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속도, 얼마나 빨라질 수 있나

일반입력 :2002/05/21 00:00

지디넷코리아

1965년 반도체업체인 페어차일드의 연구원이였던 고든 무어는 매년 마이크로칩의 용량이 두 배씩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이 컴퓨터 업계에서 전설처럼 전해오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다. 이 법칙은 무어가 인텔의 CEO까지 역임하는 저명인사가 되면서 더더욱 유명세를 탔다. 반도체 업계에서 그의 막강한 영향력때문일런지 모르지만 이 법칙은 반도체의 눈부신 발전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불문율로 자리잡았다. 사실 최근 들어서는 성장이 둔화돼 18개월마다 두 배로 낮춰졌지만 이는 아직까지도 놀라운 성장률에 해당한다. 무어의 법칙은 용량에 대해 언급한 것이었다. 그러나 통상 MHz(이젠 GHz가 더 친밀하다)로 나타내는 CPU 속도에도 그대로 적용돼 왔다. 사실 우리는 펜티엄 프로세서를 사면서 트랜지스터 개수보다는 MHz가 선택의 기준이 될 만큼 길들여져 있다.물론 IBM이나 애플의 파워PC G4 또는 AMD 애슬론 사용자라면 성능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옳은 말이다. CPU 속도는 전체 성능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일 뿐이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사실상 이는 인텔의 대대적인 마케팅의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성능에 대한 객관적인 측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차라리 클럭 속도가 가장 간편하게 CPU들을 비교·선택할 수 있는 방법일 테니까 말이다.18개월마다 두 배로 성장?지난 92년에 발표된 486DX2부터 지난해 발표된 펜티엄 4까지 인텔 CPU의 발전 방향을 살펴보자. <그림 1>은 인텔 CPU에 사용된 공정과 속도 변화를 잘 보여준다. 여기서 공정이란 트랜지스터를 실리콘 칩 위에 얼마나 작게 그릴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데, 작게 그릴수록 같은 면적 안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수는 제곱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그림에서 공정이 1차 함수로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더라도 CPU 안에 있는 트랜지스터의 수는 CPU 속도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2차 함수로 증가했다. 92∼99년 사이에 트랜지스터 개수는 약 23배, CPU 속도는 약 20배가 증가했다. 무어의 법칙을 적용했을때 예상치, 1.67 = 약 27배에서 약 17% 정도의 오차율을 보임으로써 비교적 정확한 수치를 반영하고 있다.

<그림 1>에서 보듯이 그래프가 왜 매년 일정하게 늘어나지 않고 들쭉날쭉하냐고 묻는다면 우문이다. 무어의 법칙은 당장 내년 CPU 성능을 예측하는 법칙이 아니라 오랜 기간동안 지났을 때의 테크놀로지의 발전 방향을 예측하는 법칙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인텔은 3∼4년 주기로 새로운 아키텍처의 프로세서를 내놓았고,이때 성능 향상이 많이 이뤄졌다.무어의 법칙으로만 CPU 속도를 가정했을 때 지금으로부터 8년 후인 2010년에는 현재의 2GHz를 1.68으로 곱하면 약 86GHz 속도의 CPU를 탑재한 PC가 각 가정에 또아리를 틀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지 무어의 법칙은 물리 법칙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8년 후에도 적용된다고 말하기 어렵겠지만 이론상으론 유추 가능하다. 무어의 법칙 : 2007년엔 86GHz과연 이 예측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한 이론적인 검증을 해보자. SIA(Silicon Industries Association)라는 반도체 관련 업체들의 모임이 있다. 이 모임은 매년 회원사들의 의견을 받아서 앞으로 6년간 어떻게 기술이 발전할 것인지 예측하는 ITRS(International Technology Reports on Silicon)란 문서를 발간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의 예측일 수도 있고, 희망사항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각 회사가 그 예측치에 근접하지 못하면 곧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이라 믿고 노력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실제 결과치와 비교적 일치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럼 2001년 보고서를 바탕으로 무어의 법칙을 해석해보자. 참고로 이 문서는 x86 CPU의 성능 같은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예측하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의 CPU 속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들을 고려해 전반적인 성능을 예측해야 한다. 이를 위해 CPU 속도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을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그림 2>는 SIA에서 발표한 2007년까지의 반도체 칩셋 공정의 발달과 플립플롭의 동작 속도의 향상을 예측하고 있다. 모든 반도체는 트랜지스터들의 연결로 생각할 수 있다. 선을 작게 그리면 트랜지스터도 작게 그릴 수 있고, 트랜지스터가 작아지면 반응 속도 또한 빨라지기 때문에 프로세서의 속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이런 향상치는 트랜지스터의 크기(또는 capacitor의 크기)에 관계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CPU의 속도 향상은 공정 발달치의 제곱에 비례해 왔다. 트랜지스터의 속도가 빠른 GaAs나 SiGe 등의 공정을 사용한다면 보다 빠른 CPU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IBM은 SiGe 방식으로 110GHz의 트랜지스터를 제조할 수 있는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기술은 연구실이나 군사용 수준일 뿐이며, 상용 CPU로사용되기엔 집적도나 가격 측면에는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반면 선의 경우에는 저항 성분에 의해 신호 전달 속도가 변하게 되는데, 저항 성분은 공정의 발달에 비례한다. 펜티엄이 나왔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프로세서의 속도는 트랜지스터에서 걸리는 시간에 의해 결정됐다. 그러나 공정 기술이 발달하면서 트랜지스터 응답 시간은 제곱으로 감소했고, 선에서 걸리는 시간도 이와 비례해 줄어들었다. 펜티엄 III부터는 연결선에서 걸리는 시간이 전체 CPU 시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돼 버렸다. 펜티엄 III 때부터 기존의 알루미늄 선을 사용한 공정에서 저항 성분이 작은 구리선을 사용한 공정으로 넘어간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SIA : 2007년엔 6.8GHz 예측이를 통해 유추해볼 때 앞으로 CPU의 속도 향상은 예전과 같이 폭발적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즉 매년 두 배에서 18개월마다 두 배로, 또 2년마다 두 배까지 느려진 무어의 법칙은 더 느려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CPU 업그레이드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최근까지도 인텔은 예전과 같은 페이스로 CPU 속도를 꾸준히 올렸다’는 사실에 대해 의아해 할 것이다. 참고로 펜티엄은 0.8마이크론 공정에서 66MHz 성능을 보였고, 펜티엄 4는 0.13um 공정에서 2GHz의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즉 공정의 발달은 약 5배, 속도는 약 30배까지 증가했다. 이것만 본다면 속도 향상은 공정의 제곱을 훨씬 앞질렀다. 여기서 CPU 속도에 영향을 끼치는 또 다른 요소인 파이프라인(pipeline)이 등장한다. CPU는 기본적으로 메모리에서 명령어를 읽고 명령어를 해석하며, 이에 따른 동작을 한 다음 메모리에 기록하는 동작을 한다. X86의 경우 486부터 CPU가 한 순간에 한 동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명령에 따른 동작을 하면서도 다음 명령을 준비한다. 이렇게 명령어 처리를 여러 동작으로 구분하고 매 클럭당 명령의 동작 단위별로 실행하는 것이 파이프라인이다. 하나의 명령이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예전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더 걸렸지만 전체적인 실행 시간은 획기적으로 단축된다(<그림 3>).
명령을 좀 더 세세한 동작 단위로 구분할수록 실행 시간은 더욱 줄어든다. 물론 설계는 더 어려워진다. <그림 4>는 펜티엄의 파이프라인과 펜티엄 4의 파이프라인을 비교한 것이다. 5에서 20으로 4배의 증가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CPU 클럭 속도도 4배 증가했다. 그렇다고 성능이 4배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명령이 순차적으로 실행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파이프라인은 멈추게 된다. 또한 CPU의 동작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기본 단위가 있다. <그림 2>에서 예측한 동작 주파수와 현재 CPU의 속도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은 이미 파이프라인의 최소 단위에 근접해가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두 배씩의 파이프라인 증가는 조만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동작전압·발열량도 두 배로 증가지금까지 공정과 아키텍처의 발달에 따른 CPU의 속도 향상 가능성에 대해서 살펴봤다. 앞서 언급했듯이 같은 속도로 공정이 계속 발달하더라도 CPU 속도의 향상은 지금까지의 상승 곡선보다 둔화될 것이다. SIA 로드맵의 동작속도 향상 예측을 통해 유추해 보건데 2007년엔 약 6.8GHz급의 CPU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무어의 법칙을 단순 계산한 예측치 86GHz와 큰 차이를 보인다.한 가지 더 비관적인 소식은 파워(Power) 부분이다. 파워는 ‘동작속도×용량×동작전압²’의 식으로 계산된다. 즉 공정의 발달로 동작속도와 용량이 모두 증가하게 되면 파워는 제곱으로 커지게 된다. 그나마 지금까지 동작전압을 계속 낮춰 파워의 증가를 억제해 왔으나, 앞으로 동작전압을 낮추는 작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파워 소모에 따른 열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386에서는 플라스틱 패키지였으나 486에서는 세라믹으로, 펜티엄에서는 방열판이 등장했다. 펜티엄 III부터는 팬이 달리게 된 점을 상기해볼 때 다음에는 무엇이 달리겠는가? 결국 강제 냉각방식을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어떤 핀란드의 해커는 액화질소로 펜티엄 4 CPU를 냉각해 3GHz까지 돌리는 데 성공했다.이런저런 상황을 종합해 필자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자면 2005년에는 약 4GHz, 2010년에는 약 10GHz급의 CPU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지금의 CPU로도 1990년대의 키워드였던 인터넷을 처리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으며, 일부 워크스테이션급의 업무를 제외하면 그다지 버거운 컴퓨팅 환경도 아니다. 그럼 앞으로 10GHz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사용자의 몫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