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달러(6억 5000만원) 이상, 32웨이급 이상의 서버로 묵직한 볼륨을 자랑하는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 시장은 전체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판매대수는 크지 않지만 ‘빅딜의 성과’를 상징한다는 측면에서 주목 받는 분야다. 특히 올 1분기는 지난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시장이 살아나는 분위기였고 은행, 카드, 증권사 등 금융권 합병과 고객 증가에 따른 서버 증설 등 수요 창출 시기를 뒤이은 만큼 관련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 1분기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 시장은 예상외로 실적이 저조했다. 대규모 프로젝트보다는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의 주요 시장인 금융, 공공 등 몇몇 사이트를 중심으로 서버 수요가 간헐적으로 발생했으며 주요 유닉스 서버 업체에게만 판매 수요가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심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또 지난 2000년 64웨이급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인 슈퍼돔 출시 이후 지난해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 시장을 거의 평정하다시피 한 한국HP에 이어 한국IBM, 한국후지쯔, 한국썬, 컴팩코리아 등도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아예 새로운 최상위 기종을 출시하면서 신제품 판매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슈퍼돔을 위시한 한국HP의 활약이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두드러졌다. 그나마 한국IBM과 한국후지쯔가 각각 p690(레가타)과 프라임파워 1100/2000으로 판매 실적이 약간 상승한 상태며 컴팩코리아와 한국썬은 최상위 하이엔드 기종의 판매 실적이 미진했다.전체 3800~3900만 달러(494억~507억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1분기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가 차지하는 시장은 대략 2480만 달러 규모. 이 중 한국HP의 슈퍼돔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대, 1500만 달러 규모로 절반이 훨씬 넘는다. 한국HP는 지난해 4분기에 20대를 판매했으며, 올 1분기에는 25대를 판매, 지난해 판매대수에서 큰 변화 없이 매달 3~4대씩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HP 슈퍼돔 여전히 우세한국HP는 대수나 매출 면에서는 별다른 변동이 없지만 고객 측면에서는 올 1분기에 신규 사이트를 발굴하지 못했다는 것을 차이점으로 꼽았다. 지난해 하반기 현대자동차가 슈퍼돔을 도입함으로써 자동차 업종을 신규 고객 산업군으로 발굴하는 한편 삼성병원, 이대목동병원, 중앙병원 등 주로 알파서버와 메인프레임이 적용되던 PACS, OCS 장비 시장을 슈퍼돔 고객으로 윈백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에 비해 올 1분기는 기존 단골 고객에게 수요가 몰렸다. 한국HP의 1분기 주요 고객은 국민은행, 국민카드, SK텔레콤, 삼성카드, 삼성캐피탈, 한미은행, 롯데닷컴, 포스코 등이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IBM과 후지쯔 메인프레임의 다운사이징 사례가 되고 있으며 슈퍼돔을 64웨이 풀 스펙으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차별화 되고 있다. 64웨이 슈퍼돔은 향후 확장을 고려해 초기에는 32웨이 정도로 구성, 판매되고 있다.
한국HP 강원무 대리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없었던 만큼 1분기에 공급된 고객은 사실 그동안 HP가 주로 관리해오던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2분기에는 지난해처럼 신규 고객이 꽤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대우자동차, 삼성자동차와 상담이 진행되고 있으며 병원 3곳과도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한국IBM은 지난해 9월 발표한 파워4 프로세서 장착 32웨이급 p690(레가타)을 1분기에 5대 판매해 275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9월 발표 이후 2번째 분기인 점을 감안하면 결과가 썩 나쁘진 않다.
한국IBM 윤현석 과장은 “지난해 4분기에도 KISTI와 하나은행을 포함해 10대가 판매됐다. 그러나 대체로 4분기에 1년 실적의 30% 이상을 달성하고, 1분기는 실적이 저조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분기 p690의 5대 판매는 호전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국IBM의 경우 미드레인지와 하이엔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90%로, 내부적으로는 16웨이급인 p680도 하이엔드 제품으로 영업 분류를 해놓은 상태다. 윤현석 과장은 p680이 1분기에 20대 판매됐다고 밝혔다.그러나 IBM 서버 영업의 약점은 서버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드레인지와 하이엔드 서버에서의 고객이 IBM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기존 고객 위주라는 것이다. 신규 고객 발굴이 다른 공급업체에 비해 취약한 편. 윤현석 과장은 “특히 하이엔드 서버에서 신규 고객 발굴이 과제다. 1분기처럼 대규모 프로젝트가 없을 때에는 경쟁사에 비해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지만, 반대로 경기가 어렵거나 큰 프로젝트가 활발할 경우에 오히려 실적이 저조해진다”고 말했다.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HP·IBM·썬 3강 구도 때문에 뒤로 밀려나 있는 한국후지쯔도 1분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1분기에 총 264대의 유닉스 서버를 판매했으며, 최상위 기종인 프라임파워 1100과 2000은 10대 판매했다. 지난 한 해 동안 프라임파워 800/1100/ 2000의 판매 대수가 16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성과라는 것이 한국후지쯔의 자체 평가다. CPU 장착 측면에서도 금융결제원에 16웨이 서버를 4대 공급하는가 하면 중앙고용정보원과 조흥은행에 32웨이 서버를 각각 2대, 1대 공급했다. 외환은행에는 64웨이 서버 두 대가 설치됐다. 한국후지쯔 이지태 부장은 이에 따른 매출이 약 50억원(385만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후지쯔 이지태 부장은 “지난해부터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이나 서버 통합건이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 수요를 창출하는 주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창원특수강, 코오롱상사, 동양 패밀리마트 등의 메인프레임 고객이 유닉스 서버로 다운사이징 했으며 1분기 공급된 외환은행의 경우는 서버 통합 사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IBM, 한국썬 추격 엔진 ‘가동’반면 한국썬과 컴팩코리아는 이번 분기 판매 결과가 미진한 상태다. 한국썬의 경우 지난해 말 출시한 썬파이어 15K의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으며 컴팩코리아는 HP와의 합병건으로 하이엔드 서버의 경우 고객몰이가 쉽지 않았다. 썬파이어 15K는 E10000의 후속 제품으로 출시가 다소 지연됐다. 최대 106개까지 CPU를 탑재할 수 있는 대형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출시 당시부터 기대를 모았지만 1분기에 고객 사이트를 만들지 못했다.지난해 11월 출시와 함께 삼성생명에 32개의 CPU를 탑재한 데이터웨어하우징 서버용으로 공급,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 사례를 만들어내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던 만큼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한국썬의 장정호 차장은 “아직 제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삼성생명에 공급된 것은 삼성생명이 출시 이전부터 공급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대신 지난달부터 11개 정도의 공급건을 진행하고 있으며 2분기에 모두 완료될 것이다. 2분기부터 본격적인 영업 결과가 나올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15K 이전 모델인 E10000의 경우, 지난해 말 성균관대와 중앙대 등에 20대 판매된 것을 비롯해 1분기에는 서울산업대, 정보통신부, 행정자치부 등에 4대 판매됐다. 한편 컴팩코리아는 지난해 HP와의 합병 발표 이후로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든 상태. 그나마 지난해 4분기 대한생명, 서울시청, BC카드 등에 최상위 알파서버 기종인 32웨이급 GS320 10대, 16웨이 서버인 GS160을 8대 판매하는 등 선전하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올 1분기에는 GS320 판매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GS160도 5대 판매에 그쳤다. 컴팩코리아 고성능 시스템 사업부의 정용호 부장은 “사실 하이엔드 고객의 경우, 합병 발표 이후 공급 계약을 미루고 있다. 지난해 9월 합병 소식이 전해지자 7, 8월에 영업했던 건이 돌연 취소되거나 보류돼 3분기는 제안 작업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올 1분기 전체 알파서버 판매도 160대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컴팩코리아는 ‘고객 보장 프로그램(Customer Assurance Program)’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합병 이후 제품을 일정 기간 존속시키며 합병 이후나 합병 과정 동안 고객이 불이익을 당했을 시 120%의 보상을 책임진다는 것. 또 3분기에 현재의 EV68 알파칩을 1GHz에서 1.2GHz, 1.5GHz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연말에는 EV-68 프로세서의 후속 버전인 EV7 탑재 서버를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결국 1분기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 시장은 4분기에 진행되던 공급건이 완료되거나 기존 주요 고객 위주의 간헐적인 공급건만이 성사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일단 한국HP의 슈퍼돔 독주체제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2000년에 출시된 이후 슈퍼돔은 지난해까지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한국IBM과 한국썬 등 주요 유닉스 서버 업체들이 슈퍼돔급 신제품을 속속 출시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편될 조짐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된 한국IBM p690이 1분기에 선전했다고 볼 수 있으며 한국썬 썬파이어 15K는 2분기부터 본격적인 영업 결과가 나올 계획이다. 게다가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는 그다지 조명받지 못했던 한국후지쯔가 프라임파워 2000으로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각오여서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 시장의 중추가 슈퍼돔에서 얼마나 벗어날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