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살 부른 "자살 사이트" 문제점

일반입력 :2000/12/16 00:00

이건우 기자

이때까지는요. 내가 왜 죽어야 하는지 몰랐는데 이제 알 것 같아요. 죽는 방법이나 같이 죽을 사람 연락 기다릴께요. 국내 한 인터넷 자살사이트에 올라있는 섬뜩한 글이다. 지난 14일 강원 강릉에서 일어난 20대 남자 2명의 자살사건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은 이들이 자살사이트에서 만나 자살을 모의하고 실행한 국내 첫 사례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도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인터넷에 등록된 자살관련 사이트는 10여개. 대부분 사이트들이 자살을 경험했던 이들에 의해 운영돼 자살 경험에서부터 방지법, 자료실, 관련정보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 사이트는 사이버유언장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또 이들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오는 개인 의견들은 하루 수십여건. 그러나 글들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살을 방조하거나 미화시키는 내용으로 가득차 문제가 되고 있다. 심지어 함께 자살을 실행할 동반자를 구한다거나 연락처까지 남긴 경우도 있다. 또 구체적 자살방법을 제시하고 청산가리 등 극약을 사고 파는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지난 98년에는 일본에서도 한 여성이 자살사이트를 통해 독약을 배달받은 뒤 자살을 실행해 사회적 물의를 불러 일으켰다. 경찰은 이들도 이런 사이트를 통해 만나 극약을 마련하고 자살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사이트에 자신의 자살 경험이나 계획 등을 올리는 이들은 대부분 개인적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다. 이번 사건 피해자 2명도 마찬가지. 대학생활까지 했으나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정신병원 치료와 자살시도 경험 등이 있었고 경마로 돈을 잃고 카드연체료 독촉을 받자 가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은 인터넷이 사회에 미치는 범죄와 폐악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 사이버 공간이 음란, 언어폭력, 윤락, 엽기, 사기 등을 넘어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수준에까지 이른 실정이다. 오프라인상 모든 사회 현상문제들이 온라인상에 그대로 옮겨진채 나타나고 있다.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이같은 자살사이트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규제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정신과의사 이길흠씨는 자살은 희망이 없거나 문제 해결책을 찾지 못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이런 사이트는 오히려 삶에 대한 용기를 북돋워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