 김민상 이사는 “에이큐브 역시 다른 SI 업체들과 하등의 차이점이 없는 제품”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KMS와 KMS가 근간이 되는 EKP는 지식을 ‘Flow’가 아닌 ‘Stock’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김 이사의 논리다. “아무리 우수한 IT 전문 엔지니어를 대거 보유하고 있더라도 KMS는 지식과 경영 프로세스에 정통한 인력이 개발에 동참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제품에 불과하다. KMS에서 IT는 지식 경영을 완성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 전부는 아니다”는 설명.
진정한 솔루션은 우리 제품 뿐”이같은 관점에서 김 이사는 KT의 KMS 프로젝트를 실패한 대표적 KMS로 꼽는다. KT의 경우 프로젝트 주무부서가 정보시스템 사업본부였던 관계로 경영학적인 측면에서의 지식 평가와 방법론이 부족했다는 것. 김민상 이사는 “이런 문제들로 인해 최근 KT는 KMS 주관 부서를 인력 관리팀으로 이동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김민상 이사는 진정한 KMS 제품은 날리지큐브의 K큐브밖에 없다고 역설, 역시 배타적인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핸디소프트의 그룹웨어 기술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오래전 그룹웨어에 대한 대대적 혁신 없이 EKP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힌 이노디지털도 자사의 EKP 솔루션인 ‘메가 REP’에 대해서는 기존 EP 솔루션들이 말로만 부르짖고 구현하지 못한 원스톱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자평했다. 업체들의 ‘진짜, 최고’ 논쟁 속에서 가장 많은 공격을 받고 있는 핸디소프트의 김홍렬 책임연구원은 “우리의 제품은 현재 EKP를 향해 지속적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패키지의 완성도를 논한다면 ‘핸디소프트의 제품이 최고 수준’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현재 어떠한 제품도 이 굴레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일갈했다. 가트너 그룹에 따르면 KM은 10년 후에는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는 KMS가 스쳐가는 바람이어서가 아니라 지식 관리라는 것이 기업의 기본적인 문화로 정착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업체들의 제품 우열 논쟁은 EP로 대변되는 포탈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