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어폰을 고르는 방법

일반입력 :2001/10/25 00:00

문성욱

'휴대용 오디오에서는 우수한 사운드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옛 말이 된지 오래다. 아날로그 장비가 MP3나 MD 등의 디지털 장비로 세대교체되면서, 거의 오디오 수준에 버금가는 사운드를 들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휴대용 오디오는 하드웨어 사양이 아무리 우수해져도 음질은 기대만큼 향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음질 향상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번들로 제공되는 이어폰이나 헤드폰 때문이다.

앰프가 아무리 좋아도 스피커가 나쁘면, 음질에 있어 저가 앰프를 이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특히 휴대용 오디오에 제공되는 번들 이어폰 품질은 매우 나쁘다. 좀더 우수한 음질을 듣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짝꿍을 찾아 주는 일이 꼭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이어폰을 골라야 우수한 음질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을까?

이어폰에도 스펙이 있다

1∼2만원에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구입하겠단 생각은 별로 좋지 않다. 젠하이저(Sennhesier)나 그라도(Grado) 등의 전문 헤드폰 제조사의 제품 중에는 수백만 원이 넘는 것도 있으며, 이어폰 가격 역시 이에 못지않다.

고가의 헤드폰이나 이어폰은 고급형 제품이 주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기도 하지만 그보다 제품 사양이 상당히 뛰어나다. 고가 이어폰이 우수한 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데, 이는 근본적으로 음질을 충실하게 재생해내는 힘 때문이다.

번들로제공된 제품을 고성능 제품으로 교체하면 안들렸던 악기 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원래 들렸어야 했던 사운드가 좋지 못한 스피커 때문에 다른 소리에 묻히거나 소리가 뭉쳐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헤드폰이나 이어폰 케이스 뒷면에는 제품이 사양이 적혀 있다. 스펙중에는 소리 품질을 나타내는 수치도 있다. 스펙뿐 아니라 사용되는 소재도 중요하다. 섬세한 음을 제대로 재현하려면 진동판에 사파이어, 해조류에서 추출한 소재를 사용해 만든 제품이나 LC-OFC와 같은 고가의 케이블이 사용되는 제품이 좋다. 다음은 대표적인 국내 제조사의 이어폰 케이스 뒷면에 적혀 있는 스펙이다.

이중 눈여겨 볼 부분은 바로 Sensitivity와 Frequency Response다. 제품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표기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두 가지 스펙이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성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척도다.

이중 Sensitivity는 음압이라 부르는 이어폰 출력 기능에 해당하는 것으로 좋은 이어폰일수록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음압은 음질과는 사실상 상관없는데, 음의 출력이 얼마나 큰가를 나타내는 수치다.

헤드폰이나 이어폰에서 이 수치가 중요한 이유는 휴대용이라는 특성상 실외의 시끄러운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음악을 들으려면 소리가 커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통의 스피커보다 높은 음압이 사용돼야 한다. 보통 108db 이상의 제품이 만족스러운 음량을 제공한다.

Frequency Response는 재생 가능한 주파수 대역을 의미한다. 대역이 넓을수록 좀더 섬세한 원음을 재생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은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을 넘어서는데, 이는 신호의 간섭으로 일어나는 공진으로 인한 음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따라서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구입할 때에는 사양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헤드폰의 경우 DRIVER UNIT이라 불리우는 진동판의 크기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크기가 클수록 소리 재현성도 커진다. 고가의 헤드폰이 마치 오토바이 헬멧의 분위기처럼 커다란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들 외의 케이블에 사용된 소재도 영향을 준다. 케이블은 구리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데 구리로 된 케이블은 산소가 구리 속에 포함돼 있다. 산소는 음의 신호 전달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좋은 음질을 위해서는 OFC처럼 산소는 적게 포함되고 구리 순도가 높은 케이블이나, LC-OFC처럼 구리 입자의 특성을 바꾸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케이블이 사용된다.

은과 같은 소재의 케이블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어폰의 가장 고급화된 케이블은 대부분이 LC-OFC인 경우다. 하지만 이러한 케이블의 재질은 스피커와는 달리 음질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 또한 커넥터는 예외없이 24K 금도금돼 있는데, 이는 커넥터와 연결할 때 음손실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같은 소재를 사용한 제품도 소리에는 차이가 난다. 왜냐하면 음질이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디자인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소리는 공기의 진동에 의해 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어폰에 뚫려진 구멍 하나에 따라서도 공기의 유입과 배출 형태가 달라진다. 따라서 저음 또는 고음의 강조 등 소리의 특색이 달라지게 된다.

스피커가 모양이나 소재, 공기의 유입방식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대부분의 이어폰이나 저가형 헤드폰은 OPEN AIR형식으로 만들며 제조사마다 조금씩 이어폰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독특한 소리의 차이를 가지게 된다.

헤드폰이 좋을까. 이어폰이 좋을까.

지하철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헤드폰을 사용해 음악을 듣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휴대성이나 문화적인 정서 차이로 인해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음의 재생이나 기능 면에서는 이어폰이 헤드폰을 앞지르기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소리의 품질은 다분히 스피커의 크기와 관계가 있다. 고가의 이어폰은 구조의 개선과 특수한 소재로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고 있지만, 귀속에 넣어 귀의 일부분을 진동하는 이어폰과 귀 전체를 덮는 헤드폰과는 차이가 분명히 있기마련이다.

인간이 느끼는 소리는 재생돼 들리는 소리 이외에도 진동으로 느끼는 소리도 있기 때문에, 이어폰은 이러한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 또한 제조사에 따라서도 소리의 특성이 달라진다. 젠하이저나 그라도와 같은 플랫한 사운드를 만들어주는 제품과 소니나 KOSS, 리맥스와 같이 원래의 소리를 왜곡하기는 하지만 좀더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내주는 팝이나 락음악에 알맞은 제품도 있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선택은 자신의 듣고자 하는 음악 종류에 맞춰 다양한 장비를 들어보고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