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리눅스 디럭스 2.0은 한컴 OS 2.2와 한컴 오피스 2.0을 통합한 제품이다. 제품의 구성은 두툼한 매뉴얼 두 권과 CD 3장 그리고 사용 증서로 이뤄져 있다. OS 없이는 오피스도 없는 법, 먼저 CD 두 장으로 구성된 한컴 OS를 설치했다.
수준 높은 한글화 돋보여
설치과정은 아나콘다를 이용하므로 기존의 레드햇 7.X와 비슷하나, 파일 시스템의 기본이 Ext3인 점과 부트 매니저로 LILO와 Grub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배포판과 차이를 느끼게 한다. OS를 전체 설치하면 1100개가 넘는 패키지가 3.2G를 넘는 하드 공간에 설치된다. 배포판과 OS를 같은 것으로 보기는 힘들지만 타 OS가 넘보기 힘든 방대한 양임엔 틀림없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한컴 KDE. 한컴 OS 2.2의 KDE 환경은 제작사가 한컴 KDE라고 당당히 부를 정도로 높은 수준의 한글화가 이뤄져 있다. 패널의 메뉴 뒤로 바탕화면이 은은히 비치는 투명 효과까지, 윈도우 XP와 MAC OS X의 데스크톱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한컴 오피스와 K브라우저, K일정관리 프로그램 정도면 사무용 데스크톱 환경으로 완벽한 구색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제품 포장에 적혀있는 '리눅스 독립'이라는 문구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온라인 업데이트 가능한 워드
한컴 오피스의 주연은 역시 워드이다. 한컴 오피스에는 리눅스용 한글 워드 6.0과 5.2 버전이 포함돼 있다. 한컴 워드 6.0은 윈도용 한글 2002와 동일한 제품이다. 최신판의 워드 6.0 외에 5.2가 포함돼 있는 이유는, 아직까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버전 간 호환성 확보와 워드 6.0의 달라진 단축키에 불편을 느끼는 이전 사용자에 대한 배려로 여겨진다. 워드 6.0의 단축키는 MS 오피스 제품군의 단축 키와 유사하다.
워드 6.0의 개선된 부분을 살펴보면, 되돌리기(Undo), 다시 실행(Redo) 기능이 추가됐고 표의 편집이나 열 삭제의 경우도 이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 표 편집의 경우 Ctrl 키를 누른 상태에서 연속이 아닌 여러 행, 셀을 선택할 수 있고, 보다 많은 글자색을 사용할 수 있어 편리했다. 하지만 기능이 늘어난 만큼 툴바의 개수 또한 늘어나 처음 실행한 상태에서 상단에 몰려있는 툴바를 좌측과 하단으로 옮겨놓은 후 작업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800×600의 해상도에서는 다소 답답한 느낌을 준다.
또 워드 6.0은 온라인 업데이트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데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기능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많은 업데이트 항목 중 본인이 필요로하는 부분만 골라 업데이트할 수 있게 됐다.
차트에 강한 스프레드 시트
스프레드 시트인 한컴 시트 2.0도 이전 버전과 비교할 때 많은 점이 개선됐다. 우선 워드와 마찬가지로 Undo/Redo 기능이 추가됐고, 매크로·매크로컨트롤·목표값 찾기 등 고급 스프레드 시트 사용자를 위한 기능이 추가됐다. 일반적인 사용자가 사용할 기능은 MS 엑셀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이다.
최근 스프레드 시트는 단순한 계산용 표 기능을 넘어 OLAP 도구와 연동한 피벗테이블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한컴 시트 2.0 역시 이러한 피벗 테이블 기능을 ez테이블이라는 메뉴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베이스 서버와 연결해 질의한 결과를 시트나 피벗테이블로 부를 수 있는 메뉴가 제공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새로 추가된 기능인 매크로의 문법은 VBA가 적용되기 이전의 엑셀 매크로를 연상하게 한다. 복잡한 프로그래밍이 아닌 반복작업을 수행하는 매크로라면 시트·행·열 등 스프레드 시트에 대한 기본 지식만으로 무리 없이 작성 가능한 수준이다.
스프레드시트 본연의 임무는 아니지만 윈도우 환경에서 엑셀이 유용하게 사용되는 경우로 차트 그리기 기능이 있다. 이공계의 리포트나 경영 관련 문서 등 그래프와 차트가 필요한 경우 스프레드 시트가 제공하는 차트 그리기 기능이 그 힘을 발휘하곤 한다. 한컴 시트 2.0의 차트 그리기 기능은 엑셀이 제공하는 차트 기능에 버금가는 간결하고 깔끔한 차트를 그려준다.
리눅스로 프레젠테이션 한다
요새는 노트북에서도 리눅스를 사용하는 리눅서가 적지 않으나 사무용으로 쓰이는 노트북은 윈도우를 고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쓸만한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이 없어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프레젠테이션해야 하는 업무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컴 프레젠터 2.0은 이러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준다.
한글 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고, 파워포인트 파일을 불러올 수 있으며, 사용법과 아이콘 등 인터페이스 역시 파워포인트와 비슷하다. 엑셀이 그러하듯 파워포인트의 경우도 프레젠테이션용 소프트웨어의 용도 외에 간단한 벡터 그래픽 용도나 다이어그램을 그리는 용도로 사용되곤 한다. 한컴 프레젠터 2.0이 MS 파워포인트에 한 수 가르치는 입장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리기 기능과 클립아트가 뛰어나다.
GIMP와 차별화 선언, 한컴 페인터
윈도우와 매킨토시의 그래픽에서 포토샵을 빼놓을 수 없듯이, 리눅스에는 강력한 그래픽 툴인 GIMP가 있다. 게다가 GIMP는 무료다. 이전 버전의 한컴 페인터는 GIMP보다 간편한 비트맵 그래픽 툴이라는 느낌이었는데 한컴 페인터 2.0 버전은 리눅스 상에서 확실한 자리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 버전이 GIMP보다 '쉬운'이라 표현할만한 위치에 있었다면 2.0 버전은 'GIMP와 '다른'이라는 위치를 확보했다.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많이 다루는 사람이라면 프랙탈 디자인 페인터라는 제품을 기억할 것이다. 이름까지 같은 한컴 페인터 2.0은 프랙탈 디자인 페인터와 같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GIMP는 기존의 이미지를 수정, 편집하는 포토샵 같은 용도로 한컴 페인터는 캔버스를 모니터로 대치한 프랙탈 디자인 페인터와 같은 용도로 나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지붕 아래 네 가족'
MS 오피스 제품군과 이에 추가할 수 있는 비지오·프로젝트 등의 제품은 윈도우라는 한 지붕 아래 한 가족임을 증명하는 룩앤필과 OLE라는 족보를 공유하고 있다. 엑셀의 차트 기능을 워드에서 사용할 수 있고, 아웃룩의 일정을 비지오와 프로젝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한컴 오피스 2.0의 경우 워드·시트·프레젠터·페인터가 공통적인 룩앤필을 보여주고 있으나, OLE 기능과 같은 제품 간의 연결은 아직 부족하다. 일례로 한컴 시트의 내용을 한컴 워드로 복사하면 워드에서 표와 같은 형태로 복사되는 것이 아니라 표의 내용만 텍스트로 복사된다.
한컴 오피스 2.0을 리뷰한 결론을 내리자면 'MS 윈도우 + 오피스'와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업무의 대부분을 한컴 오피스 2.0을 이용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다. 데스크톱 환경에서 윈도우와 리눅스의 차이, 한컴 오피스와 MS 오피스의 차이는 어쩌면 한 걸음 정도일 수도 있다. 상대를 추월하기 위한 한컴의 질주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