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컴퓨터 파워맥 G4 867MHz

일반입력 :2001/10/26 00:00

송우일 기자

웬 방석! 파워맥이 출시됐을 때 주변의 한 친구가 한 말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애플이 아이맥으로 재기의 서막을 열고 제품군을 네 가지로 정비하면서 고급 데스크톱으로 기획한 제품이 바로 파워맥이다. 하지만 인텔 호환 PC의 높은 클럭 수치에 밀려 '고급 데스크톱'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면서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이후 G4로 CPU를 교체하고(심지어 듀얼 파워맥이라는 응급조치(?)까지 나왔다) 여러 부가 장치를 개선하면서 시스템을 고급화했고 주요 맥 관련 행사 때마다 PC보다 약 200MHz 빠른 시연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뭔가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 모든 걸 의식했는지 애플은 지난 7월 뉴욕 맥월드 엑스포에서 퀵실버로 알려진 새로운 파워맥 G4를 발표했다. 이번에 테스트한 기종은 파워맥 G4 867MHz(뉴욕 맥월드 엑스포에서 클럭 수치상 약 두 배 빠른 펜티엄4 1.7GHz에 압승을 거둬 유명해진 기종이다). 제품 사양을 보면 요즘 많이 쓰이는 인텔 호환 PC와 비슷한 사양으로 구성돼 있다. 테스트는 Mac OS 9.2/10.0.3/10.1 베타에서 시행했다.

제품사양

향상된 수행 속도와 다양한 부가 기능

기자는 아이북에서 Mac OS 9과 OS Ⅹ, 리눅스(데비안/파워PC)를 사용한다. 맥 사용자가 들으면 서운할 평가일지 모르지만 세 운영체제 중 아이북에서 가장 뛰어난 수행 속도를 보여주는 것은 리눅스다. 특히 Mac OS Ⅹ은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한다(노트북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에 발표된 파워맥 G4는 만족할 만한 수행 속도를 보여준다. 그동안 지적됐던 파인더, 윈도우 크기 조정, 지니 효과의 속도가 눈에 띌 정도로 향상됐다(심지어 10.1 베타 버전이 10.0.3보다 더 빠르게 실행된다). 10분 길이의 노래를 MP3로 인코딩하는 데 약 2분이 걸렸고, 3D 게임 데모 버전도 IBM 호환 PC와 비슷한 정도의 그래픽 처리와 속도를 보여줬다. 이는 CPU와 하드 디스크, 그래픽 카드 등 하드웨어가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됐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파워맥 G4의 장점이라면 하드웨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운영체제와 함께 제공한다는 점이다. 특히 DVD-R과 CD-RW를 지원하는 슈퍼 드라이브는 레코딩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설치할 필요 없이 파인더(Mac OS 10.1부터 지원 시작)나 아이튠즈에서 원클릭으로 구울 수 있다.

CD 레코딩이 초보자에게는 아직까지는 조금 부담스러운 작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편리한 인터페이스 배치라고 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요즘 보편적이 된 CD 레코더보다 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CD-RW 4배속, CD-R 8배속). 아쉽게도 DVD 레코딩은 테스트해보지 못했지만 iDVD 등 초보자도 무난히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애플의 선전처럼 제법 쓸만한 멀티미디어 저작 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발열과 운영체제 안정화가 해결 과제

한동안 500MHz대에 묶여 였던 파워맥 G4는 최근 클럭 수치를 급격하게 올리기 시작했는데 그 때문인지 발열이 이전 기종보다 심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케이스를 열면 이전 기종에 비해 상당히 커진 방열판이 장착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클럭이 올라가면서 따라오는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뜨거워진 느낌이다.

테스트하면서 파워맥 G4의 많은 부분이 애플의 새로운 운영체제인 Mac OS Ⅹ을 위해 구성됐다는 느낌이 들었다(Mac OS 9에서 느낄 수 있는 성능 향상은 특정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그다지 크지 않다). 앞서 언급한 DVD/CD 제작이나 Mac OS Ⅹ에서 맛볼 수 있는 화려한 그래픽 효과 등은 그러한 예다.

하지만 현재 나와 있는 Mac OS 10.0.x대가 성능이나 안정성 면에서 최적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고 기존 맥 응용 프로그램의 대다수가 새 운영체제에 맞게 재개발중이기 때문에 가격만큼 만족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글이 실릴 때쯤 발표될 Mac OS 10.1이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날지, 새로 개발된 맥 응용 프로그램들이 Mac OS Ⅹ이 제공하는 환경을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 은빛 기계가 잿빛이 될지, 아니면 제 빛을 발할지 결정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