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주소는 URL 혹은 도메인 네임이라고 불린다. 원래 인터넷에서는 전화번호처럼 숫자로 구성된 IP 어드레스를 이용했으나 일반인들이 외우기가 힘들어 불편했다. 그래서 이런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호나 일상적 단어로 된 이름을 등록시켜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URL 또는 도메인 네임이다.
자국 도메인 네임 시스템 개발 활기
그러나 문제는 현재 인터넷 표준에서는 로마문자 및 숫자만 허용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로마문자를 쓰지 않는 언어권에서는 자기 나라 말로 된 상호라도 로마문자로 변환해 표기해야 한다.
그런데 로마문자 표기는 지나치게 길거나, 일관성이 없어(‘대’는‘dae’로 쓰기도 하지만 ‘dai’로 쓰기도 한다) 정확한 도메인 이름을 모르면 접근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기업명이나 상호라 하더라도 할 수 없이 검색엔진을 이용해 웹 사이트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웹 사이트에서 찾아가려면 먼저 검색엔진 사이트에 접속해서, 원하는 기업이나 상호명을 한글로 기입하고, 여러 개 나열된 사이트 중에 하나를 고르는 등 3단계를 거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인터넷 주소 자체를 직접 한글로 입력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영어가 아닌 자국어를 도메인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개발이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현재 업체마다 서로 다른 방식의 한글 도메인 서비스를 개발, 운영하고 있어 여러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 방식
현재 국내에선 인터넷 주소를 한글화하는 방안으로는 인터넷 프로토콜 변경과 코드변환식, 별도 서버 운영방식의 세 가지가 제시되고 있다.
인터넷 프로토콜 변경
인터넷 프로토콜 변경식은 현재 로마문자 및 숫자에 국한된 인터넷 표준을 한글을 포함한 다양한 나라의 문자가 통용되도록 프로토콜을 변경시키자는 것이다.
인터넷 프로토콜을 바꾸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지만,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세계 모든 서버 컴퓨터와 라우터 등의 근본 운영 시스템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위험한 방법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제 인터넷 프로토콜의 변경은 초기 연구 단계에 머물고 있다.
국제 인터넷 표준을 바꾸는 것은 너무 방대한 작업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국내에서만 별도로 한글이 통용될 수 있도록 프로토콜을 변경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런 ‘국내 전용식’ 변경도 국제 인터넷 규약 범위를 넘어서는 불가능하므로 한글화에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도메인 표기중 국제적으로 한국임을 나타내는 kr은 변경할 수 없으므로 ‘한일.기업.kr’이라고 써야 한다.
반면에 이 방식을 적용하려면 수 만개의 국내 서버 운영체제를 모두 바꿔야하므로 그 투자 규모나 운영체제의 변경으로 말미암아 생길 수 있는 위험부담은 너무나 크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닉(www.Hannic.co.kr)이나 한국 인터넷 정보센터 등에서 인터넷 표준의 변경안을 연구중이나 아직 구체적인 안은 정해지지 않았다.
어떤 방식의 해결책이 나온다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일본, 중국 등 다른 비 로마 문자권 국가와의 합의를 이뤄내고 국제 인터넷 표준으로 채택되기 위한 안정성 시험을 거치려면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코드 변환식
코드 변환식은 한글을 인터넷에서 쓰이는 로마문자와 숫자로 조합된 코드로 변환시켜 쓰자는 제안이다. 가장 간단한 것은 한글 자판 대응식으로 이는 컴퓨터의 한글 자판에 대응되는 영문 알파벳으로 코드를 변환해 도메인을 쓰는 방식이다. 즉 컴퓨터 자판에서 ‘ㄱ=r’, ‘ㄴ=s’ 등으로 대응되는데, 이를 이용해 ‘온더넷=dhsejspt’으로 전환해 쓰는 방식이다.
한글뿐 아니라 다양한 외국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좀 더 복잡하게 암호화된 코드로 바꾸어 쓸 수도 있다. 인터넷 표준 자체를 변경하지 않아도 되므로 안정성 측면에서는 우려가 없는 해결책이다.
하지만 이 방식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모든 웹 운영자들이 현재의 도메인을 변환된 코드로 다시 등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특별한 법칙에 따라 변환된 새로운 도메인 등록이 일반화 될 때까지는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별도로 도메인을 등록함에 따른 사회적 비용 부담도 큰 문제다. 현재 우리 나라의 co.kr의 등록 수는 49만개가 넘는데, 이를 모두 다시 등록하려면 일반 도메인 등록 비용으로 따져도 최소 150억원 이상의 비용이 매년 추가 지출돼야 한다.
여기에 우리 나라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com 도메인의 숫자까지 합하면 그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다.
특히 코드 변환 체제에 따라 등록 비용은 일반 도메인 등록의 2배 이상까지도 지불해야 하고, 각 코드 변환 방식간에는 호환성이 없어 (즉 같은 ‘가로수’라 하더라도 한글자판 대응식과 I-Dns식은 서로 다르다) 2중, 3중으로 등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따라서 이런 방식에서는 도메인 등록 및 유지비만으로도 연간 2조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 지출돼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별도 서버 운영방식(키워드 방식)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해 지난 97년 설립한 다국어 도메인 서비스 업체인 리얼네임즈(www.realnames.com)나 국내 도메인 서비스 업체중 하나인 넷피아(www.netpia.com) 등에서 쓰는 방식으로 한글 이름과 이에 대응되는 국제 표준 URL을 별도의 서버에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기억시켜 놓았다가 한글이름을 입력하면 대응되는 국제 표준 도메인을 찾아주는 방식이다.
.co.kr이나 .com과 같은 계층적 국제 인터넷 주소 체제를 이용하지 않고 한글이름을 키워드(Key word)로 사용해 해당 인터넷을 찾아가므로 키워드 방식이라고도 한다.
ぐ도 서버 운영방식에서도 한글 이름을 별도로 등록시켜야 하므로 많은 웹 운영자들이 자신의 도메인을 등록시킬 때까지는 유용성이 떨어지고 별도 등록과 유지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이 크다. 현재 리얼네임즈의 경우 한글 검색어 하나에 평균 3000달러 정도를 요구하고 있다.
또 별도 서버 운영방식은 이용자가 한글 이름을 입력할 때마다 키워드 서버가 웹 서핑의 모든 부하를 감당해야 한다. 이는 키워드0서버가 개인기업의 소유일 경우 프라이버시 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분산 처리 방식을 기본 개념으로 하는 국제 인터넷 표준과는 대치되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 네트워크의 부하가 급변하거나, 특정 서버에 이상이 생길 경우 안정성에서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많다. 때문에 이 방식으로는 적용될 수 있는 이름이나 이용자의 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미 1600만을 넘은 것으로 추산되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매일 쓰고 있는 전자우편 주소에는 이 방법을 적용하기 힘들며, 수십 만개의 웹사이트에서 파생돼 나오는 서브 도메인들도 감당하기 힘들다.
더구나 이런 별도 서버 방식은 개인기업들에 의해 운영되므로 상호 호환성이 없어 하나의 주소를 여러 업체에 중복 등록을 해야 하는 등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개인 기업이 운영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등록된 한글 키워드에 대한 법적 문제가 야기될 경우 책임소재가 모호하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천차만별 가격으로 혼란 가중
얼마 전 네트워크솔루션(NetworkSolution, 이하 NSI)이 자국어.com 서비스로 국내 도메인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을 때 이를 반대하는 한글 도메인 협의회 측의 강한 반발이 기자 회견장에서 벌어진 헤프닝이 있었다.
한글 도메인 서비스는 국내 업체가 해야한다는 주장과 서비스 품질을 앞세우며 국내에 들어온 외국 대형 벤더의 경쟁시장 논리가 맞부딪힌 것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을 내놓을 수 없다던 한글로 닷컴 등의 한글 도메인 협의회는 현재 NSI의 리셀러로 공존의 활로를 찾아가고 있다.
베리사인의 자국어.com 서비스는 베리사인이 ICANN(Internet Coope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nbers)으로부터 레지스트리(등록기관)로 인정받아 서비스를 제공하며, 하부에 레지스트라(등록기구)를 두고 세계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레지스트라들은 다시 하부에 리셀러를 두고 자국내 서비스 채널을 다원화해 가고 있다.
지난 달 10일 국내에도 베리사인이 제공하는 자국어.com의 한글 도메인 서비스 등록이 시작 됐는데, 레지스트라인 NSI와 넷피아, 한강(www.hangang.co.kr) 등은 시작부터 후이즈(www.whois.co.kr)와 같은 리셀러들과 등록비 차이(1만 5000원∼10만원)를 보여 등록 신청자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
이런 가격의 차이는 지난 달 16일 국내에서 공식 런칭을 선언한 리얼네임즈의 경우 더 심하다. 리얼네임스는 등록 업체들에게 종량제 사용료로 평균 3000달러 정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넷피아측은 “우리 국어 사용료치곤 상당히 비싼 가격이며, 외화 유출의 차원에서도 그 문제가 크게 대두될 듯하다”며, “한글 인터넷 주소가 더 이상 외국 특정업체에 의해 좌지우지돼 전국민이 우롱당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특히 실명 그대로를 사용하는 키워드식 한글네임 서비스는 더욱 외국기업에 의해 결정되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신청해도 등록 안될 경우 허다할 것
한편 자국어.com 서비스는 리셀러를 통해 등록할 경우 모든 업무를 대행해주는 편의성이 있으나, 수백개의 접수를 받아 한꺼번에 레지스트라에 등록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버퍼링식 등록을 하고 있어, 소비자가 원하는 도메인을 얻지 못할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베리사인이 하고 있는 한글 도메인 서비스는 일종의 시범(testbed)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인터넷 관련 규약을 제정하는 IETF에서 다국어 도메인 서비스에 관한 프로토콜, 코드 체계, 코드 상의 각국어별 사용범위를 정하지 못한 상황이므로 이후 표준 코드가 변경되면서 신청한 도메인을 쓰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또 등록되더라도 세계 레지스트라들의 서버에 담긴 정보가 베리사인의 루트(root) 서버에 완전히 등록되기까지 최소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등록된 도메인을 사용하려면 적어도 한 달은 기다려야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자국어.com의 신청 접수 건수는 4만여 건에 이르나, 이 중 10% 정도만이 제대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최근에는 베리사인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국어 도메인 서비스에 편법적인 선점문제가 발생해 서비스 신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준 일도 있다. 이에 대해 레지스트라들은 베리사인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자사의 서비스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자국어.com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키워드 방식이 병행되기도 하는데, 넷피아측은 “자국어.com의 서비스와 병행해 기존에 넷피아가 해온 키워드 방식과의 동시 가입을 원하는 신청자들이 늘고 있다”며, “자국어.com은 도메인 네임을 쓰는 도중 영문으로 변환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신청자들이 키워드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한글 도메인 서비스는 다양한 방식을 갖고 서로 다른 업체들이 시장 선점이라는 과제를 목전에 두고 제살 깎아 먹기 식의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런 한글 도메인 서비스는 여러 가지 부작용도 낳고 있는데, 특히 엇비슷하지만 다른 서비스 방식들과 천차만별의 가격으로 서비스 신청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또 기업 마케팅 담당자들 사이에선 이 한글 도메인을 선점하지 못하면 상사로부터 문책을 당하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일과 중복투자로 인한 기업비용의 손실 등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신청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절실
이에 대해 한국정보통신대학원 이동만 교수는 “인터넷 사용자가 한글 도메인 네임을 널리 사용하기 위한 표준이 필요하다. 또한 각 업체마다 개별적으로 한글 도메인을 소지할 경우 도메인 이름의 중복, 지적 재산권에 따른 분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으므로 지원체계 정립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무런 기준이 없는 현재로선 서비스 신청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될 뿐이다.
김재환 사장은 “한글 도메인은 국제 인터넷 표준을 준수하는 체제 내에서 진행돼야 안정성 측면에서 무리가 없고 향후 인터넷의 발전에 따라 호환성 문제가 야기되지 않는다”며, “한글화를 위해서 추가로 한글이름을 등록한다면 유용성이 낮고 사회적 비용 부담만 커지므로 이런 방식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특히 웹 도메인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해결책보다는 전자우편 등 모든 인터넷 주소체제에 적용될 수 있고, PC뿐 아니라 무선 인터넷 기반에서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 미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