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P2P, 정체된 PC 시장의 부활

입력 :2001/04/30 00:00

류한주

인텔이 P2P(Peer-to-Peer) 표준화에 발벗고 나섰다. 기업 시장의 새로운 컴퓨팅 환경으로 대두되고 있는 P2P로 인해 데스크톱의 성능 향상을 더욱 요구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2001 코리아 P2P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인텔 아키텍처 그룹의 패트릭 갤싱어 부사장을 만나 인텔이 바라보는 P2P에 대해 들어봤다. ■언뜻 생각해서는 인텔과 P2P는 별로 연관성이 없다. P2P를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P2P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P2P를 인터넷보다 범위가 더 확장된 네트워크라고 보면 인터넷도 일종의 P2P다. 윈속(Winsock), RSVP(Resource reSerVation Protocol) 등 인터넷의 표준 확립에 인텔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것처럼 P2P라는 새로운 흐름의 기준안을 마련하는 것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려는 것이다. P2P는 분명히 새로운 인터넷 환경, 그리고 컴퓨팅 환경을 만들 것이다. 지금 당장 P2P와 관련된 기술을 인텔이 개발해 제품에서 지원한다거나 하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다면 P2P 표준화나 P2P 활성화로 인해 인텔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인가.□P2P가 본격화될 경우 중앙 서버를 통하지 않고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데스크톱 PC에 대한 요구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연적으로 인텔의 고성능 칩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몇 년간 기업이 최고급 성능의 데스크톱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음성 인식, 그래픽 중심의 애플리케이션, 오피스 애플리케이션 스위트의 개선 등이 관심사가 되긴 했지만 업그레이드 이유로는 불충분했던 것이다. 하지만 P2P가 부상하면 이런 상황은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고가의 메인프레임을 설치해야만 구동할 수 있었던 애플리케이션이 P2P를 활용하면 인터넷으로 연결된 수천 대의 데스크톱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데스크톱을 통해 네트워크 성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데스크톱을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P2P 표준화를 위해 인텔이 하고 있는 준비 작업은 무엇인가.□우선 35개 업체가 가입된 P2P 워킹그룹에 가입해 호환성 있는 프레임웍 마련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P2P 컴퓨팅의 보안, 가용성 그리고 호환성 등에 관한 표준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P2P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우선 모든 통신기기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야 하고 SOAP 같은 표준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하는 보안 솔루션을 근간으로 해야 한다. 현재 호환성 있는 4개의 프레임웍이 제출된 상태이며 5월말 이 중 적절한 것을 채택할 것이다. 워킹그룹과 별도로 P2P 관련 업체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투자도 하고 있다. 인텔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본다. 현재 그루브(Groove), 센터스판(CenterSpan)을 비롯해 6~7개 업체에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 ■P2P가 기업 컴퓨팅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나. □P2P 이용이 본격화될 경우 메인프레임을 설치해야만 가능했던 작업이 수천 대의 데스크톱에서 이뤄질 수 있다. 중앙 서버를 통하지 않고 데스크톱 기반에서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P2P를 이용한 사용 모델은 5가지 정도로 만들어진다. ▲냅스터와 같은 일반적인 파일 공유 ▲워크스테이션 기반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는 자원 공유 ▲협업 ▲분산형 검색 엔진 같은 에지 서비스 ▲보안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인텔리전트 에이전트 기능이 그것이다. 이는 이미 인텔에서 사용중인 모델이기도 하다. ■어떤 모델을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예를 들어달라.□이미 인텔은 칩 디자인 작업에 적용하고 있다. 엔지니어들이 중앙 시스템에 칩 디자인을 전송하면 여기서 전세계 인텔 공장의 컴퓨터에 필요한 작업을 부과해주는 '넷배치'라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P2P 사용 모델 중 자원 공유와 협업 모델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월 270만개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또 P2P 에지 서비스의 한 예로 인텔 유니버시티를 들 수 있다. P2P 에이전트를 활용해 교육 내용을 모듈화하고 이를 전세계 오피스에서 다운로드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테스트를 완료한 상태이며 10∼20MB 정도의 60개 모듈로 구성된 컨텐츠를 50개의 인텔 지사에 전송할 수 있다. 응답 시간 단축과 교육 비용 절감에 효과적이어서 8만대 이상의 PC로 확대할 계획이다. 과학단체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암 연구 프로그램도 적합한 예다. www.intel.com/cure에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설치한 PC의 컴퓨팅 여유분을 모아 옥스포드 대학에 가상 슈퍼컴퓨터를 구성한 뒤 2억 5000만개의 분자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암 연구에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50만대의 PC가 신청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