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커뮤니티「아이러브스쿨」

일반입력 :2001/11/30 00:00

천영호

아이러브스쿨이 런칭한 것은 99년 10월, 이들의 성장은 이듬 해인 2000년 초부터 언론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당시의 언론은 런칭 1개월 만에 회원 1만 명을 모집한 기대주로, 게다가 하루 5만 명씩 새로운 가입자를 끌어내는 ‘주목받는 성공기업’으로 앞다투어 소개했다. 당시 상황은 닷컴 신드롬이 한창이던 때로, “회원수 = 돈”이라는 등식이 성립했던 탓이다. 펀딩 제의가 물밀 듯이 쏟아지고, 야후코리아, 라이코스코리아 등의 인수제의가 쇄도했던 시기다.하지만 이 기업을 현재의 시각에서 재평가해본다면? 일단 현재 점수는 낙제점이다. 런칭 5개월만에 회원수 300만 명을 거뜬히 돌파한 돌풍, 현재 960만 명의 회원수 등 커뮤니티 모델로는 성공했지만 그에 걸맞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960만 명의 회원 중 절반은 휴면계정이나 마찬가지. 하루 방문자수는 전체 회원의 10%도 채 안되는 60만 명에 그친다. 또한 ‘동창찾기’라는 컨셉으로 사람을 모아냈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끌어갈 차후 모델을 제때 만들어내지 못했다. M&A 실패와 적절한 투자 시점을 놓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다.물 건너간 M&A, 투자도, 고객 확보도 물거품2000년 3월, 야후코리아는 300만 명이 넘는 실명 회원을 가진 아이러브스쿨의 날카로운 성장곡선에 주목했다. 야후가 제시한 인수금액은 500억 원. 하지만 5개월 동안 인수 협상을 벌여왔음에도 결국 무산된다. 아이러브스쿨의 원윤식 홍보팀장은 무산 이유를 “야후의 느린 행동과 금양의 욕심 탓”으로 설명한다.“야후코리아는 본사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조직이었다. 따라서 당연히 의사결정에 시간이 지연됐다. 그리고 당시 대주주였던 금양이 돈 욕심을 냈다. 최종 사인을 앞둔 상황까지 갔지만 결국 결렬됐다.”하지만 더 큰 문제는 5개월 남짓 지속된 인수 협상 기간 탓에 적절한 투자 시점을 놓친 것. 야후가 인수 제의를 했던 2000년 3월은 아이러브스쿨의 회원수가 300만 명을 넘어선 때였다. 이미 서버 폭주로 회원들의 원성이 불거져 나오던 때였고 이에 따라 서버, 네트워크 등 기본적인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당시 아이러브스쿨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이었다. 이러한 투자 시점을 아이러브스쿨과의 인수 협상으로 놓쳐 결국 ‘다음카페’나, 프리챌 등에 고객을 넘겨주는 구실로 작용했다. 사람을 모아 다른 사이트로 넘겨주는, 동호회 ‘포탈’ 역할을 스스로 자임한 꼴이었다.사람만 북적, 장터는 없었다야후의 인수 제의가 물 건너간 이후 당시 대주주였던 금양은 독자적으로 아이러브스쿨의 경영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양은 인터넷 비즈니스와는 무관한 제조기업. 야후코리아의 인수가 무산된 이후, 금양이 독자적으로 투자, 운영을 책임지기로 했지만, 인터넷 비즈니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적시에 투자를 하지못했다. 결국 커뮤니티를 수익모델로 전환해야 했던 아이러브스쿨의 입장에서는 또 한번 변화의 시점을 놓친 셈이다. 당시 아이러브스쿨을 관장했던 금양의 정현철 부회장은 지난 해 말 “아이러브스쿨의 인프라를 통해 인터넷 비즈니스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다. ‘구내매점’을 통해 온라인 유통을, ‘구내서점’을 통해 온라인 서적 사업을, ‘양호실’을 통해 온라인 의료 서비스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밑그림을 그렸다면 그에 따른 투자가 이어졌어야 하는데 실질적인 투자와 실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역시 문제점으로 꼽힌다.서울이동통신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현재 아이러브스쿨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서울이동통신 출신과 기존 금양 출신의 경영진이 마찰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이동통신 측은 경영권 교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입장인데, 금양은 서울이동통신 측이 아이러브스쿨의 고객 DB를 가지고 DB 마케팅을 할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반발한다. 현 김상민 대표 역시 “불순한 의도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한 경영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커뮤니티를 수익모델로 이끌어내는 것 못지않게 내부적인 안정화 작업 역시 아이러브스쿨의 생존을 위한 필수 해결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