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는 생각 만큼이나 복잡한 분야다. 일단 네트워크 분야가 산업의 표면으로, 아니 IT 산업의 중핵으로 대중의 관심을 모은 것은 불과 몇 해 되지 않았다. 그동안 기업 전산 환경의 일부로, 단지 연결 만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면서, 네트워크는 단지 특수한 IT 분야의 하나로 평가됐다. 하지만 인터넷의 부상과 함께 ‘네트워크가 컴퓨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비중이 높아지면서, 네트워크는 이제 확고한 영역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하지만 이런 네트워크 환경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 과연 네트워크는 누가 만들고 운영하고 있으며, 과연 어떤 사람들이 네트워크 환경을 움직이고 있는가를 잘라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네트워크 분야에 뛰어든 사람들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어떻게 변화 발전해 나가는가를 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만들고 구축하고 운영하고
네트워커를 분류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은 네트워크의 물리적인 구성 요소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실제로 사용자 환경에 뿌려지고, 또 이를 운영하는 세 개의 역할에 따라 크게 개발자와 엔지니어, 그리고 관리자로 나눌 수 있다.
이런 역할은 대부분 업체들에 의해 수행되므로, 이들 업체를 네트워크 장비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그리고 이렇게 개발된 제품을 실제로 기업이나 사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해 주는 NI(Network Integrator), 그리고 사용자 기업으로 나눌 수 있다. 개발업체의 중심은 개발자들이지만, 기술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엔지니어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NI 업체의 핵심은 네트워크 엔지니어들이며, 사용자 기업에서는 IT 관리자, 그중에서도 네트워크 관리자를 들 수 있다.
이외에 개발업체와 NI 업체에서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들도 네트워커의 한 축을 이루고 있으며, 비영리 연구단체의 연구원,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네트워크 관련 학문을 연구하거나 이를 가르치는 사람들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네트워크 장비와 소프트웨어의 사용자이면서, 기업 사용자들에게는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 있는 서비스 제공업체도 중요하다. 서비스 제공업체에는 자체 네트워크 관리자와 함께 사용자들을 위한 기술 지원 인력도 있다.
하지만 숫적으로나 네트워크가 최종 사용자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의 비중으로나 역시 개발자와 네트워크 엔지니어, 그리고 IT 관리자가 가장 큰 축을 차지한다.
이번호에는 네트워커 전체를 세세하게 살펴보지는 않을 것이다. 네트워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 세 역할을 중심으로 이들의 역할과 가치, 비전, 조건 등 전체적인 구조 만을 살펴 보겠다. 앞으로 각 네트워커별로 한 회씩 살펴보면서, 이들의 일상과 애로, 그리고 비전까지 자세하게 살펴볼 것이다.

네트워크의 뿌리를 만드는 사람들
개발자들은 개발중인 제품에 따라 매우 다양해지고, 개발 제품이 업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일이 그 특성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실 같은 하드웨어라고 하더라도 네트워크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일과 스위치나 라우터를 개발하는 일은 상당히 많이 다르다. 오히려 단순화시켜 CPU와 메모리, 그리고 I/O에 대한 것이므로 전부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고, 이외에는 모두 다르다고 할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NMS와 같은 애플리케이션 외에도 프로토콜이나 라우터 운영체제, 각 네트워크 장비를 위한 관리용 소프트웨어 등 매우 다양하다.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고안하는 개발자들에게는 관련 전공에 대한 요구가 필수적이라고 할만큼 크다. 여기서 관련 전공이란 과거의 전산학과나 전자공학과를 의미하는 것이며, 최근에는 컴퓨터공학과나 정보통신학과 등이 이에 포함될 것이다.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이라고 하더라도 구현하고자 하는 기능을 만들어 내는 것 만큼이나 네트워크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자체가 일반 데스크톱 PC부터 서버와 각종 네트워크 장비, 그리고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대부분의 IT 장비로 이뤄지기 때문에,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와 관련된 사항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하드웨어에 대한 기본적인 전기전자적인 이해가 필요하고, 이들을 연결하는 프로토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개인적인 차이를 차치한 일반적인 경우라면, 하드웨어 개발자는 전자공학 전공자가 유리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은 전자공학을 이해하는 전산 전공자가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체계적인 소프트웨어 교육도 필요하지만, 원론적인 기술 기반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기반은 초보 시절이 지나면서 더욱더 진가를 발휘한다. 개발자들이 하나의 아이템 만을 계속 개발하는 경우는 드물다. 개발자들은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제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술과 환경과 시장의 변화에 따라 개발해야 하는 제품의 성격이 180도 바뀔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 신속하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초 기술에 대한 이해가 튼튼해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개발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해야만 개발자로서의 생명력과 가치가 유지될 수 있다.
초보 개발자들은 주어진 부분에 대한 코딩 작업을 하면서 훈련을 받게 된다. 대부분의 다른 직종과 마찬가지로 JIT(Job in Training)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선임급 개발자가 되면서 단위 모듈을 설계하고 작성하는 정도의 작업을 무리없이 해내면서 한 사람 몫을 하게 된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책임자 급이 되려면 5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 시기에 개발자들은 직장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인 성향이나 소속 기업의 환경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양한 경험에 대한 욕구가 크게 작용한다. 실제로 개발자로서 10년을 내다본다면, 직장을 옮기는 것과는 무관하게 다양한 분야의 개발에 참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개발 경력을 쌓았다면, 그만큼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응용력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인기있는 기술과 지속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다 갖추고 있어야 환경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만일 자신이 소속된 회사가 주력 제품을 바꾼다 하더라도 쉽게 주력 개발자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신이 주력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서넛 정도의 인근 분야에 대해 기술 동향을 쫓아가면서 준비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네트워킹의 가치를 더하는 사람들
개발자들의 손을 떠난 네트워크 장비와 소프트웨어는 소위 엔지니어라 부르는 사람들의 손으로 간다. 실제로 개발업체에서 출시한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사용자 환경에서 제 역할을 하기 까지의 과정을 담당하는 이들이 바로 네트워크 엔지니어다.
제품이 사용자 환경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 박스를 뜯어 전원만 연결하면 되는 네트워크 제품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설혹 그런 제품이 있다 하더라도 제품을 선택하고 사용자에게 적합한지를 파악하는 것도 상당한 일이다.
네트워크 제품이 원래의 목적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사용자 환경에 대한 조사, 적합한 설계와 제품 선정, 그리고 구축과 안정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실제 사용중에도 문제가 생겼을 때 이에 대한 기술적인 지원과 성능 향상을 위한 조정, 업그레이드 작업 등이 수반된다.
통칭해 네트워크 엔지니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바로 이 과정의 작업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개발자와 사용자 사이를 이어주는 통로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트워크 엔지니어는 기술적인 요소와 비즈니스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다.
네트워크 엔지니어는 보통 SE(Syst em Engineer)라고 부른다. 이는 네트워크를 포함한 대부분의 IT 분야 기술자를 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업체에 따라 Sales Engineer라고 부르는 곳도 있으며, SE와 CE(Customer Engineer)를 나누는 곳도 있다. 엔지니어의 경우 제품 개발업체와 NI 업체의 경우가 역할에 있어 다소 차이를 보인다.

팔방미인이 필요한 시스템 엔지니어
장비 개발업체의 SE는 개발자와 영업사원의 중간에 위치한 사람으로, 기술과 영업을 접목시키는 지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개발자가 만들어 낸 제품이 가장 이상적으로 원래의 목적에 따라 사용될 수 있도록 기술적인 지원을 하는 역할이다. 따라서 SE는 기술과 영업 지원에 대한 업무 비중을 50 대 50 정도의 비율로 가져간다. 그만큼 SE가 하는 일도 많다.
SE는 영업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제품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제안서 작업, 네트워크 설계, 벤치마크 테스트, 실제 구축, 그리고 안정화 작업까지 모든 과정의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이렇다 보니 기술 지원과 영업 지원의 업무 비중도 50 대 50 정도다.
맡은 바 역할에 따라 SE가 갖춰야 할 능력도 만만치 않다. 네트워크의 기반 기술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고, 자사 제품을 설치하고 환경 설정하고 실제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그 회사의 SE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고객에서 자사 제품을 제안하고, 고객 네트워크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컨설팅 능력이 있어야 하며, 해외 개발업체라면 당연히 영어에 능통해야 한다.
이런 기술적인 요소 외에 SE를 개발자와 구분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비즈니스 마인드다. SE는 기술력 만으로 맡은 바 역할을 다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업체의 네트워크 엔지니어 중 CE는 SE와는 또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순수하게 기술 지원 업무 만을 수행하기 때문에, 구축 이후의 네트워크 운용과 운용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 해결을 지원한다. 따라서 컨설팅 능력이나 비즈니스 마인드보다는 제품 운용 능력과 트러블슈팅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CE는 SE의 전단계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CE로 활동하는 기간 동안에 쌓인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SE로 발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SE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기본이기 때문에, 개인 성향이 매우 기술 지향적인 경우 CE로 남는 경우가 있다.

솔루션화 추세로 기술 부담 증가
개발업체의 SE와 NI 업체의 SE는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성격상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우선은 SE와 CE라는 차이는 없다. NI 업체의 SE는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담당한다. 하지만 내부적을 초급 중급 고급의 레벨 차이가 있다. 업무 분장은 네트워크 구축 작업을 기준으로 나눠진다. 구축 이전의 프리세일즈부터 제안서나 BMT 등의 작업은 고급 SE가 주도하고, 초급에서 중급의 SE는 실제 구축 작업과 트러블슈팅, 사후 지원을 맡게 된다. 사후 기술 지원을 위해 따로이 인력을 두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구분이 명확한 것은 아니며, 대부분 프로젝트마다 태스크포스 팀 형식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레벨에 관계없이 모든 SE는 전체 작업에 참가하게 된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NI 업체는 특성상 개발업체보다 다루는 제품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하나의 업체에 종속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의 요구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 때문에 알아야 하는 제품의 폭이 넓어지지만, 그만큼 선택의 폭 또한 넓은 것이다. 따라서 SE들은 처음에는 특정 제품에 관한 기술력으로 시작하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영역을 확대해 나가게 된다.
SE의 성장과 발전은 경험에 의해 이뤄진다. 3년에서 5년 동안 여러 가지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섭렵하면서 특정 분야로 자신의 전문 분야로 기술적인 깊이를 더해가기도 하고, 컨설팅으로 범위를 넓혀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SE의 성장 방향은 개인적인 노력보다는 참여하는 프로젝트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NI 업체들이 단순히 네트워크 장비 유통과 구축에 머물지 않고, 차별화된 솔루션을 만드는데 진력하는 추세라 SE들에게는 더욱 많은 것들이 요구되고 있다. 이제 네트워크 장비가 단순히 박스가 아니라 복잡하고 지능적인 솔루션이어야만 하기 때문에, 이를 다루는 SE들의 기술적인 수준 역시 폭과 깊이를 더해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마케팅과 영업의 경우도 고객 요구사항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깊지는 않지만 폭넓은 지식을 갖춰야 하는 상황에서, 하물며 기술로 고객과의 접점에 서 있는 SE들은 어떻겠는가.

기술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생존의 조건
개발자와는 달리 네트워크 엔지니어는 전공에 그리 민감하지 않은 편이다. 실제로 현역 네트워크 엔지니어의 절반 이상이 비전공자 출신인 것이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IT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최소한 PC 매니아급의 기본 지식과 엔지니어적인 성향은 갖고 있어야 한다.
초기에 네트워크 엔지니어는 너무 블루컬러같이 인식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SE의 일은 스스로들 3D 직종이라고 할만큼 고되다. 이유는 다운이 될 수 없는 네트워크의 특성상 대부분의 구축 작업이 황혼에서새벽까지의 시간에 실행되고, 설치 후 트러블슈팅도 시와 때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밤샘 작업이 적지 않다.
여기에 SE를 더욱 힘들게 하는 요소는 바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술 환경이다. 기술을 사용자 환경에 적용시키는 일에서 가치를 찾는 SE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바로 도태되는 것을 의미한다. 경력이 쌓여 고급 SE가 되면서 실제 현장에서 구축 작업에 참여하는 회수는 점점 줄어들지만, 그만큼 빠른 속도로 자신의 기술력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는 것이 일반적이다. SE로서 정점에 서고자 한다면, 현업에서 얻는 기술 지식 이외에 하루 두세 시간 정도의 자체 학습은 기본적인 요소다. 6개월만 쉬어도 현장 감각을 잃어버리는 것이 오늘날 IT 환경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엔지니어의 가치는 기술력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이런 기술력은 이론과 함께 실전을 겪어야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경험의 폭을 넓혀가지 않으면 안된다. 성공적인 엔지니어의 요건은 이론과 경험을 통한 기술력과 고객 마인드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엔지니어로서 자신의 경력을 관리하려면 이른바 ‘실적’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실적은 자신의 기술력을 증명할 수 있는 폭넓은 프로젝트 경험을 말하는 것으로, 각종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용자이자 서비스 제공자인 IT 관리자
국내 IT 관리자들의 현실은 소속 기업에 따라 천차만별의 차이를 보인다. 은행이나 증권, 보험 등의 금융기관은 IT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규모에 따라 몇 백명 단위의 전산 인력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일반 제조업체 등의 중소규모 기업은 적은 수의 전산 관리자가 여러 분야의 일을 수행한다.
IT 관리자들의 업무는 조직에 따라 다르겠지만, 크게 시스템 관리와 네트워크 관리로 나눌 수 있다. 시스템 관리는 주로 서버와 데스크톱 PC, 각종 단말기, 주변기기, 운영체제 등을 최적화하고 운용하는 일이며, 네트워크 관리는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환경, 즉 LAN과 WAN, 케이블링, 그리고 네트워크 관리 시스템을 다룬다.
네트워크 관리자는 수많은 네트워크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운용하는 사용자의 입장에 있는 한편, 기업의 업무 환경에 매끄러운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이런 이중적인 입장은 네트워크 관리자에게 보기보다 많은 것을 요구한다.
흔히들 네트워크 관리자를 장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처리하는 수동적인 역할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네트워크 관리자는 실제 네트워크 시장에서 제품의 구매를 결정하는 최종 사용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우 영향력있는 자리에 있다. 그리고 기업의 입장에서 네트워크 장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선은 네트워크 장비업체와의 관계에서 이들 업체의 호객의 대상이 아니라 기업 사용자의 대변인으로 나선다. 흔히들 네트워크 관리자가 관련 기술이나 장비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할 만큼의 기술력을 갖고 있지 못하면, 개인적인 발전은 물론 불필요한 예산의 낭비와 네트워크 다운에 의한 기업 비즈니스의 장애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장비 업체보다 많이 알아야 하고, 이들에게 최종 사용자의 요구를 주장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네트워크 관리자 역시 엔지니어 기질을 많이 요구받는다. 즉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끝까지 해결하려는 자세,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도전 성향 등이 그것이다.

급박하게 변하는 기술 환경은 네트워크 관리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짐이 되고 있다. 항상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모든 네트워커의 기본 과제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트워커의 변신은 무죄
네트워킹을 통해 21세기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만들어가는 네트워커들이지만, 엔지니어의 생명력은 생각만큼 길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6개월이 멀다하고 발전하는 관련 기술들을 쫓아가는 것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빠른 흐름을 좇다 보면, 네트워커들의 성장 속도 또한 가속도가 붙어 어느듯 그 분야의 정상에 가까이 서게 되는 이유도 있다.
네트워커는 처음 시작한 분야에 따라 고지가 정해져 있긴 하다. 개발자라면 책임 개발자와 개발팀장을 거쳐 아키텍트나 CTO, 연구소장이 되는 것이고, SE라면 기술 지원에서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팀장급 SE를 거쳐 컨설턴트나 프로젝트 관리자일 것이다. 기업 전산실의 네트워크 관리자라면 네트워크 운용팀장을 거쳐 전산실장, 그리고 CIO에 이르면 해당 분야에서 정점에 서게 된다. 이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종점으로 창업을 통해 CEO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네트워커가 이렇게 공식적인 길을 걸어가는 것은 아니다. 피라미드 형태의 인력 구조상 모든 네트워커가 이렇게 되기는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도에 역할을 바꾸는 네트워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본인이 계획한 것보다는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
가장 일반적인 변화는 기술지향적인 개발자에서 비즈니스 지향적인 영업/마케팅 임원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원인을 들 수 있지만, 우선은 개발자로서의 최고 상태를 유지한채 오랜 세월을 버티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는 네트워크 엔지니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순수하게 기술 지원 업무 만을 고집하는 경우는 엔지니어 성향이 매우 강한 사람의 경우에만 해당된다.

대부분의 네트워커들은 10년을 상징적인 기준점으로 잡는다. 한 사람의 네트워커로서 역할을 다하는데 3년, 팀장급으로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아 운영하기 위해 5년, 기술력과 관리 능력, 그리고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춘 완성된 네트워커가 되는데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네트워커여 영원하라
예술은 나를 위한 것이고, 과학은 우리를 위한 것이고, 엔지니어링은 그들을 위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엔지니어는 과학자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한 축으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런 엔지니어링은 네트워커가 자신들의 역할에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한 가치를 갖는다.
아직까지 네트워커를 둘러싼 환경은 그리 녹녹하지 못한 편이다. 우선은 네트워커가 되기 위한 정식 교육 과정이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다. 최근 정보통신학과나 컴퓨터공학과와 같이 보다 실무적인 교육 과정을 내세운 학과들이 각급 대학에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 엔지니어링 측면의 비중은 부족한 편이다. 많은 초보 네트워커들은 입문하기도 힘들거니와, 정규 교육을 받고도 따로 사설 교육기관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처음 입문한 초보들은 기본적인 이론 만을 갖춘, 거의 맨몸의 상태로 현업에 부딪혀 나가야 한다.
외국에서 머리가 허연 개발자나 엔지니어를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그린 네트워커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 네트워크 관련 업체는 그 연혁이 길게 잡아 10년 정도이기 때문에 기술자를 지원하는 부분에 대한 제도적 장치들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엔지니어들이 자신들의 꿈과 이상과 열정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 때, 기술중심의 업체는 성공할 수 있다. 이제 중견기업에 이른 국내 네트워크 관련 업체들 중에서도 선도기업이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또한 네트워커들 스스로 세상으로부터 소외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엔지니어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표현 능력이 중요하다. 기술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제대로 설득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많은 엔지니어들이 자신들의 용어와 어법으로 이야기하면서 의사전달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엔지니어가 비즈니스의 한 축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많은 네트워커들은 날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네트워크 환경을 이끌어가면서, 자신들이 노력한 만큼 그 보람과 성과도 커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네트워커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