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러와 유통 협력업체들을 분산형 네트워크를 통해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협력업체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하고, 협력업체들은 거래를 통해 혜택을 입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이와 같은 유통 협력업체 커뮤니티를 ‘즐겁고 생산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 최상의 협력업체를 찾기 위한 공급업체간 경쟁도 첨예화되고 있다. 거래선을 빼앗으려는 경쟁업체도 있고, 인터넷도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분야로 진출하려는 대다수의 제조업체들은 직접적인 B2B 온라인 판매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유통 협력업체들이 느끼는 불만에 대해선 사실 별로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제 대다수의 공급업체들에겐 유통 협력업체들과의 불신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긴밀한 접촉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전혀 새로운 엔터프라이즈 수준의 애플리케이션인 PRM(Partner Relationship Management)을 구축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과 유사한 개념이지만, 공급업체와 유통 협력업체 사이의 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PRM이다.
PRM은 판매 상황, 제품 정보와 교육 현황 등을 온라인으로 전달함으로써 협력업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여러 장점을 제공한다. PRM은 공급업체들이 협력업체들의 수익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PRM을 구현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상당한 비용 부담을 각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생 기업 혹은 기존 업체들이 개발한 PRM 제품은 현재 20만 달러를 호가하고 있다. 또 PRM을 구축한 공급업체들은 통합과 사용자 교육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협력업체들에게 PRM의 필요성과 보안에 대한 설득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엔터프라이즈 기업들, 특히 대규모의 간접적인 분산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PRM이 인식되고 있다. 컴팩이 대표적인 예다. 컴팩은 지난 수년 동안 무수히 많은 총판과 리셀러 네트워크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컴팩의 e-비즈니스 협력업체 담당 이사인 콜린 하우스는 “지난 수년 동안 PC 시장의 경쟁은 엄청난 속도로 심화됐다. 이런 상황 때문에 컴팩 리셀러들은 공급업체와의 정보 공유에 소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단순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말했다.
컴팩은 최근 시벨시스템의 e채널(eChannel)이라는 PRM 제품을 도입했다. 유통 협력업체들은 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단일 엑스트라넷 사이트에 로그인함으로써 기술 지원부터 교육은 물론 제품 정보에 이르기까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하우스는 이 시스템이 기존 컴팩의 무분별한 시스템을 새롭게 교체했다고 전했다. 이전에는 유통 협력업체들이 필요한 정보나 서비스를 얻으려면 여러 엑스트라넷 사이트에 로그인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리셀러들은 혼란을 겪었으며 컴팩은 협력업체들을 총괄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공급업체와 판매업체가 정보 공유
PRM의 핵심은 웹을 사용해 공급업체와 협력업체 사이의 정보 교환을 원활하게 하자는데에 있다. 현재 시장에 출시되고 있는 PRM 스위트는 각각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다.
애버딘 그룹의 분석가인 카렌 스미스는 “대다수의 스위트들이 안전한 엑스트라넷을 사용해 협력업체들의 환경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종합적인 협력업체 프로파일을 만들어 중앙 스토리지 시스템의 요구에 따라 액세스할 수 있다. 또 공급업체와 협력업체 사이트 사이에서 온라인 구매와 판매 등 상거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패키지들은 분석 툴을 포함하고 있어 공급업체가 특정 리셀러의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 리셀러와 협력업체들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시스템에 로그온해 특정 공급업체와 관련된 최신 정보를 수집하거나 기술과 서비스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부 애플리케이션 스위트는 채널웨이브 소프트웨어(ChannelWave Software), 알레지스(Allegis), 웨브리지(Webridge), 파트너웨이브(Partnerware) 등과 같은 전문 PRM 업체들이 개발한 것이다.
이외에도 CRM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도 시장에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시벨 이외에 오닉스 소프트웨어(Onyx Software), 피보탈(Pivotal) 등이 상용 제품을 출시했다.
협력업체와의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PRM을 개발하고 있는 또 다른 업체로는 메이택(Maytag)이 있다. 대형 가전제품 제조업체인 메이택은 지난해 PRM 애플리케이션 구축을 결정하면서 새롭게 e-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해 사업 방향을 180도 바꿨다.
이전까지 이 회사는 B2C 사이트 구축에만 골몰했다. 실제로 99년말 메이택은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 이후 며칠만에 메이택은 리셀러 협력업체들로부터 B2C 전략을 고수할 경우 메이택 제품 대신 다른 회사의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메이택의 인터넷 사업부서 담당 관리자인 콜린 베인은 “이와 같은 전략이 리셀러들과의 직접적인 경쟁으로 해석됐다”고 말했다. 결국 메이택은 B2C 전략을 불과 몇개월 동안 유지하는데 그쳐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메이택 관계자들은 커머전트(Comergent)의 PRM 스위트를 접하게 됐다. 메이택은 이 제품을 사용해 초기 B2C 사이트를 통합 환경으로 재구성, 온라인 구매자들이 메이택의 리셀러 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 메이택 사이트에서 고객들은 원하는 기능이나 색상 등 마음에 드는 모델을 결정하면 실제 구매가 일어나는 리셀러 사이트 목록을 받게 된다.
메이택의 베인은 “메이택 사이트를 리셀러 사이트와 통합한 커머전트 애플리케이션이 서비스 협정이나 계획, 지원 프로그램 등 각 리셀러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가격만으로 리셀러를 선택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메이택은 미국 전역의 3000여 독립적인 판매업체와 650여 메이택 애플리케이션 센터에 PRM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도록 했다. 이 시스템은 약 2개월간 운영됐으며, 이를 통해 메이택의 매출은 약 2% 신장됐다. 베인은 2004년까지 이 비율이 10%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객·협력사, 두 마리 토끼 한번에
메이택의 경우 단순히 리셀러들에게 온라인 매출 예상을 참조하는 수준 이상으로 PRM의 장점이 확대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메이택 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메이택은 리셀러와의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또한 소비자와의 관계도 돈독히 할 수 있다.
베인은 “협력업체들에게는 신규 고객을 자사의 사이트로 유치해 해당 사이트에서 다른 제품을 구입하거나 실제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것이 이점”이라고 설명한다. 결과에 만족한 메이택은 2단계 전략으로 시어스(Sears)와 로우스(Lowes) 등과 같은 주요 소매 리셀러들을 여름 중반까지 자사 사이트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초기 PRM 애플리케이션을 적용한 기업들은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고 프론트라인 솔루션(Frontline Solutions)의 사장인 봅 톰슨은 지적한다.
대다수의 공급업체들은 기존 시스템에서 협력업체의 데이터를 새로운 PRM 시스템에 통합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으며, 일부 PRM 초기 사용자들은 교육이라는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PRM 제품들이 웹 기반 브라우저 외에 특별한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협력업체들은 PRM 애플리케이션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교육을 원했다.
지난 2월 피보탈의 PRM 제품을 구현한 퍼스트 글로벌(1st Global)의 사장인 토니 배트맨은 “PRM 솔루션 구현을 위해 필요한 교육의 양과 질을 결코 과소 평가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퍼스트 글로벌은 세무와 회계 전문가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토니 배트맨은 또 “퍼스트 글로벌은 PRM 제품을 구현하기 전에는 전화, 팩스, 자체 클라이언트·서버 기반 시스템을 사용해 900여 협력업체를 교육하고 지원했다. 이같은 회사들은 평균적으로 5명의 소유주와 1600여 세무·회계 관련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수치만으로는 협력업체의 상태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퍼스트 글로벌은 PRM 구현을 통해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또 협력업체를 평가해 객관적인 인증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다수의 협력업체를 관리한다는 것은 협력업체에 대한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하룻밤 사이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퍼스트 글로벌은 30개의 협력업체에 PRM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했다.
배트맨은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할 때마다 한달의 교육 기간이 필요했다. 처음 몇번 동안만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조사하면 다음 지원에 이를 활용해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PRM 시스템은 제조업체와 공급업체 모두에게 확실한 혜택을 제공하지만, 협력업체들이 왜 새로운 온라인 사업 방식에 적응해야 하는지 설득되지 않을 때도 있다.
신속한 정보 공유, 교육 지원 필수
공급업체들은 협력업체들에게 PRM을 채택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RSV(Ricoh Silicon Valley)는 새로운 리셀러 네트워크를 신속하게 구축하기 위해 PRM 제품을 선택하면서 협력업체들을 직접 설득했다.
이 회사는 종이 서류와 전자 문서를 둘 다 지원하는 중앙 관리형 전자파일 캐비닛 ‘e캐비닛(ecabinet)’을 개발한 업체다. RSV는 신생 기업이면서도 사업 시작 단계에서 단일 리셀러 업체로 만족하지 않았다.
RSV의 월드와이드 마케팅 담당 수석 이사인 제니스 크웰치는 “6개월만에 3000여 협력업체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RSV의 관계자들은 알레지스의 PRM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서명 절차를 자동화하고, 리셀러들이 신속하게 온라인 사업을 수행할 수 있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크웰치는 RSV가 PRM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제품, 교육, 마케팅 정보 등을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RSV의 e캐비닛은 리셀러들이 전혀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제품이었기 때문에 신속한 정보 전달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다.
RSV는 PRM을 운영하기 전에 리셀러들에게 PRM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RSV는 이를 위해 리셀러에 맞는 서비스를 만들고 PRM 시스템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에 등록한 리셀러들은 전자우편을 통해 고객 통지를 받았다. 리셀러들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시스템에 로그인해야 했다. 협력업체가 서비스를 찾기 시작하면 RSV는 시스템을 사용해 해당 서비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했으며, 협력업체는 시스템을 통해 보고한 거래의 수에 따라 서비스를 받았다.
이 회사 CTO인 커트 피어솔은 “협력업체들이 PRM을 사용하면 RSV에게는 이익이다. 6개월 안에 300개의 협력업체와 4개의 총판을 확보한다는 계획은 전자우편과 입 소문을 통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는 RSV가 얼마나 빨리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자체적인 엑스트라넷을 구축해 리셀러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작업에는 수개월의 시간과 함께 엄청난 예산이 소요될 수 있다. 그러나 PRM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3개월 안에 파트너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협력업체들을 PRM 전략으로 포섭하기 위해선 PRM 시스템의 모든 기능을 한번에 보여주지 않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전한다.
양키 그룹의 분석가인 셰릴 킹스톤은 “새로운 PRM 시스템에 만족한다면 협력업체들도 감동받을 것이다. 협력업체들이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은 여러 종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최선의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