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기록형 미디어의 비밀을 캐자

일반입력 :2002/03/15 00:00

나성언

DVD 비디오가 어느 정도 활성화된다면 CD-ROM이 그랬던 것처럼, DVD형 기록 매체가 그 바통을 이어 받게 될 것이다. 모 광고에서처럼 소비자가 DVD를 살까, VTR을 살까 고민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그렇다. 하지만 DVD 기록 매체의 미래가 그리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공식적인 DVD 기록 매체 형태는 6가지나 된다. CD-R처럼 한번만 쓰기가 가능한 DVD-R이 세 가지이고 쓰고 지우는 것이 가능한 DVD 포맷이 3가지이다. 이들 모두 시장을 선점하려는 또 하나의 표준화 전쟁의 산물이며, 소비자의 인내를 담보로 한 이 싸움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무엇보다도 DVD 기록 매체의 상품가치는 대용량에 있다. 편면 4.7GB의 용량은 대용량 AV 시대에 CD-R?, RW 사용자들이 디스크 여러 장을 구하는 번거러움을 많이 해소해 준다. 하지만 이미 HD시대가 시작된 지금, DVD는 이미 비디오 저장 장치로서 용량의 한계를 느낀다. 4.7GB의 용량으로는 HD의 스트림을 몇 십 분밖에는 저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지부진한 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대는 벌써 HD-DVD를 요구하고 있으며, 실제로 작년에 일본을 시작으로 해서 HD-DVD 플레이어의 시제품이 선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표준 수립도 안된 상태인지라 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는 족히 수 삼 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 어쩌면, 적어도 AV 시장은 광 매체보다는 HD 녹화가 가능한 디지털 VHS와 같은 테이프 매체가 먼저 자리를 잡고 설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아직은 고가이지만 시중에서 DVD 레코딩 기기도 구입할 수 있게 된 지금, 뭔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이 글에서는 DVD 기록 매체에 대한 그 동안 진행된 상황을 보여주고, 가장 문제가 될 것 같은 디스크간의 호환성 문제부터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기술적인 정보까지 제공하는 취지로 간단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DVD 기록형 미디어의 역사CD-RW 디스크가 여러 번 재기록 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다 싸고 쓰기 편한 CD-R이 더욱 선호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처럼 DVD 기록 매체 중에서도 DVD-R이 가장 많이 쓰이는 디스크가 될 것이다. DVD-R 규격은 DVD-ROM 규격이 제정된 다음 해인 1997년에 3.95GB 용량의 Ver 1.0으로 발표됐다. 파이오니아를 주축으로 개발된 DVD-R은 기본적으로 CD-R 기술의 연장선상에서 형태적으로 유사하고 기록의 원리 또한 같다. 같은 해에 파나소닉·히다찌·도시바 진영이 주축이 되어 DVD-RAM의 Ver 1.0 규격이 발표됐다. 초기 VD-RAM의 용량은 2.6GB였다. 반면 소니, 필립스 등은 +RW(플러스 RW)라는 3GB 용량의 독자 포맷으로 이들 진영과 경쟁해 오다가 RAM이 표준 규격으로 채택되자, DVD의 모든 규격을 관장하는 DVD 포럼을 탈퇴해 독자적인 DVD 동맹(DVD Alliance)를 결성하고 여기에 대항하게 된다. 특허권 등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다른 회사에게 영광을 넘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DVD 동맹은 소니·필립스를 중심으로 hp·야마하·리코 등 막강한 진영이 포진하고 있다. 1999년 DVD-RAM은 용량 4.7GB의 Ver 2.0 표준을 발표했으며, DVD+RW 진영에서는 2001년 4.7GB, Ver 1.0의 2세대 DVD+RW 규격을 발표했다. 또한 기존 DVD-R과는 다른 DVD+R의 규격(Ver 0.9)도 같은 시기에 발표했다. 한편 DVD 포럼 내에서도 그간 +RW와 경쟁하던 다른 형태의 RW가 파이오니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1999년 완성된 형태의 Ver 1.0이 발표됐다. 이는 일반적으로 RW, 또는 +RW에 대응되는 의미로 ‘마이너스 RW’로 불리기도 한다. 결국 DVD 재기록 포맷은 RW, RAM, +RW의 세 종류에 이르게 됐다. 한편 3.95GB이던 DVD-R은 2000년 4.7GB의 Ver 2.0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사용용도에 따라 타이틀 제작용(for Authoring), 백업 등의 일반용(for General) 등 두 가지 타입으로 분류됐다. 결국 DVD-R도 +R을 포함해 세 가지가 된 것이다. 아울러 구 버전의 포맷까지 같이 혼재한다고 생각하면 정신없을 정도로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표준 선정에 따라 각 업체의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무턱대고 업체를 탓하기도 뭣하지만 이에 따른 비용과 불편은 당분간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 기업과 같은 후발 업체에서는 어느 한 쪽에 손을 들어 주기보다는 양쪽 진영 모두를 지원해 호환성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므로 엔지니어들의 고생길이 눈앞에 선하다. 이와 같은 DVD의 진행 현황을 <표 1>에 정리했다. DVD 포럼에 의해 발표된 규격은 이외에도 DVD-Video, DVD-Audio, 비디오 레코딩(Video Recording), 스트림 레코딩(Stream Recording) 규격 등이 있으나 이들은 DVD-ROM, R, RAM, RW 등의 물리적인 포맷의 상위에 존재하는 논리적인 애플리케이션 포맷이다. 기록의 원리RAM, RW, +RW 모두 기록 매체의 상변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은 동일하다. 상변화 특성을 갖는 물질에 결정화 온도 이상의 열을 가하여 용융점에 이르게 되면 물질은 액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 상태에서 물질의 결정화에 필요한 시간에 이르기 전에 급속 냉각시키면 물질은 아몰퍼스(amorphous)라는 비결정 상태로 남게 된다(<그림 1>의 ⓐ). 이 부분은 결정 상태와는 빛의 반사특성이 달라지므로 이를 이용해서 디스크에 신호를 기록한다. 아몰퍼스 상태로 변한 부분에 다시 레이저를 가하여, 결정화 온도는 넘지만 융점을 넘지 않을 정도로 가열한 후 결정화 시간 이상으로 서서히 냉각시키면 이 부분은 원래의 결정화 상태로 복귀된다(<그림 1>의 ⓑ). 레이저는 개별적인 디스크나 레코딩 속도에 따라 결정화, 아몰퍼스화 또는 디스크 읽기 등 각각의 경우에 맞춰 최적의 출력을 결정하는 제어 프로세스(Optimum Power Control)를 따른다.이 밖에도 레이저를 받는 영역의 폭을 균일하게 하기 위한 기술(Write Strategy) 등이 DVD 재기록형 미디어에 사용된다.한편 DVD-R은 CD-R과 같이 유기 안료 고분자(Organic Dye Polymer) 기술이 사용된다. 유기 안료는 일종의 색소로서 레이저 빛을 받으면 색소가 분해된다. 이와 동시에 레이저의 열에 의해 판이 변형되면서 이 두 가지 현상이 중첩되어 영구적인 신호 기록의 효과를 얻는다.디스크 구조<그림 2>는 DVD-R, DVD-RAM, DVD-RW, +RW의 단면이다. 일반 비디오 디스크와 같은 DVD-ROM은 그 단면이 평면이고 피트(pit)라는 신호 기록 부분만 홈으로 파인 형태이지만, DVD-R?RW?RAM 모두 밭고랑처럼 산과 골을 갖는 형태로 돼 있다. 레이저가 조사되는 방향을 기준으로 했을 때 튀어나온 부분을 그루브(groove), 움푹 패인 부분을 랜드(land)라고 한다. DVD-R?RW?+RW는 모두 그루브 부분을 이용해 신호를 기록한다(CD-RW 동일). 랜드에는 랜드 프리피트(prepit)라는 부분이 있어서 디스크의 위치 정보를 나타내는 용도로 사용된다. RW 계열이 그루브만 이용해 기록하는 반면, DVD-RAM은 그루브와 랜드를 모두 기록 장소로 사용한다. <그림 3>에 나타낸 것과 같이 R, RW, +RW는 그루브를 따라 나선형으로 신호 기록이 이뤄지지만, RAM은 1회전 마다 랜드와 그루브가 엇갈려 치환되는 구조로 돼 있고, 이런 방식을 통해 랜드와 그루브를 모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초창기 기록 밀도를 올리기 위해 취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DVD-RAM에서도 RW와 같은 위치 정보를 나타내기 위해, 헤더(header)라고 해서 랜드와 그루브 없이 평평한 부분을 일정 간격으로 만들어서 이곳으로부터 어드레스 정보를 취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림 4>는 DVD-RW계와 DVD-RAM의 입체적인 트랙의 형상을 나타낸 것이다. 그루브와 랜드의 경계를 따라 파의 형태를 지닌 것을 워블(wobble)이라고 하는데 이는 디스크의 회전 속도를 검출해 제어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 보통 워블을 설명하려면 <그림 4>와 같이 파형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지만 실제 워블이 나타내는 파형의 주기는 피트 길이의 30배 정도이고 그 폭은 피트의 1/20 정도로 디스크를 확대시켜도 직접 그림처럼 확인하기는 어렵다. 디스크별 물리적 사양과 특징<표 2>는 각 디스크의 물리적 특징을 서로 비교한 것이다.<표 2>에 나타난 바와 같이 각 매체의 용량은 초창기의 다양한 값에서 DVD-ROM과 같은 4.7GB로 통일돼 차이가 없다. 용량이 같은 상태에서 DVD-RAM은 10만 번에 이르는 재기록 가능 횟수가 가장 큰 장점이다. 이에 반해 CD-RW와 기술적으로 동일선상에 있는 RW, +RW 등은 CD-RW와 같이 약 천 회의 재기록이 가능하다. DVD-RAM은 레코딩 속도가 1배속(11.08Mbps)의 두 배까지 지원되므로 속도 면에서도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랜덤 레코딩를 지원하므로 데이터를 임의의 장소에 쓸 수 있다. UDF와 같은 랜덤 파일 시스템을 이용한 데이터 운용에 장점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실제 DVD-RAM은 헤더로 구분되는 섹터로 구성된, 포맷된 디스크와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RW도 랜덤 레코딩이 지원되므로 마찬가지의 장점을 갖고 있다. 반면 연속적인 기록만 지원되는 미디어는 기록이 세션당 1회로 제한되므로 파일의 변경이나 추가, 삭제 같은 작업에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디스크들은 대용량 데이터의 백업이나 DVD 오소링 등에 유용할 것이다. Defect Management는 디스크의 특정 부분이 손상되었을 때 이 부분의 데이터를 다른 쪽으로 옮겨서 보호하는 기능이다. 본질적으로 이 기능을 위해서는 랜덤 기록 방식이 지원돼야 하므로 이 기능이 있는 DVD-RAM과 DVD+RW에서만 할 수 있다. DVD는 기본적으로 CLV(Constant Linear Velocity) 형식을 취해 데이터를 읽는 속도가 항상 일정하다. 따라서 원주의 길이가 짧은 디스크의 내주 부분(디스크의 회전축에 가까운 부분)에서는 회전속도가 빨라지고 픽업이 외주로 나갈수록 회전속도는 느려진다. CAV(Constant Angular Velocity)는 이와 반대의 개념으로 디스크의 회전 속도가 항상 일정한 방식으로, 내주에서는 데이터의 전송률이 낮아지고 외주에서는 반대로 높아진다. CAV는 외주로 갈수록 데이터 전송률이 높아지는 만큼 랜덤 액세스시의 속도가 향상되는 것이 장점이다. DVD+RW는 이와 같이 CLV와 CAV를 병용해 전체적으로 기록속도를 올리는 효과가 있다. DVD+RW의 데이터 전송률이 가변으로 나타나 있는 것도 CAV 동작을 따르는 경우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회전방식의 운용과 픽업의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평균 속도는 최대 속도에 비해 많이 낮아지므로, +RW는 대략적으로 1X CLV에 대해 약 1.4배의 속도향상을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환성과 제품 선택디스크 호환성은 제품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가장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이것은 각 미디어의 전용 드라이버가 다른 타입의 디스크를 어디까지 지원하는가에서 기존의 CD-R, CD-RW, 또는 DVD-ROM에 대한 호환성 여부, 기존 DVD-ROM 드라이버에서의 지원 여부에 이르기까지 따져 봐야 할 사항이 한 둘이 아니다. 읽기 동작에서 가장 문제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RAM 계열과 RW 계열 간의 호환성 문제이다. RW 계열은 근본적으로 더 복잡한 구조를 갖는 DVD-RAM을 읽어내는 기능은 약하다. 반면 DVD-RAM 기기에서는 RW 계열의 디스크를 어느 정도 읽어내는 것으로 되어 있다. 레코딩 동작에 있어 원칙적으로 같은 계통의 미디어만 지원된다고 보면 된다. DVD-R의 경우 일반용과 제작용 등 두 가지로 나뉜다고 했는데, 현재까지는 일반용 DVD-R을 지원하는 레코더가 제작용 DVD-R을 구울 수는 없고, 이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제작용 DVD-R 레코더는 전문 분야에서만 사용될 것이므로 일반 사용자가 이것 때문에 문제를 겪을 일은 별로 없다. 다만 DVD+R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현할 경우 RW 진영과 +RW 진영 사이의 제품 호환성은 어느 정도 복잡한 양상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호환성에 대해서는 각 진영마다 서로 주장하는 내용이 상치되는 경우가 많고, 앞으로 계속 개발되는 제품에 따라 차이가 많을 것이므로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잘 분석해야 하는 수고가 따를 것이다. 현재는 다른 진영의 포맷도 호환되게 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멀티형 제품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레코더가 지원하는 디스크의 범위는 각각의 제품에 따라 다를 공산이 크다. 따라서 미디어의 특징에 따라 각자에게 필요한 용도를 정확히 결정하고, 다른 종류의 포맷의 지원 여부, 기존의 CD-R, CD-RW의 지원 여부,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미디어가 기존의 DVD-ROM 드라이브나 플레이어에서 지원되는 지의 여부를 차례로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제품 간 비교 등 좀더 정확한 분석을 통한 가이드 라인은 향후 적절한 시점에 지면을 통해 이뤄질 것을 기대한다. 기술 전국 시대아직은 재기록형 DVD 미디어 제품의 종류도 적고 고가인데다,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갖가지 표준이 난립한 만큼, 시장 형성이나 가격의 하락에 걸리는 시간은 CD-RW보다 그 이상이 될 것이다. 기술 전국 시대의 한 단면을 보는 듯 하지만, DVD의 경우는 업체간의 경쟁이 업체나 사용자 모두에게 손해를 주는 부분이 많다. DVD는 원래 AV 용도를 염두하고 개발된 것이지만 전술한대로 주춤하는 사이 AV는 벌써 HD를 시대를 맞이했다. DVD는 여기에 대응하기엔 많이 부족한 스펙이 되고 말았다. 앞으로 다가올 HD-DVD 시대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글쎄, 알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DVD 기록 미디어도 성능과 가격에서 좀더 경쟁력있는 모습으로 우리들 곁에 다가와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