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활하는 U.S. 로보틱스

일반입력 :2000/06/23 00:00

안진숙 기자

더 나은 시너지 효과를 위해 합칠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으로 전문성을 강조할 것인가. 지난 97년 3Com이 인수해 통합 관리해온 U.S. 로보틱스를 놓고 인수 시점인 97년부터 우리가 줄곧 머릿속으로 재어오던 의문이다. 최근 이 의문이 풀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Com, 액톤, 냇스틸 3사는 3Com의 아날로그 모뎀 제품 라인과 사업분야를 이어받아 아날로그 모뎀 회사를 설립하고 사명은 U.S. 로보틱스로 정했으며 2000년 7월 2일 공식 출범한다는 것. 3Com은 팜 컴퓨팅(Palm Computing)으로 분사해 내보낸 PDA 영역을 제외한 남은 아날로그 모뎀 사업부를 'U.S 로보틱스'라는 조직으로 다시 뱉어낸 것이다. 이유는 전문성을 강조하는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으로 대신한다.지난 3월 3Com은 대대적인 사업부 조정을 발표했다. 기존 LAN 스위치 영역은 익스트림 네트워크에 매각하고 본래 3Com 조직은 캐리어 중심의 사업을 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또 한번 주목을 끈 것이 기존 모뎀 사업부로 대변되는 U.S. 로보틱스 계열의 향방. 3Com은 액톤 테크놀로지, 냇스틸 일렉트로닉스 등 3사간 전략적 제휴를 통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어떤 변화를 하게 되느냐는 질문에 3Com측은 "아날로그 모뎀 기술은 어디에서나 필요한 것 아니냐. 시장조사에 따르면 향후 수년간 아날로그 모뎀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독립적인 회사 설립은 시장을 선도해온 U.S. 로보틱스 모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데 안성맞춤"이라며 "이윤 증대와 기술 진보를 위해 새로운 유통채널과 비즈니스 모델에 중점을 두게 되고 현재의 높은 수익구조에 알맞게 기업구조를 바꿀 것"이라고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런 우려는 인수 시점부터 줄곧 제기돼온 것으로 3Com은 통합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 잘못되지 않았느냐는 업계의 의문에 언제나 "절대 아니다"라는 일관된 답을 해왔다. 3Com은 제조 시설을 냇스틸에게 넘긴 상태고 3Com을 대신해 냇스틸이 계속 광대역 모뎀과 캐리어 기반 멀티 서비스 액세스 플랫폼 장비를 제조하게 된다.3Com의 공식적인 입장은 단일 사업에 전념하는 '한우물 파기' 전략으로 별도의 독립적인 회사 설립을 통해 시장변화에 대해 대응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가 보는 3Com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일련의 매각 절차가 아니냐는 것이다. 전문성을 살리겠다는 의도도 이해는 가지만 솔루션 조직별로 떼어내기를 한 후 결국 남은 몸통도 매물 대상으로 올리지 않겠느냐는 추측이다. U.S. 로보틱스 인수 이후 전 세계적인 매출 부진과 연이어 터진 사업부 매각 소식에 따른 것이라 신빙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3Com이 최종 떼어내기로 결정한 U.S 로보틱스의 자립이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자리를 잡아나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