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전용 사이트 음란·외설 「오염」

일반입력 :2000/12/26 00:00

박현선 기자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金모(39.경기도 수원시) 씨는 며칠 전 초등학교 5학년 딸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고 질겁했다.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느냐" 고 묻자 딸은 천연덕스럽게 "매일 들어가는 채팅사이트에서 어떤 애가 나보고 그랬어" 라고 답했다. 金씨가 이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대화방과 메모판에 '폰섹 짱' '글래머고 가슴 빵빵해' '12살, 잊을 수 없는 사랑을 만들어줄게' 등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이처럼 어린이 채팅사이트가 음란하고 외설적인 글로 채워지고 있다. 어린이 전용 사이트 또는 대화방이라고는 하지만 어른이나 청소년들이 마음대로 들어와 난잡한 내용을 올려놓거나 일부 어린이들이 이를 흉내내면서 음란문화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어린이 전용 채팅사이트나 대화방을 운영 중인 곳은 10여개. 지난 10월 만들어진 한 어린이 전용사이트는 하루 접속자 수가 4천여명에 달한다.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는 오후 3시부터 접속자가 쇄도한다. 지난 23일 이 사이트의 대화방에서 자신을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밝힌 게시자는 "나는 섹스를 해본 적이 있다" 는 글을 올렸다. 한 학부모는 최근 어린이 대화방을 갖춘 한 사이트 게시판에 "딸이 자주 들어가는 초등학생 대화방의 제목이 '벗기자' '만지자' '만져줘' 등인 것을 보고 놀랐다. 사이트 관리자는 뭘 하는지 모르겠다" 는 글을 적어놓기도 했다. 어린이들이 성인용 채팅사이트에 아무런 규제없이 접속하는 것도 문제다. 초등학교 5년생 李모(12) 양은 "일반 사이트에 들어갈 때 고교생이라고 하면 아무 제한없이 접속할 수 있다" 며 "얼마전 이곳에서 어떤 아저씨가 내게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폰섹스를 하자고 했다" 고 공개했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魚起準) 소장은 "부모들이 평소 아이의 e-메일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고 말했다. 이화여대 심리학과 김현정(金炫呈) 교수는 "채팅을 통해 왜곡된 성 개념이 어린이들에게 확산될 수 있다" 며 "무조건 채팅을 막기보다는 시간을 정해놓고 공개된 장소에서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고 충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