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 업계에 부는 「닷컴 도메인 전쟁」

일반입력 :2000/10/30 00:00

eWEEK 10월 20일자

전자상거래 시장의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새로 온라인 사업을 시작하려는 기업들은 적절한 닷컴(.com) 도메인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e-비즈니스 전략이나 브랜드를 잘 표현하는 도메인 확보는 기업의 성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유명한 도메인들은 대부분 사용중이거나 기존의 브랜드와 유사해 법정 소송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다수 기업들은 새로운 e-비즈니스 시작에 맞는 신조어 구상에 착수하고 있다. 자동차 웹사이트인 모델 E(Model E)의 출범 일주일 전, 공동 설립자인 조지 킴에게 보도자료 재작성이나 마케팅 전략 재조정 등은 관심 밖의 사안이었다. 그는 미시건 법정에서 자사의 닷컴 도메인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일에만 골몰했다. 8월 7일 개시 예정이었던 모델 E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기업인 포드가 8월 1일 모델 E의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킴은 적절한 상표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을 고민하다 '모델 E'라는 상표명을 선택하기에 이르렀던 지난 일을 회상하면서 상념에 잠겼다. 모델 E의 변호사들은 미시건 법정에 소송 취하를 요청했다. 미시건 법정에서 매월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자동차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 E의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한 날 법관은 모델 E가 미시간이 아닌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두고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소송을 기각시켰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포드 자동차는 다시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번에는 캘리포니아 법원을 대상으로 삼았다. 킴은 모델 E의 이름 선택에 직접 관여했지만 법정 공방으로 인한 시간과 비용 소모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호소했다. 킴은 "직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규모를 확장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업무 영역을 구축하려는 우리 회사 같은 상황에서 이같은 소모전이 미치는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킴을 비롯한 대다수 e-비즈니스 기업주들은 신규 사업에 적합한 닷컴 도메인 찾기에 혈안이 돼 있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도메인 확보는 기업의 성공과 직결된다. 그러나 유명한 도메인들은 대부분 이미 사용중이거나 기존의 브랜드와 유사해 법정 소송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은 새로운 e-비즈니스 시작에 걸맞는 신조어를 구상하게 됐다. 반면 이같은 접근 방식 또한 위험을 수반하고 있다. 결국 닷컴기업들은 자사의 브랜드나 업무 전략과 일치하면서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도메인을 찾기 위해 전문가들을 고용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비용과 시간이 쓰여진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브랜드 아키텍처'를 먼저 수립하라' 업계 전문가들은 닷컴기업들이 우선 기업 정신부터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기 전에 기업의 목적, 업무, 대상 고객 등을 먼저 정의해야 한다는 것. 다이아몬드 테크놀로지 파트너사의 마케팅 전략 담당인 존 파이어는 이런 과정을 '브랜드 아키텍처'라고 명명했다. 이 과정에는 기업의 잠재 시장 규모와 범위에 대한 이해, 다양한 시장 계층, 시장에서의 기업 입지 구축 등 기본적이지만 아주 중요한 마케팅 작업이 포함된다.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선행돼야만 도메인 선택을 위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닷컴기업이 대량 소비자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해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적인 B2B 시장을 공략하는 경우라면 다소 모호하거나 신조어로 된 도메인도 무리는 없다. 문제는 신생 기업이나 기존 기업의 인터넷 자회사들은 매우 급박하게 설립되기 때문에 도메인은 물론 업무 기획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파이어는 "기획 단계에서 기본적인 사항들이 모두 거론되지는 못한다. 도메인 선정 과정이 모든 작업의 끝이 아니기 때문에 초기에 도메인 이름에서 가치를 찾지 못한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름길을 택해 빠르게 설립된 닷컴기업들은 오랫동안 지속되지 못할 이름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미 대다수 닷컴기업들이 곧 식상해질 도메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한 예로 'i' 라는 접두사와 'planet'이 결합된 'iplanet'을 들 수 있다. 인터브랜드사의 브랜드 개발 담당 이사인 액셀 앨딘은 "대중들의 선호도가 급속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그에 발맞춰 대응하는 일은 쉽지 않다. 6개월 전에는 모든 고객들이 'e'나 'i'로 시작되는 도메인을 선호했다. 그러나 현재 이 이름들은 한물간 이름으로 취급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령 닷컴기업들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도메인을 생각한다고 해도 의외의 상황은 일어나게 마련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이름을 변경해야 하는 시기를 파악하는 것도 처음에 좋은 이름을 선택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몹숍(MobShop)은 3명의 설립자가 선택한 어컴퍼니(Accompany)라는 회사명을 2년 동안 사용하다가 지난 3월 이름을 변경했다.설립자인 짐 로즈, 살림 테자, 조나단 엘리크는 1998년 회사 설립을 위해 회사명을 결정하면서 수천 개의 이름을 놓고 3000여 시간동안 고심했다고 한다.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엘리크는 "어컴퍼니라는 이름은 회의 도중에 제안됐으며 3명의 설립자는 자사의 업무 모델인 소비자와 중소 기업을 위한 온라인 통합 구매 전략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이 이름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 초 어컴퍼니라는 이름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사람들은 회사 이름을 듣고 혼란스러워 했으며 협력 업체와의 라디오 광고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회사명 변경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엘리크는 "어컴퍼니라는 이름으로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힘들었다. 그들은 'A company? Which company?'라고 반문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말경에 이 회사는 새로운 회사명을 찾기로 했다. 또 다시 회사명을 찾는데 6주가 소요됐고 이번에는 전문 컨설턴트 기업인 젠마크 브랜딩 서비스를 이용했다. 젠마크는 후보로 거론된 이름들을 검토했다. 열광적인 구매자의 개념을 내포하고 짧고 간결한 URL이라는 이유로 몹숍이 강력하게 추천됐다. 기존 브랜드가 온라인에 적합할까? 닷컴 이름을 결정하는 것은 기존 기업들에게는 더욱 복잡한 일이다. 왜냐하면 온라인 상점을 하나 개설하려고 해도 먼저 기존의 브랜드가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통용될 수 있을지 여부를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케이마트(Kmart)는 기존의 브랜드가 온라인에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가을 유통업체 케이마트는 소프트뱅크의 벤처 캐피탈 자회사인 소프트뱅크 벤처 캐피탈과 공동으로 새로운 전자상거래 사이트 구축 작업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케이마트는 블루라이트닷컴(BlueLight.com)이라는 전혀 새로운 이름을 선택했다. 블루라이트의 기업 통신 담당 이사인 데이브 커레이커는 이 이름에 대해 "케이마트에서 블루라이트 특별 상품을 판매하던 시절을 회상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마트는 블루라이트닷컴의 총지분 중 60%를 갖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브랜드를 포기하는 것이 위험하기는 했지만 분명한 이점도 있었다. 이미 케이마트닷컴이라는 도메인으로 두 번에 걸쳐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했었지만 실패를 경험한 케이마트의 상황에서 이 새로운 이름은 새출발의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케이마트 상점에서 이미 판매하고 있는 제품 이상의 것을 판매한다는 블루라이트의 목표에도 부합한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이같은 결정이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7월 블루라이트닷컴은 경쟁 업체인 월마트닷컴보다 30%가 많은 고객을 유치했으며 타깃닷컴보다는 68% 많은 고객을 유치했다고 미디어 매트릭스는 밝혔다. 케이마트와는 달리 홈 데폿(Home Depot)은 지난 8월 첫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기존의 이름과 브랜드를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최대 규모의 주택 개량 소매업체인 홈 데폿은 온라인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상당한 기간의 준비 과정을 거쳤으며 라스베이거스 시장을 겨냥한 최초의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했다. 홈 데폿의 광고 및 마케팅 담당 이상인 존 로스는 "기존의 상점을 온라인에서 다시 개설하는 것이 기본 개념"이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홈 데폿이 자사의 이름을 고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로스는 "홈 데폿 같은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각인돼 있는 상황에서 '오렌지 앞치마(orange apron)' 같은 전혀 다른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은 이미 자리잡힌 브랜드의 후광을 포기하고 엉뚱한 것에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합한 닷컴기업명을 찾았다고 해서 검색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 이름이 URL로도 사용 가능해야 하며 대다수의 e-비즈니스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이 부분이다. 사이버스쿼팅(Cybersquatting; 도메인 선점)으로 인해 등록된 URL의 10% 정도는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영 앤 루비캠의 자회사인 랜더 어소시에이츠의 명칭 지정 담당 수석이사인 안소니 쇼어는 말했다. 마텔(Mattel)이나 월마트 같은 기업들도 도메인 선점자들과의 법정 공방을 경험한 적이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도메인 선점자들이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라고 해도 이미 대다수의 도메인은 다른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닷컴이나 닷넷 이외의 질 높은 도메인이 앞으로도 계속 제공될 예정이지만 URL 전쟁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닷컴기업의 다양한 신조어 만들기 현재 대다수의 닷컴기업들은 가업 브랜드에 적합한 신조어를 생성하기 위해 재분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조어들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빅3 자동차 업체에 의해 만들어진 자동차 B2B e-마켓플레이스의 명칭인 코비신트(Covisint)처럼 여러 단어의 첫 글자를 조합해 만드는 경우도 있고 항공사들이 구축한 일반 여행자 포탈 사이트인 오비츠(Orbitz)처럼 기존의 단어를 변화시킨 것도 있다. 또는 유사한 발음이나 철자를 이용해 다른 단어와 개념을 결합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조어를 사용해 닷컴 명칭을 결정한다고 해서 법정 소송 문제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코비신트의 마케팅 담당인 믹 코스터는 "포드, 제너럴 모터스, 다임러 크라이슬러 관계자들은 협력(collaboration)과 비전(vision)을 상징하기 위해 코비스(Covis)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URL을 검색하면서 독일의 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이미 covis.de라는 도메인을 등록했음을 알게 됐고 곧 다른 이름을 고안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름에 'int'를 추가해 통합된 국제적인 거래소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코스터에 따르면 코비신트가 최종적으로 사용 가능한 URL이자 상표권이었다고 한다. 전혀 색다른 도메인을 원하는 닷컴기업들은 적절한 브랜드 전략을 찾는 데만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급변하는 인터넷 시대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기가 힘들다. 요령 있는 기업들은 사용 가능한 URL 검색 작업을 진행하면서 변호사를 고용해 상표권과 저작권 문제도 함께 검토한다. 오비츠 같은 경우 사립 탐정을 고용해 오비츠라는 이름의 사용 여부를 추적했다. 오비츠로 최종 결정하기까지는 3개월 정도가 소요됐다고 한다. 신생 기업들이 이같은 지루하고 복잡한 과정을 건너뛰고 싶어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쇼어는 전했다. 그러나 상표권 분쟁이나 처벌로 인해 이름을 바꿔야 한다면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한 예로 씨넷 네트웍스(Cnet Networks)의 자회사인 마이 사이몬(My Simon)은 최근 사이몬 프로퍼티 그룹(Simon Property Group)이 승소함에 따라 2680만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형편이다. 상표권 문제를 검토하더라도 다른 회사가 새로운 명칭에 대해 어떤 형태의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엑스피디어(Xpedior)의 관계자들은 1999년 10월 회사를 설립하기 전에 회사 명칭을 검색하면서 변호사까지 고용해 상표권 검색 작업을 수행했다. 그러나 2달만에 잘 알려진 여행 사이트인 엑스피디아(Expedia)와의 법정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엑스피디아의 마케팅 담당 이사인 수지 레빈은 "엑스피디어라는 이름이 시장에서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엑스피디아 서비스와의 연계가 있음을 암시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엑스피디어는 지루한 법정 공방 대신 2003년까지 이름을 변경하는 조건으로 소송을 마무리지었다. 엑스피디어의 수석 부사장 겸 마케팅 이사인 처크 릴리는 "내년 2분기까지 회사와 브랜드명을 다시 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릴리는 이번에는 새로운 명칭이 다른 기업 명칭과 발음이 유사한지도 반드시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델 E는 포드 자동차와의 법정 소송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이 이름이 장난감 같은 비자동차 업계의 상표권인 모델 T와 혼란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포드 자동차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포드 자동차는 자사의 내부 직원 교육 프로그램에 사용하기 위해 모델 E를 준비해 뒀다고 반박했다.그러나 모델 E의 공동 설립자인 킴은 모델 E란 이름이 닷컴기업에 적합하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을 작정이며 이같은 분쟁으로 인한 값은 반드시 치를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