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밸리 신풍속도-또 다른 `옥석가리기` :2회

일반입력 :2000/04/23 00:00

김진영 기자 enable

Turnkey Project + α EHatchery는 이 턴키 방식을 그대로 적용, 창업자들이 창업초기에 신경 써야 할 모든 것(법인 등록, 사무실 세팅, 비서, 경영지원 등)을 일괄수주 방식으로 계약하고, 그 대신 이에 상응하는 지분을 요구한다. 3∼6개월 후에는 인큐베이터에서 스핀오프하되, 펀딩을 책임진다. 물론 계속 지분을 유지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시켜 나간다. 앞에서 언급한 ‘Collaborative Partnership’ 관계를 포트폴리오 업체와 유지하는 것이다. IHatch와 Intend Change 등의 업체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인큐베이팅을 수행한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볼 게 있다면, 이들 인큐베이터의 창업자들이다. 제프 레비를 비롯, 빌 그로스, 스카이 데이턴은 모두 하나같이 벤처기업을 창업, 이끌어 본 경험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마이클 김 사장은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벤처기업들이 불과 1∼2년 안으로 엄청난 투자수익을 안겨주는 사례가 속속 생기면서, 창업경험이 있는 기업가들이 인큐베이터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우선 수동적인 벤처펀드 투자보다 본인이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고, 보다 싼값에 창업기업에 발을 담글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선 것”이라고 설명한다. 모무스 벤처스(Momus Ventures) 금두경 사장은 “이들 인큐베이터를 운영하는 기업가들은 나름대로 휴먼 네트워크가 견고하기 때문에 인큐베터가 스핀오프한 후에도 상당 지분을 갖고, 펀딩과 경영지원에 만전을 기합니다. 즉 인큐베이터가 홀딩컴퍼니의 역할도 부분적으로 수행하는 셈”이라고 강조한다. 아이디어랩이나 이컴퍼니스의 경우, 외부의 아이디어보다는 내부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사업화시킨 경우가 많다. 즉 인큐베이터의 역할도 역할이지만, 몇몇 기업에 대해서는 지분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지주사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국내 홀딩컴퍼니, 인큐베이팅까지 겸한다국내 또한 인큐베이터 또는 벤처지주사라는 이름을 뒤에 달고 나오는 업체가 속속 생겨나고 있지만, 미국과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인큐베이터의 경우 벤처기업을 운영해 본 경험 있는 기업가보다는 자본력 있는 벤처캐피탈이나 대기업이 투자처 확보를 위해 새롭게 형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인큐베이터는 아이디어의 사업화와 마케팅, 경영지원 등 소극적이고 단기적인 의미의 인큐베이팅이 강합니다. 또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의 전문가 집단이 컨설팅 대가로 해당 벤처기업의 지분을 받는 정도지요.” 아이디어플라자 주진용 사장의 말이다. 아이디어플라자는 인큐베이터라기 보다는 좋은 사업 아이디어나 기술을 무료로 특허출원해 주고, 이를 돈 있는 벤처자본가와 연결시켜 주는 일종의 벤처매치메이킹(Venture Match-Making) 서비스 업체이다. 그나마 미래랩 정도가 가장 미국식 모델과 흡사하다. 미래랩은 EHatchery처럼 아이디어를 바로 인큐베이팅해 상업화시키고,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새로운 경영진을 투입하고 자금을 조달해 준다. 중고품 경매 사이트 와와컴과 최근에 오픈한 스톡노트(Stocknote)가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오히려 국내는 아이디어랩이나 이컴퍼니스, EHachery, intend change와 같은 전문 인큐베이터보다는 소프트뱅크(SoftBank)나 CMGI 같은 인큐베이팅을 겸한 홀딩컴퍼니 모델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홀딩컴퍼니, 제대로 파악하자 그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소프트뱅크로, ‘홀딩컴퍼니’, ‘인터넷 지주회사’ 바람을 몰고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난 3월 중순경 소프트뱅크는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 코퍼레이션과 합작, 10억 달러 규모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유럽 인터넷 시장을 적극공략할 것이라고 밝혔고, 라틴 아메리카 시장에도 1억 달러 이상 투자한다고 한다. 어쨌든 우리의 경우도 소프트뱅크의 본격적인 한국 시장 진출 선언후, 미래산업, 메디슨, 한글과컴퓨터 등 몇몇 벤처기업이 주축이 돼 KIH(코리아인터넷홀딩스)를 세우기도 했다. 몇몇 언론은 외국계 벤처자본의 국내잠식을 막기 위해 결성된 것이라며 마치 소프트뱅크와 KIH를 외국계 매판자본과 국내 홀딩컴퍼니의 대결구도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렇게 홀딩컴퍼니가 이슈가 되자, KVC넷, KTB 등 기존 벤처캐피탈 업계도 인큐베이터를 겸하는 전략적 홀딩컴퍼니로서 그 성격을 가져가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기존 자산운용사들도 달라붙고 있다. 미래에셋은 아예 테헤란밸리에 인큐베이션 센터를 지어 창업단계의 벤처기업를 입주시키고, 몇몇 괜찮은 업체는 지분투자와 함께 경영, 마케팅, 재무·회계, 펀딩까지 책임지고 있다.이렇게 홀딩컴퍼니, ‘인터넷 벤처 지주회사’를 자처하는 벤처투자사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유를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많은 외국계 자본의 국내 잠입에 대항한다는 논리보다는 ‘시대적 조류’의 불가항력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KIH 대표이사인 김동재 박사는 “언론은 마치 소프트뱅크(SBVK,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의 방어세력으로 KIH가 설립된 것처럼 보도했지만, 사실 그게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손정의 회장의 비즈니스 모델을 높이 평가해요. 요즘같이 속도가 중요한 시대에 인터넷 벤처가 빨리 성장하는 길은 포트폴리오 업체끼리 정보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견고하게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소프트뱅크는 그런 면에서 한 발짝 앞서 나가 있다”며 이제 국내도 벤처기업을 창업 초기단계부터 인큐베이팅해 좋은 기업을 해외로 많이 내보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모무스 벤처스 최호근 대표이사는 인큐베이터와 홀딩컴퍼니가 요즘 들어 자꾸 생겨나는 이유로 ‘시너지 효과’와 ‘파이낸셜 리턴(Financial Return)’의 극대화를 꼽는다. “인큐베이터나 홀딩컴퍼니는 여러 사업을 한꺼번에 거느리게 되는 구조(Structure)예요. 비록 모든 사업이 동일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움직인다고 하지 않더라도, 상호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크로스 마케팅(Cross-Martketing), 코-브랜딩(Co-Branding), 또는 특정기능과 분야에 대한 비즈니스 제휴가 많이 이뤄지게 되지요. 또 여러 사업 간 내부자원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자원활용 범위가 한 가지 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사업에 펼쳐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포트폴리오 또한 다양화할 수 있어 리스크를 줄이고 파이낸셜 리턴을 극대화할 수 있죠. 투자 관점에서도 매력적일 수밖에 없어요.”@