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IT산업 기상도 `흐린 후 갬`

일반입력 :2002/01/11 00:00

이우성

2001년은 IT기업들에게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한 해였다. 한국 1, 2위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컴퓨터의 수출증가율은 11월까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하여 각각 44.2%와 24.2%의 폭락을 기록했다. 단기간 내의 이러한 급격한 침체는 1996년의 반도체 불황시기에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다. 주력 IT업종들의 이러한 급속한 침체가 반도체 장비, 컴퓨터 부품, 주변기기 등의 여타 IT관련 업계로 들불처럼 번지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세계적인 IT산업의 버블붕괴와 침체는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IT산업의 회복은 언제쯤이며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재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2002년을 맞는 IT 기업들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라 할 수 있다. 세계 IT 산업이 불황을 겪게 된 구조적인 원인들과 내년도 IT 산업의 회복전망을 개략한 후에 2002년 IT 산업의 6대 이슈들을 살펴보고 산업별로 내년도 전망을 도출해 본다. 닷컴, e비즈니스, Y2K 3박자가 연출한 세계 IT산업이 2001년에 겪은 당혹스러운 폭락은 몇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주요하게는 세계 IT산업과 신경제를 주도했던 미국시장의 과잉투자버블 붕괴, PC시장의 구조적 수요 포화, 유럽 무선통신시장의 침체, 세계경기의 동시불황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IT산업의 대명사였던 나스닥지수는 최고점 대비 60% 이상 하락했고 미국 닷컴 기업들은 2000년 1월 이후 2001년 11월까지 총 716개 기업이 파산했다. 미국 IT산업의 가동률은 11월 현재 60.0% 수준으로 통계작성 이후 최악의 상황이어서 가히 1930년대 공황에 비유되는‘인터넷 공황’이라 할만하다. 1930년대 대공황과 비견되는 현재의 미국 경제침체는 당시와 비슷한 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의 진원지는 자동차 산업 발전에 따른 초기 과잉투자와 과잉설비에 있었고 이에 열광한 주식시장의 호황이 뒤를 이었다. 인터넷 버블이라고도 불리는 현재의 경기침체도 비슷한 양상을 띈다. 인터넷이 처음 미국의 실생활에 도입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미국경제의 IT관련 투자는 비이성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미국의 GDP대비 투자비중은 매우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으나 1990년대 후반 이후 IT관련 장비와 소프트웨어 투자로 균형관계가 깨지고 크게 높아지게 된다. 투자과열은 주식시장에도 나타나 나스닥 지수는 전통적인 주가수익비율(PER: price-equity ratio)을 훨씬 뛰어 넘게 된다.이러한 1990년대 후반 인터넷 호황이 있었던 배경에는 닷컴기업이라 일컫는 벤처투자의 활성화, 전통기업들의 e비즈니스 열풍, 이와 더불어 Y2K 특수라는 일시적인 요인이 있었다. 사실 IT산업 버블붕괴의 신호는 1999년에 이미 감지되었지만 곧이어 닥친 Y2K 특수로 지연되었다. 이들 벤처기업들과 일반기업들의 유선통신장비, 통신망, 컴퓨터 등의 인터넷 관련 장비/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가 뒷받침되어 90년대 후반 IT산업의 호황을 가져왔던 것이다.그러나 주식시장의 폭락과 함께 벤처기업들의 파산이 급증하고, e비즈니스도 수익모델이 확립되지 않으면서 경기침체와 맞물리며 IT 버블수요가 붕괴되었다. 여기에 PC산업은 미국PC시장 성숙으로 수요 포화상태가 발생했다. 또한 향상된 하드웨어 성능은 기존 컴퓨터 사양으로도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데 큰 불편이 없게 만들었고 유선 데이터통신망의 느린 속도 향상도 신규수요 창출 실패에 기인했다. 세계 IT산업의 침체 원인이 단순한 경기순환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수요변화와 버블붕괴에 있다고 한다면 2002년 IT산업 회복의 전제조건은 이러한 구조적 요인이 가까운 시일 내에 회복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결국 IT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은 벤처기업과 전통기업들의 IT투자수요가 과거와 같이 회복될 것인가와 IT제품의 기술발전이 신규수요를 창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명암이 교차하는 2002년, 희망이 절반은 넘을 듯2000년 5월 이후 급속히 늘어난 미국 닷컴 기업들의 파산 건수는 2001년 5월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닷컴 기업들의 수는 이미 크게 줄어있는 상태이고 벤처기업의 창업과 투자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어 2002년에 과거와 같은 벤처투자 열풍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통기업들의 e비즈니스 열풍도 브릭 앤 모타르(brick and mortar) 추세가 나타나고 있으나 아직까지 수익모델을 찾는 과정에 있다. 이나마도 최근 미국경기 침체 여파로 그 열기가 크게 가라앉은 상태이다. B2C 시장뿐 아니라 B2B 시장에서도 매출이 줄어들거나 과거와 같은 성장세가 유지되지 않고 있다. 결국 과거 인터넷 비즈니스의 성장과 함께 크게 증대된 유선통신장비에 대한 수요가 상당부분 거품이 꺼진 상태에서 과거와 같은 e비즈니스의 성장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가 다시 쌓이기까지는 상당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여기에 IT산업의 극적인 반전을 예상하기 어려운 조건들도 제기된다. 포스트 PC 등 차세대 IT제품들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미국 PC시장의 신규수요는 포화상태에 다다른 반면 차세대 IT제품들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 부족, 무선통신기술의 미흡, 표준화 작업, 기술연계, 획기적인 신기술 발전의 부족 등으로 아직까지 본격적인 신규수요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무선통신장비의 경우는 제3세대 이동통신의 기술결함이 아직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유럽 이동통신사업자들의 과도한 부채규모, 유럽경제 침체로 인한 수익악화, 이동통신업체들의 과잉설비는 내년도 이동통신업체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어 장기간의 침체를 불가피하게 한다.그러나 좋은 소식들도 있다. 기업들이 경기침체와 수익악화를 이유로 감원과 함께 일시적으로 억제시켜 놓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IT장비들에 대한 정상적인 투자수요는 내년 하반기 미국경제를 비롯한 세계경제의 회복과 함께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 이동통신시장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가입자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등 신규수요가 예상되는 점이 플러스 요인이라 할 수 있다.내년도 IT산업의 전반적인 기상도를 그려 볼 때 닷컴기업과 e비즈니스로 대표되는 IT산업의 침체와 통신장비업체들의 부진 등 전반적인 약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다만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인 세계경기의 회복과 함께 억제되었던 대기수요가 회복되면서 2001년 같은 극심한 침체에서는 완만하게 벗어나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2002년 IT산업 이슈하반기 미국경제 경기회복한국 반도체,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등을 비롯한 IT산업 회복의 핵심은 미국경제의 경기향방에 달려 있다. 반도체, 컴퓨터, 무선통신기기의 대미 수출비중은 각각 30.5%, 34.5%, 35.7%(2000년 기준)에 달하며 동남아를 통한 우회수출을 감안한다면 50∼6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1년 한국과 동남아의 IT수출이 수십 % 이상 급감한 것도 미국경제에 집중되어 있는 수출의 지역적 취약성 때문이다.다행스럽게도 미국경제는 하반기 이후 기업들의 재고조정이 마무리되고 향후 전망이 개선되면서 투자수요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다. 2001년 1/4분기까지 급격한 수요침체에 대비한 과잉재고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신규투자가 억제되고 소비도 실업률 상승, 임금 삭감 등의 영향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줄어든 재고율을 바탕으로 산업생산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기업의 투자수요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여기에 부시 행정부의 세금감면과 재정지출 확대, 그리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사상 최대폭의 금리인하에 따른 풍부한 시장 유동성은 기업의 투자자금 확보를 용이하게 하여 하반기 경기회복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소비수요는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기업의 수익이 개선되고 실업률이 낮아지는 연말에나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미국 IT산업을 비롯한 경기회복의 실마리는 그 동안 억제되었던 소비자들과 기업들의 IT장비에 대한 대기수요와 2001년 출시된 윈도XP와 펜티엄4의 효과가 본격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럽 장거리 통신산업 구조조정의 시작미국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유선통신시장이 크게 발달한 반면 유럽은 무선통신시장을 중심으로 급성장하여 이동통신단말기 시장이 수요 포화상태에 진입하고 있다. 유럽의 장거리 통신산업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유럽 통신업체 들이 제3세대 이동통신 사업권 획득과 통신망에 대한 대규모 초기투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과도한 부채이다. 독일에서 3G 사업권을 획득하는 데 460억 달러가 소요되었으며 영국에서는 360억 달러가 들어갔다. 2001년 중반 현재 유럽의 8대 통신업체들이 지닌 부채규모는 2,137억 달러로 1999년 수준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수치이다. 둘째로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인 WAP(Wireless Ap plication Protocol)과 UMTS(Universal Mobile Telecommunications System) 등이 기술적인 결함 등으로 실질적인 적용에 실패하고 있어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럽 통신시장에서 경쟁이 가속화되고 선두업체와 후발업체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향후 열세에 있는 통신업체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1990년대 후반 이동통신과 데이터 서비스 등으로 사업이 확장되면서 과잉설비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유럽의 통신시장은 규모의 경제라는 측면이나 부채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들의 수를 감안한다면 향후 5년 이상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동통신 기업들의 매출은 하락하는 추세에 있으며 이는 향후 4∼5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3세대 이동통신으로부터의 투자수익 회수는 5∼1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이동통신시장에서의 기업들의 청산과 M&A 등이 불가피할 것이다. 다만 구조조정의 속도는 정부의 규제완화, 소비자들의 신규기술 적응기간, 기존의 네트워크를 임대하는 형식의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s) 등장 등의 요인으로 완급이 조절될 것이다. 여기에 제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2003년으로 계획되어 있어 이를 위한 통신업체들의 신규 무선장비투자가 내년 하반기부터 재개될 수 있을 것이다.중국 WTO가입 발효와 IT제품 수출특수중국의 WTO 가입이 공식화되고 내년부터 실제 발효됨에 따라 중국시장으로의 정보통신제품 수출이 한층 가속화 될 것이다. 중국은 WTO 협정 준수를 위해 2008년까지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완화하고 무역, 투자관련 제도를 정비하며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중국 수출환경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2008년까지 중국의 관세 인하 일정에 맞추어 품목별 관세 인하가 진행중인데 전자, 석유화학, 자동차 등 한국 주요 수출품목의 관세 인하율이 큰 것이 유리한 점이다. 또한 2000년 현재 385개 품목에 걸쳐 적용되고 있는 비관세 장벽도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다만 전자 완제품에 대해서는 현행 30% 관세율이 2008년도까지 유지될 전망이어서 백색가전과 같은 중저가 완제품 수출의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반면 중국의 신흥부유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TV, DVD, 최고급 이동통신 단말기 등 고가제품의 수출을 시도할 수 있다. 정보통신관련 IT제품들의 수출은 특수를 기대해도 좋다. 중국은 WTO 정보통신 협정(ITA)을 준수하기 위하여 현행 평균 13%수준인 통신설비 등 정보통신 관련제품에 대한 관세를 향후 무관세 적용하게 된다. 먼저 다이오드, 트랜지스터 등 반도체 관련 제품의 경우 2001∼2002년까지 무관세를 추진하고 컴퓨터 관련 제품은 대부분 2002∼2004년에 무관세화를 추진한다. 광섬유 케이블은 2003년까지 무관세를 추진한다. 통신기기에 대한 각종 비관세 장벽도 WTO가입 후 4∼6년 내에 완전 철폐된다. 여기에 최근 외자기업법 개정을 하면서 부품의 중국내 우선 구매조항이 삭제되었다. 세계적인 가전분야 업체들이 중국을 생산기지화 하면서 고급부품 조달로 한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부품수출의 기회는 더 없이 높아지고 있다.중국의 이동통신시장은 최근 급성장 하면서 이동전화 가입자수가 1억 3,000만 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가 되었다. 그러나 보급률은 아직 9.2%에 불과해 향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 중국이 2001년 CDMA 사업에 한국의 참여를 허용함에 따라 중국으로의 통신장비 수출은 크게 호조를 띄었는데 향후 한국과 중국은 CDMA 분야의 확대와 동시에 이동통신시스템과 초고속 인터넷, 이동통신단말기, PC와 결합한 IT산업화에서도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여서 향후 수출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무선 인터넷과 디지털 방송의 본격화KT, 하나로통신, SK텔레콤, 데이콤 등은 내년에 총 2,500억 원을 투자하여 전국적 범위의 무선랜 서비스를 상용화하기로 했다. 2001년 하반기에 호텔, 대학 등에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 이들 업체들은 2002년 세계 최초로 전국 주요 도심지와 가정에서도 무선랜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상용화를 시도할 예정이다. 무선랜 인터넷 접속속도는 무선 구간의 경우 11Mbps, AP에서 서버까지 연결되는 구간은 최소 2Mbps가 보장된다. 이에 따라 가정과 도심에서 자유로운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하여 10만 가구 이상의 가정 무선랜 설치와 함께 관련 IT산업의 추가적인 수요창출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여기에 이들 통신업체 들이 계획하고 있는 통신망과 장비 투자 계획 규모가 막대하여 IT산업의 경기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기존의 cdma2000-1x 방식의 무선인터넷 서비스도 11월말 현재 가입자수가 349만 명에 이르렀다. 비록 M-커머스가 활성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2002년 초에 상용화될 1x EV-DO(Evolution Data Only) 기술은 2.4Mbps까지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어 무선 인터넷과 관련 산업의 성장을 본격적으로 재촉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2001년 11월 1일 지상파방송을 시작으로 한 디지털 방송도 2002년 본격화된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방송시작으로 높아지면서 월드컵 특수를 중심으로 디지털 TV와 관련 제품들에 대한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그 동안 디지털 TV의 컨텐트 부족, 기술표준의 미비, 높은 디지털 TV 가격으로 인하여 시장 형성이 미비했던 디지털TV와 관련제품 시장은 2002년을 고비로 본격적인 성장국면에 진입할 것이다. 기술표준은 2002년도에 규제기관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이며 가격도 디스플레이 가격하락과 함께 낮아질 전망이다. 디지털 TV시장은 도입기와 성장기를 거치면서 향후 홈 네트워킹과 쌍방향 서비스 등이 부가될 것이고 2005년에는 국내 TV시장의 29%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전자금융거래 기본법의 시행과 ebXML 표준화전자화폐와 전자금융거래에 관한 기본법이 2002년 2월 입법완료 된 뒤 시행령 개정을 통해 5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전자거래를 취급하던 기존 은행, 금융기관뿐 아니라 전자화폐업체와 이동통신업체 등 관련 업체에 상당한 규제가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전자화폐의 발행자격에 대해 아무런 제약조건이 없었으나 법 시행 이후에는 자본금, 주주 구성, 경영진 경영능력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업자에 한해 전자화폐, 디지털 상품권의 발행이 허용될 예정이다. 따라서 그 동안 무분별하게 발행되어 오던 디지털 상품권과 전자화폐의 유통이 전자금융업자와 전자화폐 발행인가를 받은 전자금융보조자에 한해 허용됨으로써 전자상거래 관련 IT 기업들에게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반면 기업간 전자상거래에서 전자채권(외상매출채권, 기업구매자금, 구매전용카드)의 유통이 가능할 예정 이여서 기업들의 자금 유동화가 용이해 질 것이다.전자상거래에 있어서 또 하나의 소식은 현재 국제표준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ebXML을 국내에서도 2002년 1월 이후 본격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업종별로 독자적인 XML 전자문서 표준이 남발되면서 발생하던 문제점들이 상당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한국전자문서교환위원회는 표준전자문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하여 업종별로 분산되어 시장 표준화된 전자문서를 ebXML 국가 중앙등록저장소에 등록함으로써 국가표준으로 일원화하고 표준문서개발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발된 전자문서에 대한 표준 감리와 인증을 추진한다.그 동안 인터넷의 폭발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법규정 정비와 표준화 작업이 미흡했던 부분이 2002년도 들어 전자화폐 표준화, 전자상거래를 위한 전자문서 표준화 등 국제적 기준에 맞는 표준화와 법규정들이 차례로 도입될 예정이어서 전자상거래 관련업체들의 세심한 관심이 요구된다.경기부양과 IT 산업화를 위한 다양한 정부지원제조업에 비해 서비스업에 대한 지원과 세제체계가 상대적으로 부실했던 정부지원이 통신산업 만큼은 국가전략 차원에서 대대적인 지원과 IT화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경기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활성화 차원에서의 IT산업 지원 대책들이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 다양한 정부의 지원과 공공구매, 장기적인 기술발전 계획 등에 IT기업들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다양한 기회들을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기본적으로 산업자원부는 기업의 e비즈니스 지원을 위해 2002년에 430억 원을 마련하여 1만 개 중소기업의 ERP 도입 등의 IT화 사업을 지원한다. 전통산업단지의 디지털화를 위해서도 신규로 5개 단지를 추가 선정하여 7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전자상거래 기반 확충을 위해서도 다양한 정부지원이 예상된다. 현재 전자, 자동차 등의 20개 업종에 국한된 산업별 B2B 인프라구축 사업에 대해 2002년 2월 10여 개 업종을 추가 선정하고 업종 당 6억 원 내외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결제, 신용정보 등의 제3자 지원 서비스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협업적 IT화(구매 프로세스의 온라인화, 설계정보 공유 등의 개발협업시스템)를 추진하면서 참여하는 중소기업에 업체 당 2,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2002년 국가,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공공기관의 소프트웨어 공공구매예산으로 8,659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패키지 소프트웨어 구입은 2001년 보다 20% 늘어난 981억 원, 정보시스템 구축과 소프트웨어 개발은 7,678억 원을 지출하여 IT기업들의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장기적으로는 IT분야 전략기술개발 과제와 포스트-PC, 음성정보기술 등 차세대 유망산업에 대한 핵심과제 개발, 전자부품국산화 프로젝트 등을 추진한다. 차세대 e-비즈니스 기술 개발에 2004년까지 정부와 민간 합동으로 907억 원을 투자하여 디지털 컨텐트 클리어런스 센터 기술, 국제표준 ebXML 프레임워크 기술, 모바일 비즈니스 응용서버 기술 등 5개 분야 e-비즈니스 솔루션 핵심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또한 정통부는 지역 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을 위하여 주요 소프트웨어 집적지를 소프트타운으로 지정해 지역 당 25억 원 범위에서 4개 지역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내년에 3개 지역을 추가 선정한다.컴퓨터: 월드컵과 중국특수가 희망2001년 컴퓨터 산업은 내수와 수출이 모두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9%라는 유례없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내수는 경기침체와 가격경쟁 심화로 인한 대기수요의 증대, 닷컴 기업의 위축과 IT투자 위축이 겹치면서 크게 감소했다. 하반기 윈도우XP 출시와 펜티엄4 모델의 출시 역시 수요진작에는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스크탑 PC의 불황이 치명적인 가운데 CD-RW, LCD 모니터 등의 부품 및 주변기기의 꾸준한 업그레이드 수요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수출불황이 미국 등 주요 수출시장의 경기침체로 심각한 침체를 겪었다. 데스크탑 PC의 수출감소가 심각한 가운데 가격하락으로 인한 모니터 수출하락이 있었던 반면 노트북 수출이 기술경쟁력 강화와 적극적인 마케팅 등으로 어느 정도 증가세를 유지했다.2002년 컴퓨터 산업은 극심한 경기침체에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침체로 인해 억제되어 왔던 수요가 내년 하반기 경기회복과 함께 회복되면서 내수 및 수출경기가 모두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 시장의 수요 포화 등의 구조적 요인 변화로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윈도우XP 효과와 펜티엄 4모델 효과가 본격화된다는 점과 한국의 경우 월드컵 및 아시안 게임 등의 관광특수를 기대해 볼 수도 있어 내수회복이 예상된다. 수출에 있어서도 세계 PC시장의 완만한 회복과 함께 LCD 모니터의 수출강세, 노트북 컴퓨터의 지속적인 수출확대, CD-RW, DVD-ROM 등의 광스토리지도 멀티미디어 수요 증대와 함께 수출증대가 예상되는 품목이다. 최근 PC의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화되면서 홈시어터 PC, 홈 네트웨킹 등 다양한 기술발전과 그에 따른 PC 및 Post-PC에 대한 수요증대가 예상되고 있지만 시장에서 이들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적응기간과 기술표준 등의 문제를 감안할 때 상용화, 범용화 되기까지는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국로서는 중국으로의 특수를 기대해 볼만하다. 당장 내년부터 관세율이 인하되는 품목들로부터 월드컵 마케팅의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중국으로의 높은 수출증대가 예상된다.통신기기: 내수는 무선랜와 CDMA2000-1X가 이끌고 수출도 청신호통신기기 산업은 2001년 유무선 통신기기의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침체로 10%의 낮은 성장률에 머물렀다. 이는 유선기기의 국내 과잉공급과 단말기 보조금 금지 등에 따른 이동통신 단말기 국내수요의 부진이 겹친 결과다. 반면 미국의 이동통신 시장 성장과 중국, 동남아 등의 신흥시장에서의 수요증가로 유무선기기 수출이 호조를 보여 더 이상의 하락은 막을 수 있었다. 2002년에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으로의 유무선 통신기기 수출이 중국의 WTO 가입 등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역시 CDMA2000-1x망과 무선랜 설비 등의 투자 확대로 통신기기 산업은 12%의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유선통신장비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꾸준히 확산되면서 국내 경기회복과 함께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초과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여 유선통신장비 내수시장의 회복을 기대해 볼만하다. 유선통신장비 수출은 2001년에 이어 2002년에도 전송기기, 광케이블, 통신기기 부품 등의 수출이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호황을 이어갈 전망이다.무선통신장비의 경우 2002년 2.5세대 단말기 수요가 확산되고 HDR(High Data Rate)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설비투자가 증대하면서 내수에서 완만한 증가세가 예상된다. 중국, 남미, 동남아 등으로의 CDMA 단말기와 이동통신시스템 수출이 지속적인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이동통신 가입자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미국시장으로의 수출도 높은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다.반도체: 완만한 회복세 기대, 장비업체는 먹구름 지속반도체 산업은 2001년을 최악의 해로 마무리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생산의 경우 2001년 하반기 64%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 산업의 침체는 최대 반도체 수요처인 컴퓨터 시장의 위축에 기인한다. 여기에 90년대 후반 급속도로 증가한 반도체 공급업체들의 수와 반도체 미세 공정회로 기술발전에 힘입은 반도체 공급능력의 증대는 세계적인 공급과잉상태를 낳았다. 2001년 공급과잉과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전형적인 가격폭락과 판매물량 감소가 이어졌다. 2000년 8월 개당 18 달러 선이던 128M DRAM(PC133 기준)이 2001년 12월초에는 1.6 달러에 불과했다.반도체 산업은 미국 IT산업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전체 수출의 9.7%(2001년 1∼11월 기준)를 점하고 있어서 단일품목으로는 최대 수출품목이다. 따라서 IT산업의 본격적인 회복에는 반도체 산업의 회복이 필수적이다. 2002년 국내 반도체 산업 생산 증가율은 7%의 소폭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공급과잉이 얼마만큼 해소될 수 있느냐는 것과 컴퓨터 수요가 어느정도 살아나느냐 하는 것이다. 컴퓨터 등의 IT장비에 대한 수요 회복은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획기적인 수요 증대보다는 하반기 경기회복과 함께 완만한 대체수요 회복이 예상되고 있다. 반면 DRAM 산업의 구조조정이 2002년에 지속되면서 공급과잉이 어느 정도 해소될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제휴 협상이나 도시바, 인피니온의 제휴 모색 등의 가능성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간의 생산감축이나 제휴 등의 가능성을 높여 주어 내년 중에는 과잉공급이 어느 정도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차세대 생산설비인 12인치 웨이퍼 제조라인에 대한 투자는 과잉공급 우려와 투자자금 마련의 어려움 등으로 상당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반도체 장비업체 들에게는 고전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단기간의 회복은 어려워, 기술경쟁력과 마케팅 경쟁력 향상 필요미국 IT산업들의 재고율과 재고 순환선을 그려보면 미국 IT산업은 2001년 10월까지도 재고증가율과 출하증가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는 아직 침체심화 국면인 재고조정 국면에 머무르며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실제로 미국 IT산업의 재고조정은 2001년 2월부터 시작되어 상당기간 대규모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출하대비 재고수준은 지난 해 말에 비해 아직 높은 상태여서 내년도 1/4분기까지는 재고조정이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단기간의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통신기기 수출업체를 제외한 우리경제의 IT기업들은 2001년 최악의 해를 경험했다. 과연 이 불황의 터널이 언제쯤 끝이 보일 것인가 노심초사하는 마음이다. 미국 경제의 IT 산업 버블붕괴로 시작된 세계와 우리경제의 IT산업 침체는 2001년에 다소 완화된다고 볼 수 있다. 과거와 같은 인터넷 버블수요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경제를 비롯한 세계경제의 수요회복에 힘입어 그 동안 억제되었던 IT에 대한 소비 및 투자수요가 하반기부터 완만하게 살아날 것이다.특히 한국의 경우 중국의 WTO 가입으로 인한 전자제품 시장, 특히 통신기기 시장에서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완화가 주는 특수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무선 인터넷 시장의 활성화와 월드컵 특수 등 희망적인 소식들도 전해지고 있다. 불황일수록 기술경쟁력과 마케팅 능력은 더욱 요구되어 진다. 또한 현재 극심한 버블 침체를 겪고 있는 IT산업은 과거 자동차 산업이 미국경제의 공황을 불러일으킨 반면 불황이후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것과 같이 향후 미국과 세계경제의 성장을 주도할 핵심 산업임을 감안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개발과 경쟁력 강화에 더욱 힘을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