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만 나면 TV 앞에 앉아있기를 좋아해서 그랬을까. 필자는 디지털 캠코더로 촬영한 DV 테이프를 편집하고, 감상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 누구네 집 경사라도 있는 날이면 VX2000 캠코더를 들고 달려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모든 상황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딱히 누가 불러준 것도 아니다.
그리고 휴일 전야부터 시작하여 밤을 꼬박 세운다. 편집을 위해서다. 그다지 실력을 인정 받지도 못하지만, 그럭저럭 1년의 시간을 이런 즐거움으로 휴일을 보내다 보니, 공중파 방송 다큐멘터리 수준은 아니더라도 완성도 높은 비디오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희열을 쏠쏠하게 맛보곤 한다.
캠코더 다룬 지는 10여년 이상 되었지만 최근까지 편집에 있어서 만큼 문외한이었다. 한참 지나서야 편집에 눈을 뜰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촬영 그 자체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맹숭맹숭함에 대한 극복이 아니었나 싶다.
지난 1990년 봄 어렵게 입수한 소니 8mm 아날로그 캠코더를 손에 넣었을 때만 해도 카메라 렌즈를 통해 촬영된 화면이 TV 브라운관에서 재현된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흥미거리 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신기할 게 없었다. 기록된 테이프는 쌓여 만 가고 정리되지 않은 시간의 연속적인 흐름은 더 이상 흥미롭지도 않았다.
편집은 아무나 한다?
그래서 비디오 편집이 필요했다. 이미 촬영한 테이프들을 새로운 창작물로 만들어 내고 생명을 불어넣는 의미있는 작업이 편집이다. 하지만 문제는 편집을 어떻게 하느냐 였다. 가정에서 비디오 편집을 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아날로그 8mm 테이프에 기록된 신호를 편집하기 위해서는 편집 데크와 같은 고가 장비가 필요했고, 화면 전환이나, 효과 등을 만들어 내는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더 이상 고가의 편집 데크와 비디오 소스를 연결하여 편집하는 선형편집(Linear Editing)에 발목을 잡힐 필요가 없게 되었다. 6mm 디지털 비디오(DV) 규격의 캠코더 보급과 함께 PC 성능이 급속히 향상되면서 재정적 부담이 덜 한 비선형 편집(Non Linear Editing)을 즐기는 마니아들이 늘고 있다.
캠코더와 PC,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저렴한 IEEE 1394 카드만 있다면, 전문적이지는 못하더라도 누구나 편집이 가능하다. IEEE 1394 인터페이스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캠코더와 PC간 고속 인터페이스가 가능해졌고, 이는 곧 캠코더가 PC의 새로운 응용 장치로 인식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DV는 최고의 화질을 보장한다
캠코더에 기록된 DV 테이프의 동영상은 IEEE 1394 포트로 연결되어 PC 하드 디스크에 캡처할 수 있다. 캡처한 동영상은 편집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원하는 형태로 편집할 수 있으며, 다시 DV 방식의 AVI 포맷이나, 기타 형태의 파일 또는 압축된 인터넷용 파일 등으로 변환해 활용할 수 있다.
필자가 편집할 때마다 뿌듯함을 느끼는 때는 편집한 동영상을 다시 캠코더의 공 테이프에 최고의 화질로 기록해서 온 가족이 즐거운 마음으로 둘러앉아 기록이 아닌 작품으로 감상하는 순간이다. DV 편집은 재차 편집을 하더라도 화질의 열화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다.
NTSC 등의 비디오 신호 규격은 아날로그 방식이기 때문에 녹화 방식과 규격에 따라 화질의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소니가 주도해 표준으로 자리잡은 DV 규격은 비디오 신호 기록시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디지털 기록 규격으로서 반복되는 복사 과정을 거치더라도 비디오 화질은 전혀 변화가 없이 완벽하게 유지된다.
비디오 편집은 창작 활동이다
비디오 편집은 많은 노력과 시간을 요구한다. 불필요한 내용을 지우거나, 시간적인 배열을 바꾸어 주는 것만이 편집의 전부는 아니다.
잠시 TV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연상해보자. 프로그램이 끝나면 제작진 소개를 자막으로 처리하는 장면을 익히 보았을 줄 안다. 촬영에서부터 편집, 연출, 효과, 컴퓨터 그래픽에 이르기까지. 혼자서 작업하는 비디오 편집은 이 모든 역할을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때문에 편집 소프트웨어를 다룰 줄 아는 능력에 따라 편집 결과물의 차이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아이디어와 재치, 감각이 더욱 좌우한다. 또한 촬영 전에 스토리 전개를 염두에 두어야 하며, 적절한 배열, 무리 없는 캡션과 화면 전환 사용, 효과 음향과 음악에 이르기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다.
비디오 편집으로 날밤을 새우는 마니아들은 작품을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편집에 임한다. 물론 작업 자체가 힘들어도 너무 재미있으며, 그 결과물에 대한 작품의 성취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은 동영상에 대한 활용이 아닌 창작 활동인 것이다.
DV 편집 시스템
지난해 봄, 3CCD 방식의 6mm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 소니 VX2000을 구입하면서 본격적인 편집을 위해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맘먹었다. 비선형 편집을 하기 전 필자의 PC 환경은 삼보 드림시스 6140 시스템이었다.
펜티엄 II 233 제품이었는데, 2년 사용 후 펜티엄 III 700 CPU와 메인보드로 무상 업그레이드해 준 제품이다. 이와 함께 개인적으로 32MB의 메모리를 64MB로 올려놓은 상태였으며, 3GB의 하드 디스크로 구성돼 있었다. 그밖에 ATI 32 그래픽 카드를 버리고 리바 TNT M64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펜티엄 III급이면 무난
초심자 수준의 비디오 편집 작업이라면 셀러론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많은 마니아들의 충고는 최소한 펜티엄 II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펜티엄 III 700MHz를 사용하고 있는 관계로 업그레이드는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로 펜티엄 II 이상 환경이라면 CPU에 따른 퍼포먼스의 차이는 크지 않으며, 그 보다는 메모리에서 더욱 큰 차이를 가지게 된다.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는 AMD 계열보다는 가급적 인텔 계열 CPU를 선택하는 것이 호환성 면에서 유리하다는 견해도 있으며, 각종 DV 관련 게시판을 보면 AMD 계열 사용자들이 프리미어 작업 도중 다운이 발생한다는 글도 몇 번 읽은 적이 있지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본다.
메인보드 역시 일부 사용자들이 비아 계열보다는 인텔 칩셋을 선호하고 있다. 필자는 인텔 BX 칩셋을 사용하는 삼보컴퓨터 디트로이트 보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안정적이긴 하지만 불행하게도 요즘 기본 사양인 Ultra ATA100과 FSB133 등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CPU보다 더 중요한 메모리
PC에서 DV 편집을 하다 보면 어도비 프리미어와 포토샵 등을 함께 열어놓고 작업 하는 경우가 많다. 윈도우 98 환경에서는 여러 개의 프로그램들을 띄어놓고 사용할 경우 메모리에 따라 작업 속도에 큰 차이가 난다.
필자의 메인보드는 3개의 메모리 뱅크가 있고, PC100용 64MB 모듈 램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128MB 모듈 램 하나와 64MB 모듈 램을 추가해 256MB로 사용하고 있다. 지금이야 10만원도 안 되는 부담으로 256MB 램 두개를 구입할 수 있겠지만, 작년 봄 그나마 192MB를 갖다 붙이는 데 만 25만원 이상이 들었다. 과거 16MB 램 사는 데 50만원 들였던 터라 램 값 많이도 내렸다고 좋아하며....
램 값이 많이 떨어진 지금 512MB로 확장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으나, 메모리 뱅크가 이미 꽉 찬 상태에서 현재 사용중인 메모리를 처분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보니 아쉬운 대로 사용하고 있다. 예전에는 사용중인 메모리를 전자상가에서 시가로 매매할 수 있었지만, 며칠 전 테크노마트의 몇몇 메모리 취급 업소에 가 보았더니, 64MB 모듈 램은 아예 명함도 못 내밀 분위기였다.

큰 그릇으로 준비하고
DV 편집에 있어서 하드 디스크의 성능과 용량은 메모리 만큼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DV 편집에 사용할 하드 디스크는 안정성은 물론 우수한 전송대역폭과 충분한 저장 용량이 고려되어야 한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하드 디스크들은 기본적인 데이터의 입출력에 있어서 최소한의 에러 발생율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안정성에 문제는 없다. 용량 또한 시판중인 제품들이 30GB 이상이 보통이므로 캡쳐되는 동영상 저장을 위한 용량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DV 포맷 규격은 720*480 프레임 사이즈로 초당3.6MB를 하드 디스크에 기록하게 된다. 이는 1시간 분량으로 환산하면 12GB의 하드 디스크 용량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1시간 짜리 DV 포맷 규격으로 캡쳐하고, 이를 편집한 다음 새로운 포맷으로 저장하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통상적인 작업을 고려하여 최소한 캡쳐 용량의 2배 이상을 담을 수 있는 하드 디스크를 고려해야 한다.
전송대역폭은 어떤 화질의 동영상을 담을 것인가에 따라 선택의 기준이 되는데, DV 방식의 편집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3.6MB/S 이상의 전송률을 요구한다. 전송 속도가 느린 하드 디스크를 사용할 경우 캡쳐 도중 드롭 프레임 현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DV 편집을 위한 실시간 편집을 하고자 한다면 10MB/S 이상의 전송률을 요구한다.
필자의 비선형 편집 환경에서 마음 같아서는 CPU의 부담을 주지 않는 1만 RPM의 SCSI 하드 디스크가 가장 탐이 났지만, 이 정도의 40GB 급 정도이면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결국 소음은 심하지만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한 7200RPM IDE 방식의 40GB 하드 디스크와 30GB 하드 디스크를 두 개를 사는 것으로 결말을 보았다. 40GB 하드 디스크는 캡처한 동영상을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으며, 30GB 하드 디스크는 5GB의 OS 공간과 25GB의 또 다른 작업 공간으로 파티션해, 캡쳐한 동영상의 편집이 완료되면 25GB의 작업 공간으로 DV 형식의 AVI 포맷을 익스포트하는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다.
참고로 7200RPM 정도의 고용량 하드 디스크를 사용하면서 드롭 프레임 현상이 발생할 경우가 있다. 이는 하드 디스크 속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며, DMA 설정을 해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데이터가 프로세서를 경유해 하드 디스크로 저장될 경우 CPU의 리소스가 약 80% 사용되는 반면 DMA를 설정해주면 CPU 리소스는 15% 이하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영상 편집 카드 대신 IEEE 1394 카드로 시작
동영상 편집 카드는 필수적이다. 편집 카드가 받아들이는 입력신호의 형태 즉, 아날로그인지 DV(IEEE 1394)인지에 따라 편집 카드도 아날로그 방식과 DV 방식이 있다. 물론 요즘 DV용 제품 가운데는 아날로그 신호를 입력 받을 수 있는 것도 있다. 이들 제품을 구입하게 되면 편집 전용 소프트웨어가 번들로 탑재되어 있다.
캠코더와 PC 본체를 연결해 동영상을 캡처하거나, 편집한 동영상을 다시 캠코더로 녹화하기 위해서는 시중에서 4~5만원을 주고 구입한 IEEE 1394 카드를 슬롯에 끼우고 케이블을 이용해 캠코더와 PC 간을 연결시켜주는 것 만으로도 가능하다.
최고의 비디오 편집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 어도비 프리미어 6.0

최근 20~30만원대의 편집 카드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지만, 필자는 이런 제품을 편집 카드 범위에서 배제한다. 왜냐하면 이들 제품은 번들로 제공되는 편집 소프트웨어를 빼고 나면 하드웨어 자체는 IEEE 1394 카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편집 카드는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IEEE 1394 카드류와는 큰 차이가 있다. 그 이유는 하드웨어 방식으로 실시간 랜더링이 가능할 뿐 아니라, 제품에 따라서는 DVD용 파일 규격인 MPEG2 규격도 지원하기 때문이다. 그밖에 다른 모니터나 TV 등을 통해 오버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편집 시 최종 출력 상태로 작업을 할 수도 있다. 캐노퍼스의 DV랩터, DV렉스, 매트록스의 RT 2000 등이 이런 제품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런 편집 카드는 제품에 따라 1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에 이르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상 구입은 처음부터 포기해야만 했다. 보다 전문적인 편집 또는 돈벌이를 할 만큼의 편집 역량에 다다른다면 그때 구입하기로 했다. 결국 필자가 선택한 것은 IEEE 1394 카드.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프리미어 정품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번들 소프트웨어가 들어있는 20~30만원짜리 IEEE 1394 카드는 살 필요가 없었다.
그밖에 언급할 얘기들
그래픽 카드는 일반적으로 1024*768의 해상도에서 16비트 컬러를 지원하는 8MB 메모리 이상의 제품이면 별 문제 없다. 요즘의 VGA들은 오버레이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기존에 사용하던 리바TNT M64를 업그레이드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모니터는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19인치 이상의 모니터가 작업에 용이하지만 일반적인 17인치 모니터 정도면 어도비 프리미어를 이용한 편집 작업에 큰 불편은 없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 대해 잠깐 언급해보자. OS와 어도비 프리미어와 같은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는 기존에 사용하던 3GB짜리 하드 디스크를 떼버리고 대용량 제품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포맷 후 산뜻한 마음으로 윈도우98 SE 버전을 깔고, 프리미어 6.0 버전을 설치했다. 설치 후 지금도 가급적 필수적이지 못한 소프트웨어의 설치를 제한하고 있으며, 노턴 유틸리티 등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조각모음과 레지스트리를 정리 하고 있다.
그밖에 프리미어 등을 이용해 동영상을 캡처하거나, 랜더링 작업 등을 할 경우에는 램 상주 백신 프로그램이나 메일 프로그램 등을 종료해 놓고 작업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동영상 편집 카드가 없는 20여분짜리 동영상을 온갖 정성을 쏟아 편집 작업을 완료하고 DV 방식의 AVI 포맷이나 고해상도 ASF 파일 등으로 익스포트하려면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 만약 랜더링 작업 도중 램 상주 프로그램 또는 메일 프로그램 등으로 인해 뜻밖의 사태를 맞이한다면? 그밖에 가능하다면 시리얼 및 패러렐 포트, USB 등에 주변장치가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비활성화하는 것도 성능 향상을 위한 유용한 방법으로 생각된다.
DV 편집 즐겨보세요
대략적으로 PC 환경에서 어렵지 않게 DV 편집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에 대해 하드웨어적 관점에서 소개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프리미어 등의 동영상 편집 전문가가 본격적인 강좌를 본지를 통해 진행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6mm DV 캠코더를 갖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또는 구입 의사가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비디오 편집에 입문해 부디 그 진수를 맛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