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SCM 우선 순위 다툼

일반입력 :2001/06/26 00:00

조진태

“전사적자원관리(ERP) 없이도 공급망관리(SCM)를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가. 또 ERP와 SCM중 무엇을 먼저 설치해야 하는가.”전사적자원관리(ERP) 업체들이 올들어 활성화되고 있는 SCM시장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면서, ERP 기반의 SCM업체와, 전문 SCM업체들이 마케팅 전선에서 각각의 입장을 반영한 ‘구축 선후론’을 제기하면서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상호간 뚜렷한 중복 양상을 보이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논리전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우선 SAP코리아와 한국오라클을 선두로 한 ERP전문업체들은 “ERP에 기반하지 않은 SCM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면서 포문을 열었다. SCM의 한 축인 공급망계획(SCP)만 하더라도, 생산· 회계 등 기업 내부의 주요 데이터, 즉 ERP와 연동돼야만 정밀한 운영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물론 ERP 없이 레거시 시스템과 연계해 SCM을 구축할 수도 있지만, 향후 ERP 구축시 시스템을 정면 재정비해야 하는 만큼 중복투자가 된다는 것. ERP업체들은 채찍의 손잡이를 조금만 흔들어도 채찍끝자락은 요동치게 된다는 ‘채찍 효과(The Bullwhip Effect)’라는 고전적인 산업공학의 개념을 빌어 SCM전문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창구에서 발생하는 고객 수요가 대리점과 본사를 거쳐 공장까지 전달되는 과정에서 정보가 투명하게 흐르지 않고 곳곳에서 오염되거나 단절된다면, 그 결과는 엄청난 오차로 이어진다는 것. 따라서 이들은 기업의 내부 정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ERP와 이를 기초로 한 SCP가 있어야만 SCM의 종착점인 공급망실행(SCE)이 완성된다는 ‘구축 단계론’을 펴고 있다. 이들 업체는 현재 SCM을 구축중인 제일제당 등을 모범사례로 들면서, 포드의 한 계열사가 SCM만을 구축하다 결국 실패했던 사실을 강조한다.이에 대해 i2,테크놀러지로 대표되는 전문업체는 가트너그룹의 보고서 등을 인용, “ERP와 SCM은 근본적으로 개념이 다르다”는 논리로 ERP업체들의 주장을 반박한다. ERP가 자사중심의 사업전개를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라면, SCM은 기업간 가치 사슬 전체를 대상으로 원가를 절감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는 마치 자동차와 도로로 비유할 수 있는데, 도로가 막혀있다면 자동차의 성능은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별다른 변수가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이를 원가절감 분야에 적용할 경우, ERP가 개별기업의 구매 및 생산 공정 최적화에 국한된다면, SCM은 적용 범위를 부품 공급을 비롯, 제조·유통으로 확산시켜 대량 생산 및 판매체제를 실시간 수요예측과 주문에 따른 계획생산·판매체제로 전환시킨다는 것. 또 ERP가 투자 대비 회수시점이 통상 2~5년이 걸리지만, SCP는 1년이내로 짧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현대자동차가 ERP없이 SCM 구축을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성공사례가 탄생하면 ERP업체들의 논리가 설득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