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타고 날아오는 디지털 AV의 향기

일반입력 :2002/02/05 00:00

박세영 기자

지난해 11월 공중파 디지털 방송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디지털 위성방송도 오는 3월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1995년 무궁화위성 1호 발사 이후 5년 넘게 진행됐던 위성방송사업자 선정과정을 통해 한국통신과 KBS를 주축으로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스카이라이프'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11월 1일 시범 방송을 개시한 데 이어 오는 3월 정식 서비스를 개시한다.

공중파 HD(High Definition) 디지털 방송의 수신권역이 수도권으로 제한되고 있는 실정에서 스카이라이프는 위성을 통해 송출한 방송 전파를 수신하기 때문에 지방은 물론 도서산간 지역에서도 디지털 방송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공중파 HD 화질만큼 선명하지는 않지만, 기존 아날로그 화면에 비해 훨씬 선명한 SD(Standard Definition)급 고화질 화면(720×480i, 아날로그 방송 440×480i)에 멀티 채널의 사운드까지 감상할 수 있다.

PC 셋탑박스 구현, 당분간 어려울 듯

디지털 위성방송을 수신하기 위해서는 위성 안테나와 셋탑박스 그리고 공중파용 TV가 필요한데, PPV(Pay Per View) 채널을 포함한 84개의 비디오 채널과 60개의 오디오 채널 등 총 144개의 채널에 대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단 기존 공중파 또는 아날로그 위성방송과는 달리 취향에 맞는 채널로 구성된 상품을 선택 후 사전 가입 해야 볼 수 있는 유료 서비스이다. 스카이라이프는 <그림>과 같이 가입자에게 지급된 IC 카드로 인증을 거쳐 수신하는 형태이다. 전화선은 인터랙티브 방송 등에서 사용자로부터 입력되는 신호를 스카이라이프로 전송하는 리턴 채널로도 사용되는데, 전화료는 스카이라이프에서 제공하는 080 무료전화로 통신하기 때문에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특히 영화 한 편당 1000원을 과금하는 '스카이 초이스'의 시청 내역은 셋탑박스 메모리에 저장돼 있다가 한 달에 한번 꼴로 모뎀을 통해 전송된다.

PC AV 사용자가 기대하고 있는 PC 기반의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 카드는 당분간 출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중파 HD 디지털 방송 수신을 위한 PC 수신카드가 이미 여러 군데서 출시된 것과는 달리 스카이라이프 서비스는 가입 시 대여해주는 전용 셋탑박스를 TV와 연결해야만 시청할 수 있다. 이는 30~40만원 대의 HD PC 카드를 설치하면 PC 또는 셋탑박스 분리형 디지털 TV를 통해 HD 방송을 볼 수 있는 공중파 HD 디지털 방송과 비교해 볼 때 불리하다. 이에 대해 한국디지털위성방송 시스템팀 이대권 팀장은 스카이라이프는 시장 추이를 살펴본 후 PC 기반의 수신기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카이라이프 감상을 위해 셋탑박스와 연결할 수 있는 TV는 기존 아날로그 방송 수신용이든 HD 또는 SD급 수신용이든 상관 없지만 고화질 감상을 위해서는 SD급 이상이 필요하다. 단 HD급 디지털 TV에서 SD급 스카이라이프를 수신하면 화질이 저하돼 보이는 단점이 따른다고 한다. 현재 스카이라이프는 HD급 방송 송출 일정이 잡혀있지 않다. 하지만 향후 스카이라이프가 HD급 방송을 송출하더라도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공중파와 위성방송의 규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중파 HD 방송의 경우 미국의 ATSC 규격을 따르고 있는 반면, 스카이라이프 SD급 디지털 위성방송의 경우 유럽 규격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디코더 내장형 스피커를 준비하라

전용 안테나와 셋탑박스는 이 달 말일까지 진행중인 예약 가입기간에 신청하면 3년 가입 조건으로 6만 9000원에 설치할 수 있다고 한다. 케이블 TV 가입 조건과 비교해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단, 예약 가입자에게 공급되는 경제형 셋탑박스의 경우, 오디오/비디오 입력용 아날로그 컴포지트 단자만 갖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의 장점을 누릴 수 없다. 대신, 오는 6월로 예정된 멀티 채널 방송 개시에 맞춰 공급될 표준형 셋탑박스의 경우 사운드와 화면 모두 디지털 단자로 출력할 수 있다. 복잡한 기능 대신 저렴한 서비스를 원하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기존 경제형 셋탑박스를 공급하는 한편, 다양한 기능을 원하는 중고급 사용자를 대상으로 표준형 셋탑박스를 공급함으로써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게 스카이라이프측의 설명이다.

따라서 선명한 화면과 함께 멀티 채널 사운드의 장점을 기대해왔다면 오는 6월이나 돼야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스카이라이프는 6월부터 PPV 영화에 대해 5.1채널 돌비디지털 사운드를 지원할 계획이며, 기존 케이블 TV 및 공중파 재전송의 경우는 스테레오 또는 모노 송출 예정이다. 돌비디지털과 같이 멀티 채널 사운드를 송출하기 위해서는 채널 공급업체에서 소스를 다채널로 전송하기 위한 장비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 시설기반이 확충된 곳이 드물기 때문에 편당 수신료를 지불하고 시청하는 스카이라이프 PPV 상품에 한해서만 돌비디지털 멀티 채널 사운드를 서비스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일반 채널에서의 멀티 채널 사운드는 채널사업자와의 협의를 거쳐 추진해 나갈 수 밖에 없다.

표준형 셋탑박스가 공급되는 시점에 5.1 채널의 돌비디지털 사운드를 즐기려면 외부 디코더가 있어야 한다. 디지털 사운드 출력단자가 장착된 표준형 셋탑박스는 외부 디코더가 있어야 멀티 채널 사운드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방송 맞아?

시범 서비스중인 스카이라이프의 SD급 화질은 어느 정도일까. 기존 케이블 TV 방송을 아날로그 TV에서 수신한 화면과 비교해 보았을 때 큰 차이는 느낄 수 없었다. 단, 디지털의 장점인 노이즈가 없고 수신중인 방송 화면 크기 선택 기능 등 그 동안 일반 TV에서 볼 수 없던 기능을 셋탑박스 차원에서 지원하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아날로그와 디지털 비교화면, 셋탑박스 전후면 사진, 리모컨, 위성 안테나, IC 카드 등의 사진)

국내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BS 디지털 위성방송에 비해 스카이라이프 서비스는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한 점이 없지 않다. 우선 HD급이 아닌 SD급이라는 점 말고도 디지털 또는 아날로그로 녹화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BS 위성방송 수신 셋탑박스의 경우 디지털 VCR과 IEEE 1394로 연결해 녹화할 수 있는 것에 비해 국내 디지털 위성방송은 녹화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이는 영상 채널이 많아 초기부터 복제방지 장치를 걸어 저작권자를 보호해 영상산업을 육성한다는 논리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DVD처럼 영상 데이터를 PC 등에 저장한다고 하더라도 소스 자체가 스크램블된 형태로 전송되기 때문에 실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하이텔 AV 동호회 등 일부 전문 동호회에서는 스카이라이프가 과연 디지털 방송이냐는 볼멘소리가 게시판을 통해 올라오기도 한다. 하이텔 AV 동호회의 한 사용자는 스카이라이프에서 현재 공급하는 셋탑박스는 DVI 포트는 고사하고 S 비디오 단자나 컴포넌트 단자마저도 없어 디지털 방송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불만을 늘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디지털위성방송은 서비스 초기이고 짧은 시간 안에 일반 사용자에서 고급 사용자의 요구까지 수용하기 어려워 나오는 불만이라면서 정식 서비스 개시 시점에 차별화한 다양한 서비스로 고객 만족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디오 방송을 아시나요

위성 디지털 방송은 영상 서비스와 더불어 FM 라디오 방송을 주축으로 하는 음악 방송 분야에서도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스카이 사운드'라는 이름으로 월 5000원에 제공되는 오디오 서비스는 FM 음질에 비해 두 배 이상 맑고 고운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CD급 이상의 사운드를 제공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음악 마니아에게는 음악방송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매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요·클래식·팝 등 장르별로 일반 오디오 패키지 30채널, 전문 오디오 패키지 60채널을 제공하며 진행자 없이 취향별로 음악을 선택해 감상할 수 있다. 이런 점을 들어 스카이라이프측에서는 '라디오 방송이 아닌 오디오 방송'임을 강조하고 있다. 오디오 방송은 TV 또는 오디오 앰프에 연결해 청취할 수 있는데, 뮤직 비디오 같은 영상과 결합된 음악 방송 이외에는 TV 화면에는 선택한 곡의 이름이나 가사 정도의 자막만 나온다.

스카이라이프의 오디오 방송은 TV 방송과는 달리 소스 복제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스카이라이프는 방송 스케줄 등의 예고 방송을 내보내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