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명함관리 도구, 이르미 킷 2.0

일반입력 :2002/04/03 00:00

박세영 기자

야, 너무 작아졌다! 이르미 2.0 킷의 명함 스캐너를 처음 본 느낌이다. 예전 1.x 버전의 명함 스캐너는 크기는 물론 별도 직류 전원 어댑터와 두꺼운 병렬 케이블이 영 부담스러웠다. 스캐너의 크기는 이전 버전보다 거의 1/4까지 작아졌다.

2.0 버전에서는 이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고 날씬한 USB 인터페이스를 채택해 일대 변신을 시도했다. 이르미의 USB로의 전환은 일석이조 효과를 가져왔다. 설치의 편리함과 더불어 별도 외부 전원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 복잡한 설치 과정 없이 USB 포트에 연결해 드라이버 파일만 잡아주는 것으로 설치는 끝난다.

명함 읽기 전용 스캐너와 명함인식 프로그램을 결합해 명함을 자동 입력해 주는 시스템인 이르미 1.0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신기한 눈으로 각종 기능을 살펴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인식률이 생각만큼 높지 않아 스캔된 이미지를 보고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식률을 크게 높인 1.5 버전이 나와 '이 정도면 쓸 만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1년이 지나지 않아 새로 나온 2.0은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안정적인 기능으로 중무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실제 기능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단 명함 스캔속도가 빨라지고 자동 스캔 기능이 대폭 개선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전 버전에서 자동 스캔기능을 사용할 경우 명함 스캔 작업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명함을 스캐너에 잘 맞춰 힘을 줘야 작업이 이뤄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버전은 스캐너에 살짝 갖다대면 바로 스캔에 들어갔다. 다만 예전에 비해 소음이 약간 심해진 느낌이다.

자동 스캔기능을 확장한 일괄 스캔 기능을 살펴보았다. 여러 장의 명함을 일괄 인식한 다음, 나중에 이미지를 보고 수정할 수 있게 한 기능으로, 계속해서 명함을 인식시킬 수 있다. 한 장의 명함 스캔에 걸린 시간은 대략 4초, 이미지 인식 시간까지 합치면 9∼10초가 걸렸다. 결국 1분에 6∼7장 정도를 스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직접 손으로 주소관리 프로그램에 입력했을 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장당 30∼40초가 걸린 것을 보면 훨씬 빠르고 효율적임을 알 수 있다.

게으른 사람이라면 제대로 인식됐는지 일일이 확인해 보는 대신 이름만 제대로 입력됐는지 알아보고 그냥 넘어가도 될 것이다. 나중에 찾아볼 일이 생기면 이름으로 검색한 다음, 자세한 항목은 스캔 이미지를 보면 되기 때문이다. 대신 MS 아웃룩이나 팜 오거나이저 같은 별도 개인정보관리(PIMS)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면 번거롭더라도 하나하나 확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지를 제외한 데이터만 아래아한글, 텍스트, 엑셀, CVS 포맷으로 내보내주기 때문이다.

명함 데이터를 아웃룩 데이터로 변환을 시도해 보았다. 이름·주소·전화번호 등 여러 항목 중에서 원하는 것만 선택해 보낼 수 있어 편리했다. 하지만 명함의 범주 지정 기능은 편집 기능이 없이 기본으로 제시된 17개 항목 중 하나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쉽다. 아웃룩에서 자신만의 범주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을 경우 두 번 작업을 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다음 버전에서는 이 기능을 추가한다면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