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RM 업계, 홀로서기와 인수합병의 줄타기

일반입력 :2001/05/24 00:00

방창완 기자

e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업계에 인수&합병 조짐이 불고 있다. 2년 전부터 웹 마이닝 솔루션과 추천 엔진 등 웹 기반 eCRM 영업을 펼쳐 왔던 EC마이너가 미국 e게인사의 국내 총판업체인 에디슨 디지털과 합병을 선언한 것. 최근 eCRM 업계에 통합 바람이 불면서 양사의 합병은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확한 합병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EC마이너 대표직을 맡아 왔던 김광용 전 사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나 기술 이사로 남고 에디슨 디지털의 이기영 대표가 신임 사장으로 취임, EC마이너를 이끌게 된다. EC마이너의 이번 합병은 국내 eCRM 업체들의 전략 수립에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국내 eCRM 시장은 애초 기대와 달리 미미한 규모. 지난해 대형 외산 업체들이 금융, 유통 시장에서 최소 100억원대의 대규모 DW(Data Warehouse) CRM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것과 비교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일단 eCRM 프로젝트 구축 대상인 인터넷 기업들의 몰락으로 사이트 규모가 10억원 이하로 떨어져 제살 깍아먹기식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지만, 더욱 큰 문제는 eCRM 기업 자체가 취약한 자본력의 신생 벤처기업이라는 데 있다. 일부 컴포넌트에 의지해 eCRM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는 국내 eCRM 업체들로서는 외국계 대형 패키지 업체와의 경쟁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는 셈.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eCRM 솔루션 공급업체들이 조만간 10여 업체, 혹은 5∼6개 업체로 재편될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자본이 취약한 국내 eCRM 업체 중 일부는 아예 사업 방향을 '피인수'로 몰고 있는 곳도 있다는 입소문이다. 그동안 우후죽순격 솟아났던 eCRM 사업체들의 구조조정은 경제 논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EC마이너의 합병을 eCRM 업계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솔루션의 자연스러운 결합'이라는 설득력을 던져주기 때문이다.EC마이너는 eCRM 웹 마이닝 분야에서 영업을 진행해왔고, 에디슨 디지털의 e게인 솔루션은 운영 CRM 영역에서 다양한 컴포넌트들을 확보하고 있다. 양사의 솔루션이 통합될 경우 일단 eCRM 영역에서는 분석에서 운영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eCRM 관리가 가능해진다.이처럼 CRM 업계에선 통합 바람이 불면서 서로 필요한 모듈을 기준으로 인수 또는 합병하거나, 협력 관계를 맺는 사례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DMS가 eCRM 업체인 CC미디어와 제휴를 통해 CRM 컨설팅과 eCRM 툴에 대한 통합 영업에 나선데 이어, 브로드베이스는 아예 카나커뮤니케이션 인수를 단행했다.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통합 솔루션으로 고객을 설득시키고 시장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eCRM 업체들이 아직까지도 자사의 울타리 안에 갖춰 홀로서기 영업을 고수하고 있다. 합병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홀로서기를 고수할 것인가. 또는 전략 제휴를 맺을 것인가. 어설픈 전략 제휴는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 보다 확실한 체질 개선이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