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도미니언 인수「DRAM 시장 격변 예고」

일반입력 :2001/12/20 00:00

John G. Spooner 기자

아이다호주 남파에 위치한 DRAM 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지난 18일 도시바의 자회사인 도미니언(Dominion)을 인수하기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버지니아주 마나사스에 위치한 도미니언(Dominion)은 컴퓨터와 다른 컴퓨팅 기기에 사용되는 DRAM을 생산하는 업체 가운데 6번째 규모를 지니고 있다.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마이크론은 DRAM 출하량과 매출면에서 경쟁업체인 삼성을 제치고 업계 1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미국 기업으로는 마지막으로 업계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80년대 중반 메모리 사업을 포기했다. 세미코 리서치(Semico Research)에 따르면 삼성은 DRAM 시장에서 2000년 23%의 점유율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마이크론은 21%로 2위를, 현대(현 하이닉스 반도체)는 19%로 3위를, 도시바는 7%의 점유율을 기록해 4위를 차지했다. 세미코는 2001년도 점유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데이타퀘스트의 중견 분석가 앤드류 노우드는 "마이크론이 도시바를 인수하면 매출과 물량면에서 모두 1위가 된다"며, "이번 경제 침체기를 겪고 나면 좋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더욱이 마이크론은 현재 칩 특허권 소송을 진행중인데, 이번 인수를 계기로 램버스 메모리 생산에도 참여하게 됐다. 고전중인 한국의 하이닉스 반도체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의 합병 및 전략적 투자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도시바의 DRAM 사업 분야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해온 독일의 인피니온 역시 이번 인수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 DRAM 가격에 따른 여파이번 인수 계약의 여파가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마이크론이 이번 인수를 계기로 표준 DRAM의 물량을 줄이거나 DDR DRAM과 같은 고가 상품으로 자원을 재편한다면 메모리 가격은 오를 것이다.토마스 웨이젤 파트너(Thomas Weisel Partners)의 에릭 로스는 마이크론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메모리를 생산하는 업체라고 주장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마이크론은 생산 용량이 늘어나 기존 기술을 이용해 점유율을 높이거나 수익을 낼 수 있으며, 소비자가 모르는 사이 경쟁사들 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 마이크론은 수 년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 이하, TI)와 유사한 인수 계약을 맺은 후 혼전에서 벗어나 업계 2위로 도약했다. 메모리 가격은 그 이후 계속 하락했지만, 마이크론은 대부분의 경쟁사보다 재정면에서 좋은 실적을 올렸다.메모리 업체는 올해 최악의 시기를 맞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메모리 생산 업체들은 과잉 설비와 PC 수요의 둔화로 메모리 가격이 급락해 원가 이하로 판매해야 했다. 대부분의 업체가 손실을 입고 있으며, 합병에 따른 안정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여졌다. 세미코 리서치(Semico Research)의 부사장 쉐리 가버는 "이번 인수는 마이크론의 승리일 뿐 아니라 업계 안정화를 위한 여러 가지 변화 가운데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지난달 메모리 가격이 안정됐지만, 경제가 좀더 회복돼야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다"며, "수요가 늘어야 가격도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노우드는 "지난해 소비자들은 거의 공짜로 메모리를 구입했다"고 말했다.가버의 언급과 같이 DRAM 가격은 최근 수주간 회복세를 보였지만, 분석가들은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려면 전체 생산 능력이 감소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도미니언 인수 계약 이후 메모리 생산 능력이 어떻게 변화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마이크론 측은 도미니언 공장에서 메모리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경기 침체가 끝나면 생산라인을 개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마이크론의 다른 공장 공정과 일치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마이크론은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공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DRAM 시장의 약세를 고려할 때 마이크론은 현시점에서 추가 생산 설비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마이크론의 유타주 리하이에 있는 300mm DRAM 공장은 아직 완공되지 않은 채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마이크론은 도미니언을 인수함으로써 향후 메모리 수요량 증가에 따른 새로운 생산 시설이 필요한 때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 수주간 DRAM 가격이 상승했으며, 칩 제조업체 인텔과 AMD는 기대 이상으로 수요가 증가해 4분기 예상 실적을 상향 조정했으며, DRAM 업체들은 상황이 반전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상황이 반전되기까지 시간이 걸려도 마이크론은 중요한 생산 설비를 인수했으며, 조만간 이를 필요로 하게될 지도 모른다. VLSI 리서치의 부사장 리스토 푸하카는 "결국 경기가 회복돼 새로운 설비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며, "인수 협상은 경기가 정점에 있을 때보다 현 시점에서 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마이크론 대변인 신 마호니에 따르면 이번 계약을 통해 생산 설비를 싼 값에 구매했다고 밝혔다. 마호니는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서면 마이크론이 자사의 기술을 적용해 도미니언의 공장을 새로운 시설로 전환시킬 것"이라며, "시장 점유율은 부차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마호니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우리의 진정한 목표가 아니라 단지 부산물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의 세부 조건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관례에 비춰보거나 현재 건설비를 고려했을 때 마이크론의 이번 계약 조건은 좋은 것 같다. 업계는 버지니아 공장의 건설비로 약 2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 1998년 TI로부터 다수의 생산 설비를 인수했으며, 개조 비용으로 7억 5000만 달러를 투자 받은 바 있다. 마이크론에 따르면 TI는 교환 조건으로 마이크론 주식을 받아 이를 처분했다고 한다.인수 대상에서 하이닉스는? 하이닉스 반도체는 어떻게 될까? 분석가들은 마이크론이 도시바를 인수할 가능성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마이크론은 업계 3위인 하이닉스와 연합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마호니는 이런 논의가 계속되고 있으며,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멜릴 린치의 분석가 조 오샤는 "마이크론이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을 하이닉스에 보여주길 원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높은 시장 점유율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업과의 인수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같은 규모의 합병은 상황에 따라 메모리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마이크론은 이같은 연합을 통해 전세계 1위의 업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다른 흥미로운 일은 램버스와 관련돼 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도시바는 지난해 18개월 동안 램버스 RDRAM 생산을 맡았다. 도시바는 램버스와 최고의 조건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마이크론은 DRAM의 특허권을 놓고 지난 1년여간 램버스와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마이크론은 몇 번에 걸쳐 RDRAM보다 DDR SDRAM을 선호한다고 밝힌바 있다.그러나 마이크론은 도미니언 운영을 지속한다는 방침에 따라 당분간 RDRAM을 생산할 것이다. 분석가들은 오랜 기간 동안 비난의 대상이 된 RDRAM의 비싼 가격 때문에 이 기술이 다른 DRAM 기반 메모리 방식에 비해 수익이 높다고 말했다.도시바 아메리카 일렉트로닉스(Toshiba America Electronics)의 메모리 사업 최신 정보에 따르면 도시바가 이미 발표한 감원 계획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약 2000명을 해고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도시바는 약 1400명이 마이크론으로 편입되길 원하고 있다. 또한 도시바는 일본 공장을 개조해 DRAM 이외의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